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배상 · 의료
원고는 낙상사고 후 B병원에서 초기 진료를 받았으나 경추 손상을 진단받지 못하고 G병원으로 전원되었습니다. G병원에서 뒤늦게 경추 손상 및 척수 손상이 확인되어 수술 및 치료를 받았지만 사지마비 상태가 되었습니다. 법원은 B병원 의료진이 낙상 환자에 대한 경추 손상을 의심하고 고정 조치를 취하지 않아 원고의 척수 손상을 악화시킨 과실이 있다고 보아 B병원에 약 7억 3천 5백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그러나 G병원 의료진의 과실은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원고는 2018년 8월 5일 새벽 낙상 사고를 당해 가족에게 발견되었고, 이마 상처, 침 흘림, 몸 뻣뻣해짐, 구토 및 어지럼증을 호소하여 같은 날 12시 46분경 B병원으로 후송되었습니다. B병원 내원 당시 원고는 기면 상태였으며, 뇌 CT 검사 결과 외상성 경막하 출혈이 진단되었으나 다른 검사에서는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B병원 의료진은 입원을 권유했지만, 원고 보호자들이 연고지인 G병원으로 전원을 희망하여 원고는 약 3시간에 걸쳐 G병원으로 이송되었습니다. G병원에 내원 당시 원고의 의식은 명료했지만 목과 팔, 다리 통증을 호소했고, 뇌 CT 검사 직후 목 아래 감각이 없다고 호소하여 경추 CT 검사를 진행했습니다. 이 검사를 통해 제6-7번 경추의 아탈구 소견이 확인되었고 뒤늦게 경추보호대가 적용되었습니다. 이후 G병원에서 경추 척수 손상이 확인되었고, 원고는 사지마비 상태에 이르렀습니다. G병원에서 두 차례 수술을 받았고, 인공호흡기 치료 과정에서 치아 손상이 발생했으며, 욕창이 발생하고 악화되어 여러 치료를 받은 후 요양병원으로 전원되었습니다. 현재 원고는 경추 척수 손상으로 인한 사지마비 상태입니다. 원고는 B병원과 G병원 의료진의 과실로 인해 이러한 결과가 발생했다며 두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B병원 의료진의 과실 여부는 낙상 환자에게 경추 손상을 의심하여 적절한 검사 및 경추 보호대 고정 조치를 취했는지, 그리고 흉부 CT 영상에서 확인될 수 있는 경추 골절을 진단하지 못한 과실이 있는지 여부였습니다. 또한 G병원 의료진의 과실 여부는 전원 직후 경추 보호대 미적용으로 인한 척수 손상 악화, 무리한 기관내삽관으로 인한 치아 손상, 욕창 발생 및 악화 방지 조치 미흡 여부가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은 피고 B병원이 원고에게 735,781,377원 및 이에 대해 2018년 8월 5일부터 2023년 12월 22일까지는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원고의 피고 B병원에 대한 나머지 청구와 피고 학교법인 C에 대한 청구는 모두 기각되었습니다. 소송비용은 원고와 B병원 사이에 발생한 부분 중 1/2은 원고가, 나머지는 B병원이 부담하며, 원고와 학교법인 C 사이에 발생한 부분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법원은 B병원 의료진이 낙상 사고 환자인 원고의 경추 손상을 의심하고 적절한 검사 및 고정 조치를 취하지 않아 척수 손상을 악화시킨 과실을 인정했습니다. 다만, 원고가 사고 당시 이미 상당한 경추 손상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점 등을 고려하여 B병원의 책임 비율을 50%로 제한했습니다. G병원 의료진의 경우, 의료행위 수준에 비추어 최선을 다했다고 판단하여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B병원이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전원시키는 과정에서 의료 기록을 제대로 제공했는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관련 법규인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11조(의료기록의 이송 등)는 '응급의료기관등에 종사하는 의사 또는 치과의사는 다른 의료기관등으로 응급환자를 이송하는 경우에는 응급환자 진료에 필요한 의무기록을 함께 이송하거나 팩스ㆍ컴퓨터통신 등을 이용하여 신속하게 해당 의료기관등에 보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본 판례에서는 B병원이 진료의뢰서, 진단서 및 CT·X-ray 검사 결과 영상들을 G병원에 함께 보냈으므로 이 법 조항을 위반했다고 보지는 않았습니다. 핵심적으로는 의료진의 주의의무가 강조되었습니다. 의사는 환자의 생명, 신체, 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특성상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과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최선의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특히 낙상으로 인한 두부 손상 환자의 경우, 경추 손상을 당연히 의심하고 경추부 CT 촬영 등의 검사를 하거나 경추 보호대 착용과 같은 추가 손상 예방 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B병원 의료진은 이러한 의무를 다하지 못해 과실이 인정되었습니다. 또한 사용자 책임(민법 제756조) 원칙에 따라, B병원 의료진의 과실에 대해 B병원이 그 사용자로서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되었습니다. 다만, 손해배상 책임의 제한이 적용되어, 원고가 B병원 내원 이전에 이미 상당한 경추 손상을 입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점 등을 고려하여 B병원의 책임 비율은 50%로 제한되었습니다. 이는 손해의 공평하고 타당한 분담이라는 손해배상 제도의 이념에 부합하는 판단입니다.
낙상과 같이 외부 충격에 의한 사고가 발생하고 두부 손상이 동반될 경우, 경추(목뼈) 손상의 가능성을 반드시 인지하고 즉시 의료진에게 알려야 합니다. 환자가 의사소통이 어렵거나 증상이 불확실하더라도, 의료진은 사고 경위와 초기 증상을 종합하여 잠재적인 경추 손상을 적극적으로 의심하고 관련 정밀 검사를 선제적으로 실시해야 합니다. 환자의 상태가 불안정하거나 척추 손상이 의심될 경우, 추가적인 손상을 막기 위한 경추보호대 착용 등 고정 조치를 의료진에게 요청하고 실제 적용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다른 병원으로 전원할 때는 전원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진단 지연이나 치료 지연 등 잠재적 위험에 대해 의료진에게 충분한 설명을 요청하고, 의료기록(검사 영상 포함)이 새로운 병원으로 제대로 전달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중환자실 입원 환자처럼 거동이 어려운 경우 욕창 발생 위험이 높으므로, 환자 및 보호자는 체위 변경, 피부 상태 확인 등 욕창 예방 및 관리에 지속적으로 주의를 기울이고 의료진과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합니다. 의료행위 관련 분쟁 발생 시, 당시의 의료 기록을 면밀히 검토하고 의료 전문가의 감정을 통해 의료 과실 여부 및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손해배상액 산정 시에는 발생한 손해뿐만 아니라 사고 발생 경위, 환자의 기존 질환 등 여러 요인을 고려하여 의료기관의 책임 범위가 제한될 수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