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채무 · 행정
원고 A는 채무자 C에 대해 공정증서에 기한 1,300만 원의 합의금 채권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 채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채무자 C는 이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에서 패소하여 판결이 확정된 상태였습니다. C는 2018년 11월 1일 자신의 유일한 재산인 부동산에 대해 아들인 피고 B에게 채권최고액 7,000만 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었습니다. 원고 A는 당시 C가 무자력 상태였으며 피고 B에게 실제 채무가 없었음에도 강제집행을 피하기 위해 근저당권을 설정해 준 것이므로 사해행위로서 취소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 사건 설정계약 이전에 해당 부동산에는 주식회사 G 또는 주식회사 F이 근저당권자인 총 8,421만 원 상당의 3개 선순위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었고, C가 2018년 11월 1일 E조합으로부터 1억 415만 원을 대출받아 이 중 8,446만 원으로 위 선순위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를 변제하고 등기를 말소한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또한 피고 B에게 설정해 준 7,000만 원 근저당권은 피고 B가 2018년 7월 12일 C와 체결하여 채권최고액 1억 1,000만 원으로 설정했던 기존 근저당권을 말소하는 대신 새롭게 설정된 것임을 보았습니다.
원고 A는 채무자 C에게 1,300만 원의 채권을 가지고 있었으나, C가 자신의 유일한 재산인 부동산에 대해 아들인 피고 B에게 채권최고액 7,000만 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자, 이를 강제집행을 면하려는 사해행위로 판단했습니다. 이에 원고 A는 해당 근저당권 설정 계약의 취소와 등기 말소를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채무자가 무자력 상태에서 자신의 유일한 부동산에 아들에게 근저당권을 설정해준 행위가 다른 채권자의 채권을 해치는 사해행위에 해당하는지, 특히 해당 근저당권이 기존에 설정되어 있던 선순위 근저당권 채무를 변제하기 위한 대출이나 기존에 설정되어 있던 더 높은 금액의 근저당권을 말소하고 대체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 경우에도 사해행위로 볼 수 있는지 여부.
법원은 원고 A의 청구를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채무자 C의 근저당권 설정 행위가 기존에 존재하던 선순위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를 변제하고 새로운 근저당권을 설정하거나, 기존의 더 큰 금액의 근저당권을 대체하는 방식이었음을 인정했습니다. 이러한 행위는 채무자의 책임재산이 감소하여 공동담보를 부족하게 만든 사해행위로 볼 수 없으므로, 원고 A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본 사건은 민법 제406조(채권자취소권)의 적용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민법 제406조는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함을 알고 재산권을 목적으로 한 법률행위를 한 때 채권자가 그 행위를 취소하고 원상회복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합니다. 사해행위가 성립하려면 ① 채무자의 법률행위로 인해 채무자의 책임재산이 감소하여 채무초과 상태가 되거나 이미 채무초과 상태인 채무자의 책임재산이 더욱 감소해야 하고, ②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칠 의사(사해의사)가 있어야 합니다. ③ 이익을 받은 수익자 또한 그러한 사해의사를 알고 있었어야 합니다. 다만, 채무초과 상태에서 유일한 재산을 처분하는 경우에는 사해의사가 추정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판례는 저당권이 설정된 목적물의 경우, 일반 채권자들의 공동담보가 되는 책임재산은 피담보채권액을 공제한 나머지 부분만을 의미한다고 봅니다(대법원 2003다39989 판결, 2010다25671 판결 등). 따라서 어떤 법률행위로 인해 채무자의 공동담보가 법률행위 이전보다 부족하게 된 것이 아니라면 사해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합니다. 특히, 채무초과 상태에 있는 채무자가 선순위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를 변제하고 그 등기를 말소하는 대신 동일한 금액을 피담보채무로 하는 새로운 근저당권설정등기를 설정하는 행위는 채무자의 공동담보를 부족하게 하는 것이 아니어서 사해행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봅니다(대법원 2003다19435 판결, 2006다43620 판결 등). 본 사례에서는 채무자가 기존 선순위 채무를 변제하기 위해 새로운 대출을 일으키고 근저당권을 설정한 점, 그리고 피고에게 설정해준 근저당권이 기존의 더 높은 금액의 근저당권을 대체하는 형태였던 점을 근거로 채무자의 공동담보가 부족하게 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채무자가 자신의 재산을 처분하거나 담보로 제공하는 행위가 항상 사해행위로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은 해당 법률행위로 인해 채무자의 전체 재산 중 채권자들이 공동으로 변제받을 수 있는 책임재산이 실질적으로 감소했는지 여부입니다. 특히, 기존에 설정되어 있던 다른 담보(선순위 근저당권 등)를 해소하고 그 금액 상당으로 새로운 담보를 설정하는 경우처럼, 담보 가치에 변동이 없거나 오히려 공동담보가 증가하는 경우에는 사해행위로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대출을 받아 기존 채무를 변제하고 새로운 근저당권을 설정하거나, 더 높은 금액으로 설정되어 있던 기존 근저당권을 말소하고 더 낮은 금액으로 새로운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사해행위 주장을 하려면 채무자가 해당 행위를 통해 채권자의 채권을 해칠 의도가 있었고 상대방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지만, 본 사례처럼 담보를 대체하는 경우에는 재산 감소 여부 자체가 핵심 쟁점이 됩니다. 관련된 모든 거래 내역(기존 대출금, 변제 내역, 신규 대출 및 근저당권 설정 내역 등)을 명확히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