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대차
원고는 피고와 공장 임대차 계약을 맺고 섬유원단 임가공 공장을 운영하던 중, 물환경보전법상 폐수배출허용기준을 초과하여 여러 차례 배출부과금 부과와 조업정지 명령을 받았습니다. 이에 원고는 사업이 어려워지자 '사정변경'을 이유로 임대차 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공장을 이전한 뒤, 피고를 상대로 임대차보증금 잔액 46,000,000원 및 지연손해금을 반환하라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원고는 피고가 과거 임차인의 폐수 초과 배출 사실을 고지하지 않아 기망에 의한 계약이거나, 사업 번창으로 인한 폐수 문제 발생이 계약 해지를 정당화하는 사정변경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원고의 주장을 모두 기각했습니다.
원고인 주식회사 A는 피고 B로부터 양주시의 토지와 공장을 임차하여 섬유원단 임가공 공장을 운영했습니다. 임대차 기간은 2018년 1월 1일부터 2022년 12월 31일까지였고, 보증금은 100,000,000원, 월 차임은 7,500,000원이었습니다. 그러나 원고는 공장 운영 중 2018년부터 2020년까지 물환경보전법상 배출허용기준을 초과하는 수질오염물질을 배출하여 4차례 배출부과금 부과 통지를 받고, 2019년부터 2020년까지 2차례 조업정지명령을 받았습니다. 이에 원고는 2020년 3월 31일 피고에게 사정변경을 이유로 임대차 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공장을 이전한 후, 연체 차임 54,000,000원을 공제한 나머지 보증금 46,000,000원 및 지연손해금의 반환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임대차계약 당시 공장의 과거 폐수배출 초과 사실을 고지할 의무가 있었는지 여부였습니다. 둘째, 임차인의 사업 확장으로 인해 폐수배출 허용기준을 초과하게 되어 공장 운영이 어려워진 상황이 임대차 계약의 해지를 정당화하는 '사정변경'에 해당하는지 여부였습니다.
법원은 원고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고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피고가 과거 임차인의 폐수 초과 배출 사실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으며, 설령 알았더라도 임차인 스스로 폐수배출 허용기준을 인지하고 있었고 생산량 증가에 따라 초과하게 된 것이므로 고지의무 위반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폐수배출용량 변동은 임대차 계약의 성립 기초가 되는 사정이 아니었고, 임차인이 법령상 기준을 알고 있었으므로 사업 확장으로 인한 폐수 문제와 손해는 임차인이 감당해야 할 부분이며, 이는 계약 해지를 정당화하는 사정변경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원고의 주위적 청구(기망에 의한 계약 취소 및 부당이득 반환)와 예비적 청구(사정변경으로 인한 계약 해지 및 보증금 반환)를 모두 기각했으며, 소송 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이로써 원고는 임대차보증금 잔액을 돌려받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두 가지 주요 법리적 쟁점이 다루어졌습니다. 첫째는 '신의성실의 원칙상 고지의무'입니다. 재산적 거래에서 계약 당사자는 상대방의 계약 효력에 영향을 미치거나 권리 확보에 위험을 가져올 수 있는 구체적인 사정을 고지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대법원 2014. 7. 24. 선고 2013다97076 판결 등), 상대방이 이미 알거나 스스로 확인할 의무가 있는 경우, 또는 거래 관행상 당연히 알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에는 고지의무 위반으로 보지 않습니다. 이 판례에서 법원은 임대인이 과거 임차인의 폐수 초과 배출 사실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고, 임차인 스스로 폐수배출 허용기준을 알고 있었으므로 임대인의 고지의무 위반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둘째는 '사정변경으로 인한 계약 해제·해지'의 원칙입니다. 계약 성립의 기초가 된 사정이 현저히 변경되고 당사자가 이를 예견할 수 없었으며, 계약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당사자의 이해에 중대한 불균형을 초래하거나 계약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에 예외적으로 계약을 해제하거나 해지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07. 3. 29. 선고 2004다31302 판결, 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2다13637 전원합의체 판결 등).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사정'은 당사자들이 계약의 기초로 삼은 사정을 의미하며, 예견 가능했거나 일방 당사자가 위험을 떠안기로 한 사정은 포함되지 않습니다. 법원은 폐수배출용량이 계약의 조건으로 논의되지 않았고, 임차인이 법령상 기준을 알고 있었으므로, 사업 확장으로 인한 폐수 배출량 증가는 임차인이 감당해야 할 위험이며 사정변경으로 인한 계약 해지 사유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물환경보전법'은 폐수배출허용기준 등을 규정하여 수질오염물질 배출을 관리하는 법률이며, 이 법규 위반 시 배출부과금 및 조업정지 명령 등 행정처분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유사한 문제 상황에 처했을 때 다음 사항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첫째, 공장이나 사업장을 임대할 때, 특히 환경 관련 규제가 엄격한 업종의 경우, 임대차 계약 전 해당 시설의 환경 인허가 사항, 과거 환경 규제 준수 이력, 폐수 배출 허용 용량 등을 철저히 확인해야 합니다. 임차인 스스로 관련 법규(예: 물환경보전법)를 숙지하고, 사업 규모 확장을 고려한 시설 용량 및 환경설비의 적정성을 사전에 검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둘째, 임대차 계약 시 특정 사정(예: 폐수 배출 용량의 한계)이 계약의 성립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된다면, 이를 반드시 계약서의 특약사항으로 구체적으로 명시하여 추후 분쟁의 소지를 줄여야 합니다. 셋째, 사업 운영 중 발생하는 법규 위반 및 그에 따른 행정처분 위험은 원칙적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주체가 부담해야 할 책임으로 간주될 수 있으므로,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비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