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 · 노동
원고 A 주식회사는 C 주식회사와 공동운영협약을 체결하였으나, C이 운영비를 미납하자 C의 직원 E이 피고 B 명의로 연대보증계약을 체결하고 원고에게 제출했습니다. 원고는 피고가 E에게 연대보증 권한을 위임했거나, 대리권 수여 표시 또는 권한을 넘는 표현대리가 성립하여 피고에게 연대보증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며 미납 운영비 및 부당이득금 171,013,674원의 지급을 청구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E에게 피고를 대리할 권한이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표현대리 또한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원고 A 주식회사는 C 주식회사와 D 컨테이너 야적시설에 대한 공동운영협약을 맺었습니다. 그러나 C 주식회사가 2015년 11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공동운영비용과 관리비를 납부하지 않았고, 계약기간 만료 후에도 D 부지를 점유하여 부당이득을 취했습니다. 이에 C의 미납금액이 약 4억 원에 이르자, C의 직원 E은 피고 B 명의로 총 55,813,600원 및 향후 발생할 공동운영비용에 대한 연대보증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원고는 피고가 이 연대보증계약에 따라 C의 미납금 중 일부인 171,013,674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피고 B가 C 주식회사의 미납 운영비에 대한 연대보증 책임이 있는지 여부와 관련하여, E이 피고를 대리하여 연대보증계약을 체결할 적법한 권한이 있었는지, 그리고 설령 권한이 없었더라도 민법상 대리권 수여의 표시에 의한 표현대리(민법 제125조) 또는 권한을 넘은 표현대리(민법 제126조)가 성립하는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법원은 원고 A 주식회사의 피고 B에 대한 청구를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피고 B가 C 주식회사의 직원 E에게 연대보증계약 체결에 대한 대리권을 위임하였다고 볼 증거가 없으며, 위임장 또한 피고의 진정한 의사에 의해 작성된 것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피고가 C의 형식적 대표이사 명의를 대여하고 인장과 신분증을 교부한 사실만으로는 E에게 연대보증에 대한 대리권을 수여했다고 볼 수 없고, 원고가 E에게 대리권이 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하여 표현대리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에 따라 피고에게 연대보증책임이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 사건 판결은 대리권의 유무 및 표현대리 성립 요건에 대한 중요한 법리를 다루고 있습니다.
민법 제125조 (대리권 수여의 표시에 의한 표현대리): 이 조항은 본인이 특정인에게 대리권을 주었다는 사실을 다른 사람(제3자)에게 표시한 경우, 실제로는 대리권을 주지 않았더라도 그 표시된 범위 내에서는 본인이 대리행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저 사람은 내 대리인입니다'라고 명시적으로 말하거나, 그 사람에게 대리권을 상징하는 서류를 주어 상대방이 대리권을 믿게 만드는 경우에 적용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피고 B가 E에게 연대보증계약 체결에 대한 대리권을 주었다는 표시를 원고에게 직접 했다고 볼 증거가 없었습니다. 특히 단순히 회사 대표이사 명의를 빌려준 것만으로는 개인의 연대보증 책임과 같은 중대한 법률 행위에 대한 대리권 수여의 표시로 볼 수 없다고 판단되었습니다.
민법 제126조 (권한을 넘은 표현대리): 이 조항은 어떤 사람이 실제로는 대리권이 있지만 그 권한의 범위를 넘어서 법률행위를 한 경우, 상대방이 그 사람에게 권한이 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다면 본인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이 경우 '기본 대리권'은 존재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회사 직원이 원래는 물건을 구매할 대리권만 있었는데, 회사를 대신하여 건물을 임대하는 계약을 체결한 경우 등을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에서는 E에게 피고 B를 대리하여 어떠한 법률행위를 할 수 있는 '기본 대리권' 자체가 없었다고 법원은 판단했습니다. 또한, 원고가 피고의 인감증명서나 직접적인 확인 없이 E의 연대보증계약 체결을 믿은 것은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에 부족하다고 보았습니다. 연대보증과 같은 중요한 계약은 본인의 의사를 더욱 철저히 확인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되었습니다.
민사소송법 제358조 (문서의 진정성립의 추정): 이 법규는 어떤 문서에 찍힌 도장(인영)이 그 문서의 작성 명의인의 도장(인장)에 의해 찍힌 것이 맞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도장을 찍은 행위(날인행위)가 작성 명의인의 의사에 따른 것으로 추정된다는 원칙입니다. 그리고 일단 날인행위의 진정성립이 추정되면 문서 전체가 작성 명의인의 의사로 작성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러나 이 추정은 도장을 찍은 행위가 작성 명의인 이외의 다른 사람에 의해 이루어졌거나, 작성 명의인의 의사에 반하여 이루어졌음이 밝혀지면 깨집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의 도장이 연대보증계약서에 찍혀 있었지만, E이 피고 몰래 임의로 날인했다는 피고의 주장이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졌고, 위임장에 인감증명이나 자필 기재 부분이 없어 위임장의 진정성립 자체가 의심받아 추정이 깨졌습니다. 이는 문서에 도장이 찍혀있어도 본인의 의사에 따른 것인지 철저히 확인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줍니다.
회사의 중요한 채무에 대한 연대보증 계약을 체결할 때에는 다음과 같은 사항에 유의해야 합니다. 연대보증을 요구하는 쪽에서는 보증인의 진정한 의사를 반드시 직접 확인하고, 인감증명서나 신분증 사본을 위임장과 함께 첨부하도록 요구하여 문서의 진정성립을 확보해야 합니다. 단순히 도장이 찍혀있거나 대표이사 명의로 되어있다고 해서 본인의 의사가 반영된 것이라고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회사의 대표이사 명의를 빌려주는 경우라도, 개인적인 채무나 연대보증과 같이 중대한 법률 행위에 대한 대리권까지 수여하는 것으로 해석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명의대여와 관련된 법률 행위의 범위에 대해 명확한 합의를 하고 서면으로 남기는 것이 중요합니다. 대리인을 통해 계약이 진행될 때는 대리인의 기본 대리권의 범위와 해당 계약을 체결할 권한이 있는지 철저히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큰 금액의 채무를 보증하는 계약은 본인의 직접적인 서명, 날인, 그리고 인감증명서 확인 등 보증 의사를 명확히 할 수 있는 추가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이 분쟁을 예방하는 데 필수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