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 건물 병원 미입점으로 인한 보증금 반환 및 차임 감액 분쟁

원고는 약국 운영을 목적으로 건물 시행사로부터 두 개의 상가 부동산을 임차했습니다. 임대차 계약 후 시행사는 해당 부동산들을 다른 피고들에게 매각했고, 원고가 기대했던 병원 입점은 무산되었습니다. 이에 원고는 임대차 계약이 무효, 취소 또는 해지되었으므로 시행사 또는 새로운 소유자들에게 임대차보증금을 반환하거나, 경제 사정 변경을 이유로 차임을 감액해달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임대인 지위가 매매로 인해 새로운 소유자들에게 이전되었다고 판단하여 원 시행사에 대한 주장을 기각했습니다. 또한, 병원 미입점은 계약의 무효, 취소 또는 해지 사유나 차임 감액의 경제 사정 변경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이미 계약 해지에 합의된 부동산에 대해서는 미지급 차임을 공제한 임대차보증금의 일부를 새로운 임대인들로부터 반환받을 수 있다고 판결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A: 건물 내 약국 운영을 목적으로 부동산 2곳을 임차한 임차인입니다.
• 피고 주식회사 B: 원고에게 부동산을 임대한 최초의 임대인으로, 건물의 분양 시행사입니다.
• 피고 C, D: 제1 부동산을 주식회사 B로부터 매수하여 원고의 제1 임대차계약에 대한 새로운 임대인이 된 사람들입니다. K 사망 후 D가 상속받아 C와 공동 임대인 지위입니다.
• 피고 E: 제2 부동산을 주식회사 B로부터 매수했으나, 이후 피고 F에게 다시 매도한 중간 매수인입니다.
• 피고 F: 피고 E로부터 제2 부동산을 매수하여 원고의 제2 임대차계약에 대한 새로운 임대인이 된 사람입니다.

분쟁 상황

원고는 약국을 운영할 목적으로 하남시의 한 건물 1층에 있는 두 호실을 임차했습니다. 계약 당시 원고는 건물에 병원이 입점할 것을 기대하고 있었으며, 이는 권리금 계약에서도 중요한 조건이었습니다. 그러나 임대차 계약 체결 후 건물의 소유권은 최초 임대인인 시행사에서 다른 피고들에게 매각되어 변경되었고, 기대했던 병원의 입점은 결국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이에 원고는 병원 입점 무산을 이유로 임대차 계약이 정지조건 불성취로 무효이거나, 착오로 취소되거나, 사정 변경으로 해지되었다고 주장하며, 최초 임대인 또는 현재 소유자들에게 이미 지급한 임대차보증금 1억 5천만 원의 반환을 요구했습니다. 또한, 대체 청구로 병원 미입점으로 인한 경제 사정 변동을 이유로 월 차임 4백만 원대에서 2백만 원으로 감액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핵심 쟁점

1. 임대차 계약 체결 후 부동산 소유권이 변경되었을 때, 최초 임대인인 주식회사 B가 여전히 임대인 지위를 유지하는지, 혹은 매수인들에게 임대인의 지위가 승계되는지 여부.
2. 건물 내 병원 입점을 기대하고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으나 병원 입점이 무산된 경우, 이를 이유로 임대차 계약을 정지조건 불성취로 인한 무효, 동기의 착오로 인한 취소, 또는 사정 변경으로 인한 해지 사유로 볼 수 있는지 여부.
3. 병원이 입점하지 않게 된 상황을 민법 제628조의 '경제사정의 변동으로 약정한 차임이 상당하지 아니하게 된 때'로 보아 차임을 감액할 수 있는지, 그리고 차임 감액 청구의 소송 형태가 적법한지 여부.
4. 임대차보증금 반환 의무가 누구에게 있으며, 미지급 차임 등을 공제한 후 얼마를 반환해야 하는지 여부.

법원의 판단

1. 주위적 청구(피고 주식회사 B 및 병존적 채무인수 주장) 기각: 법원은 임대차 계약 특약사항에 "현 호실은 분양 중에 있으므로 동일 조건으로 수분양주에게 인수됨을 임차인은 인지하고 동의한다"는 내용이 있음을 근거로, 임대인 지위가 부동산 매도 시 피고 회사에서 각 부동산의 매수인들에게로 이전되었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피고 회사에 대한 임대차보증금 반환 청구는 기각되었고, 임대인 지위가 피고 회사에 있다는 전제하에 제기된 병존적 채무인수 주장도 기각되었습니다.
2. 제1 예비적 청구(차임 감액 청구) 각하: 원고가 민법 제628조를 근거로 차임 감액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차임감액청구권은 형성권으로서 법원에 직접 형성판결을 구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니며, 이행의 소로 보더라도 임대인의 어떠한 이행행위를 필요로 하지 않으므로 직접 차임의 감액을 구할 이익이 없다고 보아 소송을 각하했습니다.
3. 제2 예비적 청구(임대차보증금 반환 청구) 일부 인용 및 일부 기각:
   • 피고 C, D에 대한 청구: 제1 임대차계약이 2022년 1월 6일 원고와 피고 C, D의 합의로 해지되었고, 원고가 부동산을 인도한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따라서 피고 C, D은 원고에게 미지급 차임 74,138,666원을 공제한 나머지 임대차보증금 8,361,334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2023년 1월 7일부터 2023년 5월 30일까지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을 공동하여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 피고 F에 대한 청구: 제2 임대차계약도 2021년 11월 24일 원고와 피고 F의 합의로 해지되었고, 부동산을 인도한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원고가 주장한 차임 감액은 병원 미입점이 민법 제628조의 경제사정 변동에 해당하지 않아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피고 F은 원고에게 미지급 차임 56,772,000원을 공제한 나머지 임대차보증금 10,728,000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2021년 11월 25일부터 2023년 5월 30일까지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 원고의 나머지 제2 예비적 청구(정지조건 불성취, 착오, 사정변경을 이유로 한 계약 무효/취소/해지 주장 불인정 및 그에 따른 보증금 전액 반환 요구)는 모두 기각되었습니다.

