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타 민사사건
한국토지주택공사(원고)가 주식회사 A(피고)에게 주거환경개선사업 전기·정보통신 설계용역을 맡기고 선급금을 지급했습니다. 그러나 사업이 장기간 지연되고 대전광역시의 사업계획 변경 고시가 있자, 원고는 기존 용역 결과물을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는 이유로 계약을 해지하고 선급금 반환을 청구했습니다. 피고는 원고의 해지가 부당하다고 주장하면서 용역 중지에 따른 금융비용, 계약 이행을 위해 지불한 보증·공제료, 그리고 이미 수행한 용역(기성고)을 선급금에서 상계하거나 공제해야 한다고 맞섰습니다. 법원은 원고의 계약 해지가 적법하다고 판단하면서도 피고가 주장한 보증·공제료와 일부 기성고를 인정하여 선급금 중 일부인 49,124,139원을 원고에게 반환하라고 판결했습니다.
2008년 3월 7일, 한국토지주택공사(원고)는 주식회사 A(피고)에게 대전C 주거환경개선지구의 전기·정보통신 설계용역을 계약금 300,800,000원에 도급하고 선급금 90,240,030원을 지급했습니다. 이 용역은 착공일이 2008년 3월 7일, 준공일이 2011년 3월 22일로 정해졌으나, 이후 용역기간은 2013년 4월 30일까지로 두 차례 변경되었습니다. 2012년 3월 22일 피고의 요청으로 용역이 중지되었고, 원고는 2013년 4월 3일 용역 중지를 통지했습니다. 이후 2016년과 2018년에 걸쳐 대전광역시 대덕구청과 원고 사이에 업무협약이 체결되고 대전광역시장이 사업구역 축소 및 민간사업자 포함 등 주요 사업내용을 변경 고시했습니다. 이에 원고는 기존 용역 결과물을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는 이유로 2020년 5월 29일 피고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선급금 반환을 요청했으나, 피고는 이를 거절하여 소송이 시작되었습니다.
본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대전광역시장의 사업계획 변경 고시가 용역계약 일반조건상 '객관적으로 명백한 공사의 불가피한 사정'에 해당하여 계약 해지가 적법한지 여부입니다. 둘째, 원고의 해지 주장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입니다. 셋째, 피고가 주장하는 용역 중지에 따른 금융비용, 계약이행보증증권 및 선급금보증증권 발급 비용, 그리고 이미 수행한 용역(기성고)이 선급금 반환액에서 상계 또는 공제될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대전광역시장이 2018년 7월 18일에 사업구역 면적을 축소하고 사업시행자에 민간사업자를 포함시키는 등 사업 내용을 변경 고시한 것이 용역계약 일반조건 제30조 제1항에서 정한 '객관적으로 명백한 공사의 불가피한 사정'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이 사건 사업의 특수성과 지연 및 변경 고시 경위를 종합할 때 이를 원고의 귀책사유로 볼 수 없으므로, 원고의 2020년 5월 29일 자 계약 해지 통보는 적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피고가 제기한 '장기간 계약 방치 후 해지는 신의성실의 원칙 위반'이라는 주장은 사정변경으로 인한 해지권이 인정되는 상황에서는 배제될 수 없다고 하여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상계 및 공제 주장에 대해서는, 용역 정지에 따른 금융비용은 원고의 책임 있는 사유로 용역이 정지된 것이 아니므로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계약 이행을 위해 피고가 납부한 보증·공제료 6,945,000원과 계획설계 단계까지 수행된 용역에 대한 기성고 34,170,891원은 인정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원고가 지급한 선급금 90,240,030원에서 이 두 금액을 합한 41,115,891원을 공제한 49,124,139원을 피고가 원고에게 반환해야 한다고 결론지었습니다.
