유령법인과 대포통장으로 보이스피싱을 도운 사건

피고인 A는 텔레그램을 통해 알게 된 성명불상자로부터 계좌 대여 제안을 받고 이를 승낙했습니다. 이후 피고인은 유령 법인인 주식회사 J, N을 설립하고, 해당 법인 명의로 여러 은행에서 계좌를 개설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피고인은 실제 사업을 영위하는 것처럼 행세하며 은행의 계좌 개설 업무를 방해했습니다. 개설된 계좌와 연결된 OTP, 체크카드 등 접근매체를 성명불상자에게 양도하여 전자금융거래법을 위반했습니다. 이 계좌들은 성명불상의 전기통신금융사기 조직원들에 의해 주식투자 사기 등 보이스피싱 범행에 이용되었고, 2021년 4월부터 11월까지 다수의 피해자로부터 총 914,075,200원을 편취하는 데 사용되었습니다. 피고인 A는 사기 피해금 중 62,226,000원을 직접 현금 및 수표로 인출하여 조직원에게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과거 다른 범죄로 집행유예 기간 중이었던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으로 업무방해,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사기방조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관련 당사자

• 피고인 A: 성명불상자의 제안을 받아 유령 법인을 설립하고 대포통장을 개설한 후 접근매체를 양도하며 보이스피싱 범행을 방조한 인물
• 성명불상자 (보이스피싱 조직원): 피고인 A에게 계좌 대여를 제안하고, 피고인이 개설한 대포통장을 이용하여 주식투자 사기 등 전기통신금융사기를 저지른 조직원들
• 피해자 은행들 (M조합, L조합 등): 피고인 A가 유령 법인으로 가장하여 계좌를 개설함으로써 정상적인 계좌 개설 업무를 방해받은 금융기관들
• 배상신청인들 (B, C, D, E, F, G, H, I): 보이스피싱 조직에 속아 투자금 명목으로 거액을 송금하여 금전적 피해를 입은 다수의 개인 피해자들

분쟁 상황

피고인 A는 텔레그램을 통해 만난 성명불상자에게서 계좌를 빌려주면 큰돈을 주겠다는 달콤한 제안을 받았습니다. 이 제안에 넘어가 피고인은 J, N이라는 유령 회사를 만들고, 이 회사 이름으로 여러 은행에서 은행 계좌를 개설했습니다. 이때 피고인은 은행 직원들에게 마치 실제 컴퓨터 부품 판매 등의 사업을 할 것처럼 꾸며 은행을 속였고, 이로 인해 은행은 정상적인 계좌 개설 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었습니다. 계좌가 개설된 후, 피고인은 이 계좌들과 연결된 체크카드와 OTP(일회용 비밀번호 생성기)를 성명불상자들에게 넘겨주었습니다. 알고 보니 이 성명불상자들은 보이스피싱 조직이었고, 피고인이 만든 계좌들은 주식 투자 사기 등 여러 보이스피싱 범행에 사용되었습니다. 수많은 피해자들이 이 계좌로 속아 넘어가 총 9억 원이 넘는 돈을 송금했으며, 피고인은 심지어 일부 사기 피해금을 직접 인출하여 조직원에게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피고인의 이러한 행위들이 발각되어 은행의 업무를 방해하고, 전자금융거래법을 위반하며, 보이스피싱 사기를 도왔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되었습니다.

핵심 쟁점

피고인 A가 유령 법인을 설립하고 대포통장을 개설하여 접근매체를 제공한 행위가 은행의 업무를 방해하고 전자금융거래법을 위반하는지, 그리고 이러한 행위가 전기통신금융사기 조직의 범행을 방조한 것으로 인정되는지 여부입니다. 또한, 피고인이 과거 집행유예 기간 중에 동종 범죄는 아니지만 새로운 범죄를 저지른 것이 양형에 어떻게 고려되어야 하는지도 쟁점이 되었습니다.

법원의 판단

재판부는 피고인 A에게 업무방해, 전자금융거래법위반, 사기방조 혐의를 인정하여 두 부분으로 나누어 징역형을 선고했습니다. 주식회사 J, N 명의의 계좌 개설 관련 업무방해죄, 접근매체 양도 관련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죄, 그리고 별지 범죄일람표2 연번 1부터 87까지 기재된 사기방조죄 및 제3의 나항 기재 사기방조죄에 대해서는 징역 1년 4개월을 선고했습니다. 별지 범죄일람표2 연번 88부터 101까지 기재된 사기방조죄에 대해서는 징역 2개월을 선고했습니다. 피해자들의 배상명령신청은 피고인의 배상책임 범위가 명백하지 않다는 이유로 모두 각하되었습니다.

결론

피고인 A는 유령 법인 설립, 대포통장 개설 및 접근매체 양도를 통해 보이스피싱 범죄를 방조한 혐의로 징역 1년 4개월과 징역 2개월을 선고받았습니다. 법원은 피고인이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직접적인 이득이 편취액의 일부인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으나, 범행의 수법과 피해 규모, 피고인이 집행유예 기간 중 재범한 사실을 불리한 정상으로 보았습니다. 피해자들의 배상 신청은 각하되어 피해자들은 별도의 민사 소송을 통해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은 다양한 법률 위반 행위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습니다.

