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권/채무 · 행정
어머니 B가 아버지 C로부터 증여받은 부동산을 매도한 후, 양도소득세 납부 전에 매매대금의 일부인 1억 1천만 원가량을 자녀인 피고에게 지급하였습니다. 이후 어머니 B는 거액의 양도소득세를 체납하게 되었고, 정부(원고)는 어머니 B의 피고에 대한 금원 지급 행위가 다른 채권자인 정부의 권리를 해하는 '사해행위'라며 취소를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어머니 B가 피고에게 돈을 지급함으로써 채무초과 상태에 빠졌고, 이 행위는 세금 채무를 회피하려는 목적으로 이루어진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피고가 정부에 해당 금액을 반환하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어머니 B는 남편 C로부터 증여받은 부동산을 2017년 8월 25일에 9억 1천만 원에 매도하고, 같은 해 11월 30일에 매매대금을 받았습니다. B는 매매대금을 받은 당일 자녀인 A에게 110,908,320원을 지급했습니다. 이후 B는 2018년 1월 31일 양도소득세 예정 신고를 했으나, 세무서에서 이월과세 규정 적용을 배제하여 양도소득세를 262,429,088원으로 다시 계산하여 2018년 7월 31일까지 납부하라고 고지했습니다. B는 이 세금을 납부하지 않아 2019년 9월 기준으로 양도소득세와 가산금을 합하여 300,612,400원을 체납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대한민국(원고)은 B가 세금을 체납하게 될 것을 알면서도 자녀 A에게 돈을 지급한 행위가 국가의 채권을 해하는 '사해행위'라며 그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피고 A는 해당 금원이 어머니 B가 아버지 C의 자신에 대한 채무를 변제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다퉜습니다.
정부의 세금 채권이 사해행위 취소 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채권(피보전채권)에 해당하는지, 어머니 B가 자녀 A에게 돈을 지급할 당시 재산보다 빚이 더 많은 '무자력' 상태였는지, 어머니 B의 자녀 A에 대한 금원 지급 행위가 '증여'(대가 없이 주는 행위)인지 '변제'(빚을 갚는 행위)인지, 그 행위가 '사해행위'(채권자를 해하는 행위)에 해당하는지, 자녀 A가 그 행위가 채권자를 해한다는 사실을 알았는지(악의 여부)가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은 피고와 B 사이에 체결된 2017년 11월 30일자 110,908,320원의 금원 지급 행위를 취소하고, 피고는 원고(대한민국)에게 110,908,320원과 이에 대한 판결 확정일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5%의 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소송 비용은 피고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법원은 어머니 B가 부동산을 매도하여 양도소득세 채무가 추상적으로 성립한 상황에서, 자녀인 피고에게 1억 1천여만 원을 지급하여 채무초과 상태에 빠지게 된 것을 인정했습니다. 비록 이 금원 지급 행위가 증여가 아닌 아버지 C의 빚을 대신 갚는 '변제' 행위로 보일 여지도 있었으나, 법원은 가족 관계의 특수성과 세금 채무보다 이를 우선하여 변제할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는 점, 그리고 피고가 어머니 B의 재산 상황과 세금 발생 가능성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는 점 등을 종합하여, 채권자인 정부를 해할 의사를 가지고 이루어진 '사해행위'로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사해행위를 취소하고 피고에게 돈을 반환하라고 명령했습니다.
이 사건에 적용된 주요 법리는 '채권자취소권'입니다. 민법 제406조에 규정된 채권자취소권은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함을 알고 재산권을 목적으로 한 법률행위(사해행위)를 한 경우, 채권자가 그 행위를 취소하고 재산을 원상으로 회복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채권자취소권의 피보전채권: 채권자취소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보호받을 채권(피보전채권)이 있어야 합니다. 원칙적으로는 사해행위가 이루어지기 전에 발생한 채권이어야 하지만, 이 판결은 다음과 같은 예외를 인정했습니다. 사해행위 당시 이미 채권 성립의 기초가 되는 법률관계(예: 부동산 양도)가 발생했고, 가까운 장래에 채권이 성립될 고도의 개연성(예: 양도소득세 부과)이 있으며, 실제로 그 개연성이 현실화되어 채권이 성립된 경우(예: 세금 확정)에는 해당 채권도 피보전채권이 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조세채무는 과세요건이 충족되면 특별한 행위 없이도 성립하며, 양도소득세는 자산 양도일이 속하는 달의 말일에 추상적으로 납부의무가 성립합니다.
채무자의 무자력: 채권자취소권이 성립하려면 채무자가 사해행위로 인해 '무자력' 상태, 즉 재산보다 빚이 더 많은 상태가 되어야 합니다. 무자력 판단 시 채무에 가까운 장래에 발생할 고도의 개연성이 있는 채무도 소극재산에 포함시켜 판단합니다.
사해의사 및 수익자의 악의 추정: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하려는 의사(사해의사)를 가지고 재산을 처분한 경우 사해행위가 됩니다. 이 경우 재산을 받은 사람(수익자)도 그 사실을 알았다고 추정되며(악의 추정), 수익자가 이를 몰랐다는 사실(선의)을 스스로 증명해야 합니다.
변제행위의 사해성: 채무자가 여러 채권자 중 특정 채권자에게 빚을 갚는 '변제' 행위는 원칙적으로 채권자취소권의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처럼 채무자가 채무초과 상태에 빠져 있거나 그에 임박한 상태에서 특정 채권자(특히 친족)에게만 변제함으로써 다른 채권자에게 손해를 가하는 경우에는, 변제 행위라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사해행위가 될 수 있습니다.
채무자가 세금 등 국가에 갚아야 할 돈을 알고 있으면서 재산을 제3자, 특히 가족에게 증여하거나 부당하게 변제하는 경우, 채권자인 국가나 다른 일반 채권자는 '사해행위 취소 소송'을 통해 그 재산을 다시 채무자에게 돌려놓고 채권을 회수할 수 있습니다. '사해행위'는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함을 알면서 재산을 처분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이때 재산을 받은 사람(수익자)이 채무자의 사해의사, 즉 채권자를 해하려는 의도를 알았을 경우에만 취소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처럼 채무자와 수익자가 부모 자식 관계 등 특별한 관계인 경우, 채무자에게 사해의사가 인정되면 수익자도 그 사실을 알았다고 '추정'되므로, 수익자가 자신이 선의였다는 점(사해의도를 몰랐다는 점)을 스스로 증명해야 합니다. 세금 채무의 경우, 부동산 양도일과 같이 법률이 정한 과세요건이 충족되면 납세의무가 추상적으로 성립합니다. 따라서 비록 세금 금액이 확정되지 않았더라도, 해당 채무가 사해행위 발생 시점에 이미 성립의 기초가 되는 법률관계가 발생하고 가까운 장래에 채권이 성립될 개연성이 있었다면, 채권자취소권의 보호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채무자가 여러 채권자 중 특정 채권자에게만 빚을 갚는 '변제' 행위는 원칙적으로 사해행위가 아니지만, 이 사건처럼 채무자가 지급할 다른 빚(세금)이 많아 채무초과 상태에 빠지게 되는 상황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특정 채권자(특히 가족)에게만 우선적으로 변제하는 경우에도 사해행위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특히 채무자가 중대한 재산 처분(부동산 매도 등) 직후에 가족에게 돈을 지급하는 행위는 채권 회피 의도가 있다고 의심받을 수 있으므로 신중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