결론

원고의 주된 청구들은 임대인 지위의 이전, 계약 무효/취소/해지 사유 불인정, 차임 감액 청구의 부적법성 등의 이유로 대부분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미 계약이 합의 해지된 부동산에 대해서는 새로운 임대인들로부터 미지급 차임을 공제한 나머지 임대차보증금의 일부를 반환받게 되었습니다. 최종적으로 원고는 피고 C, D으로부터 8,361,334원, 피고 F으로부터 10,728,000원 및 각 지연손해금을 지급받게 되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1. 민법 제628조 (차임증감청구권)​: "임대물에 대한 공과부담의 증감 기타 경제사정의 변동으로 인하여 약정한 차임이 상당하지 아니하게 된 때에는 당사자는 장래에 대한 차임의 증감을 청구할 수 있다." 이 조항은 임대차 계약 중 차임이 사회 경제적 상황 변화 등으로 불균형하게 되었을 때 당사자가 차임 조정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인 '형성권'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본 사안에서 병원 미입점이라는 사유가 위 조항이 정한 '경제사정의 변동'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차임 감액 청구는 상대방에게 의사표시가 도달하면 바로 효력이 발생하므로, 법원에 직접 차임을 감액해달라는 판결(형성판결)을 구하는 것은 적법하지 않다고 보았습니다.
2. 민법 제109조 (착오로 인한 의사표시)​: "의사표시는 법률행위의 내용의 중요 부분에 착오가 있는 때에는 취소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착오가 표의자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때에는 취소하지 못한다." 법원은 원고가 병원 입점을 기대한 사실은 인정했으나, 이것이 계약의 내용으로 포함되었다고 보지 않았고, 단순히 동기의 착오일 뿐 법률행위의 중요 부분에 관한 착오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3. 신의성실의 원칙 및 사정변경의 원칙 (대법원 판례)​: "계약 성립 당시 당사자가 예견할 수 없었던 현저한 사정의 변경이 발생하였고, 그러한 사정의 변경이 해제권을 취득하는 당사자에게 책임 없는 사유로 생긴 것으로서, 계약 내용대로의 구속력을 인정한다면 신의칙에 현저히 반하는 결과가 생기는 경우에 계약준수 원칙의 예외로서 인정된다." (대법원 2013다13637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본 사안에서 법원은 병원 미입점 상황을 위 기준에 부합하는 '예견할 수 없었던 현저한 사정 변경'으로 보지 않았으며, 계약 내용의 구속력을 인정하는 것이 신의칙에 현저히 반한다고도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주장을 기각했습니다.
4. 부동산 매매와 임대인 지위 승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대차 목적물인 부동산의 소유권이 이전되면 임대인의 지위도 새로운 소유자에게 승계됩니다. 본 사건에서는 임대차 계약의 특약으로 이러한 지위 승계에 대한 합의가 명시되어 있었으므로, 임차인의 대항력 유무와 관계없이 임대인 지위는 매수인들에게 이전된 것으로 보았습니다.

참고 사항

1. 임대차 계약 시 특약사항 명확화: 상가 임대차 계약 시, 건물에 특정 시설(예: 병원, 학원 등)이 입점하는 것이 계약의 중요한 전제 조건이라면, 이를 특약사항에 명확히 기재하고 불이행 시 계약의 효력(무효, 해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조항을 포함해야 합니다. 단순히 '기대'만으로는 법적 효력을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2. 임대인 지위 승계에 대한 이해: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상 대항력을 갖추더라도, 임대차 계약서에 임대인 지위가 새로운 소유자에게 승계될 것을 명시적으로 합의했다면, 소유권 변경 시 임대인 지위는 매수인에게 이전됩니다. 따라서 최초 임대인에게 보증금 반환을 청구하기 어렵게 될 수 있습니다.
3. 동기의 착오 및 사정 변경에 의한 계약 해지/취소 요건: 동기의 착오를 이유로 계약을 취소하려면, 해당 동기가 계약의 내용으로 명시적으로 표시되었고, 그 착오가 법률행위의 중요 부분에 해당해야 합니다. 또한 사정 변경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하려면, 당사자가 예견할 수 없었던 현저한 사정 변경이 발생했고, 계약 구속력을 인정하면 신의칙에 현저히 반하는 결과가 생겨야 합니다. 단순한 사업 환경 변화나 기대 불충족은 이러한 요건을 충족하기 어렵습니다.
4. 차임 감액 청구 소송의 형태: 민법상 차임 감액 청구권은 형성권으로, 상대방에게 감액 청구 의사를 표시하면 곧바로 차임이 객관적으로 상당한 범위로 감액됩니다. 따라서 법원에 직접 '차임을 감액하라'는 판결을 구하는 소송(형성의 소)은 부적법할 수 있습니다. 대신, 감액된 차임 이상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채무부존재확인'을 구하거나, 감액된 차임을 지급하며 상대방이 제기할 수 있는 차임 연체에 대한 소송에 방어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5. 보증금 반환 시 미지급 차임 공제: 임대차 계약이 종료되면 임대인은 임대차보증금에서 미지급 차임이나 원상회복 비용 등을 공제한 잔액을 임차인에게 반환합니다. 따라서 보증금 전액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