본 사건에는 주로 다음과 같은 법령과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용역계약 일반조건 제30조 제1항 ('객관적으로 명백한 공사의 불가피한 사정'에 의한 해지권): 이 조항은 공공사업에서 발주처가 예측하기 어려운 중대한 상황 변화가 발생했을 때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합니다. 법원은 대전광역시장의 사업계획 변경 고시가 경기 침체, 사업성 악화, 정부 정책 변경 등으로 인해 발생한 '객관적으로 명백한 공사의 불가피한 사정'에 해당한다고 보아 원고의 계약 해지가 적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원고의 귀책사유 없이 발생한 상황 변화로 인해 기존 용역 결과물을 사용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사정변경으로 인한 계약 해지 법리 (대법원 2007. 3. 29. 선고 2004다31302 판결 등): 우리 법원은 계약 성립 당시 당사자들이 예상할 수 없었던 현저한 사정의 변경이 발생하고, 그 변경이 계약을 해지하는 당사자의 책임 없는 사유로 발생했으며, 계약 내용대로의 구속력을 유지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현저히 반하는 결과가 생기는 경우에 예외적으로 계약 해지를 인정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용역계약 일반조건 제30조가 이러한 사정변경으로 인한 해지권을 인정하는 취지와 같다고 보았습니다.
신의성실의 원칙 (민법 제2조): 계약 당사자들은 권리 행사 및 의무 이행을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해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피고는 원고가 계약을 장기간 방치하다가 해지하는 것이 신의칙에 반한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사정변경에 의한 적법한 해지권이 인정되는 경우라면, 사업 지연 사실만으로 신의칙 위반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용역계약 일반조건 제30조 제3항 (해지 시 기성 대가 및 비용 지급 의무): 이 조항은 발주처가 계약을 해지할 경우, 계약 상대방에게 이미 수행된 업무에 대한 대가(기성고)와 투입된 인력, 자재, 장비의 철수 비용을 지급할 의무가 있음을 규정합니다. 법원은 피고가 수행한 계획설계 단계의 기성고를 인정하여 선급금 반환액에서 공제하도록 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계약금액 300,800,100원에 대한 11.36%인 34,170,891원을 기성고로 인정했습니다.
지연손해금 (상법 제54조 및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 채무자가 금전 채무의 이행을 지체할 경우, 법정 이율에 따른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상법은 상사 채무의 법정 이율을 연 6%로,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은 소송이 제기된 후 일정 시점부터는 연 12%의 높은 이율을 적용하도록 규정합니다. 이에 따라 법원은 원고의 선급금 반환 청구 의사가 피고에게 도달한 다음 날부터 판결 선고일까지는 연 6%,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명령했습니다.
비슷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면 다음 사항들을 참고하는 것이 좋습니다.
계약 해지 조건 명확히 확인: 공공사업처럼 정책이나 외부 환경 변화에 민감한 사업의 경우, 계약서상 '사정변경으로 인한 계약 해지' 조항이나 '공사의 불가피한 사정' 등에 대한 조건을 사전에 꼼꼼히 검토해야 합니다. 어떤 경우에 계약을 해지할 수 있고 이때 어떻게 정산하는지 명확히 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진행 상황 증빙 자료 관리: 용역이 중단되거나 계약이 해지될 경우, 이미 수행된 용역의 범위(기성고)가 얼마나 되는지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자료를 철저히 보관해야 합니다. 설계 계획서, 진행 보고서, 관련 회의록 등은 추후 정산 과정에서 중요한 증거가 됩니다.
부대 비용 청구 가능성 검토: 계약 이행을 위해 지출된 보증서 발급 비용과 같은 부대 비용은 계약 해지 시 공제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관련 영수증이나 증빙 자료를 잘 보관하여 정산 시 활용해야 합니다.
장기간 사업 지연 시 대응: 사업이 장기간 지연될 경우, 용역 중지 합의나 계약 해지 요청 등 적절한 시기에 공식적인 의사 표현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순히 방치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상황을 관리해야 불리한 입장에 놓이는 것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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