1. 업무방해 (형법 제314조 제1항, 제313조)​

• 법리: 형법은 타인의 업무를 위력(사람의 자유 의사를 제압할 만한 힘) 또는 위계(속임수를 써서 업무에 착오나 오인 발생)로써 방해하는 행위를 처벌합니다.
• 사례 적용: 피고인 A는 유령 법인을 설립하여 실제 사업을 운영하는 것처럼 은행을 속여 계좌를 개설했습니다. 이는 은행이 계좌 개설 시 고객의 신원과 거래 목적을 확인해야 하는 정상적인 업무를 속임수(위계)로써 방해한 것으로 보아 업무방해죄가 성립합니다. 은행은 금융범죄에 사용되는 계좌로 인해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있으므로, 계좌 개설 업무는 매우 중요한 업무에 해당합니다.

2.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제49조 제4항 제1호, 제6조 제3항 제1호)​

• 법리: 전자금융거래법은 누구든지 접근매체(체크카드, OTP, 공인인증서 등 전자금융거래를 하는 데 이용되는 수단)를 양도하거나 양수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는 대포통장 등 불법적인 금융거래를 근절하기 위한 중요한 법적 장치입니다.
• 사례 적용: 피고인 A는 유령 법인 명의로 개설한 계좌와 연결된 체크카드, OTP 등 접근매체를 성명불상자에게 넘겨주어 이 법을 위반했습니다. 일정한 금전적 대가를 받고 접근매체를 양도한 행위는 명백한 불법 행위에 해당합니다.

3. 사기방조 (형법 제347조 제1항, 제32조 제1항)​

• 법리: 사기죄는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을 편취하거나 재산상의 이득을 취하는 범죄이며, 형법 제32조는 다른 사람의 범죄를 돕는 행위(방조)도 처벌합니다. 방조범은 정범의 범행을 용이하게 하는 모든 행위를 포함하며, 반드시 범죄의 핵심적인 부분을 도와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 사례 적용: 피고인 A는 보이스피싱 조직에 유령 법인 명의의 대포계좌를 제공하고, 심지어 사기 피해금을 직접 인출하여 조직원에게 전달했습니다. 이러한 행위는 보이스피싱 조직이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편취하고 자금을 세탁하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주었으므로 사기방조죄가 성립합니다. 피고인은 직접 사기를 친 것은 아니지만, 사기 범행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본질적인 수단을 제공했으므로 방조범으로 책임을 지게 됩니다.

4.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제3조 제3항

• 법리: 이 법은 누구든지 불법재산의 은닉, 자금세탁, 강제집행의 면탈 등 탈법 행위를 목적으로 타인의 실명으로 금융거래를 하여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 사례 적용: 피고인 A가 유령 법인을 설립하고 그 명의로 계좌를 개설한 것은 궁극적으로 불법적인 목적(대포통장 제공을 통한 범죄)을 위해 타인의 실명(법인 명의)을 이용한 금융거래에 해당하며, 이는 이 법률의 취지에 반합니다.

5. 경합범 처리 및 양형 (형법 제37조, 제39조, 제40조, 제50조 등)​

• 법리: 피고인이 여러 개의 죄를 저질렀을 경우 경합범으로 처리되어 형이 가중될 수 있습니다. 특히 과거에 다른 범죄로 확정 판결을 받고 집행유예 기간 중 새로운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는 형법 제37조 후단, 제39조 제1항에 따라 처벌을 가중하거나 병합하여 처벌할 수 있습니다.
• 사례 적용: 피고인 A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 등으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상태에서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으므로, 법원은 양형을 결정할 때 이 점을 중요하게 고려했습니다. 또한, 여러 개의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죄가 같은 날짜에 발생한 경우 등에는 상상적 경합(형법 제40조)이 적용되어 가장 무거운 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6. 배상명령신청 각하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2조 제1항 제3호, 제25조 제3항 제3호)​

• 법리: 형사사건 피해자가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배상명령신청은 피해자의 배상책임 범위가 명백하거나 소송을 지연시키지 않을 경우에만 법원이 받아들입니다. 피고인의 배상책임이 복잡하거나 명확하지 않은 경우에는 신청을 각하하고, 피해자에게 별도로 민사 소송을 통해 손해배상을 청구하도록 합니다.
• 사례 적용: 이 사건에서 재판부는 피고인의 배상책임 범위가 명백하지 않다고 판단하여 피해자들의 배상명령신청을 각하했습니다. 이는 피고인이 직접 사기를 저지른 것이 아니라 방조범이고, 다수의 피해자와 총 9억 원이 넘는 복잡한 피해액이 얽혀 있어 형사재판에서 손해액을 정확히 산정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참고 사항

성명불상자가 계좌나 통장을 빌려주면 돈을 주겠다는 제안을 하는 경우, 이는 대부분 불법적인 대포통장 개설 및 양도 요구이므로 절대 응하지 말아야 합니다. 유령 법인을 설립하여 실제 사업을 할 것처럼 가장하고 은행 계좌를 개설하는 것은 은행의 정당한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로, 형법상 업무방해죄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체크카드, OTP(일회용 비밀번호 생성기) 등 금융거래에 사용되는 접근매체를 다른 사람에게 양도하는 행위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으로 엄중히 처벌됩니다. 대포통장은 보이스피싱, 불법 도박 등 각종 금융 범죄에 활용되므로, 본인의 명의로 개설된 계좌나 접근매체가 범죄에 이용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설령 본인이 직접 사기 행위를 하지 않았더라도, 사기 조직에 계좌를 제공하거나 피해금을 인출하여 전달하는 등 간접적으로 범죄를 도운 경우에도 사기방조죄가 성립하여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금융거래 시에는 반드시 본인의 실제 금융거래 목적으로만 계좌를 개설하고 사용해야 하며, 타인을 위한 명의 대여나 통장 양도는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습니다. 투자 광고 등을 보고 고수익을 미끼로 투자를 유도하는 경우 대부분 사기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의심스러운 투자 제안에는 신중하게 접근하고 금융기관의 공식적인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