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배상
시흥시가 PHC파일 구매 입찰에서 담합으로 인해 과도한 대금을 지급했다며 해당 파일 납품업체인 주식회사 A에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주식회사 A를 포함한 PHC파일 제조업체들은 B조합을 통해 물량 배정, 가격 유지, 입찰 담합 등의 불법 행위를 저질러 왔으며, 이는 이미 관련 형사판결에서 유죄로 확정된 바 있습니다. 법원은 주식회사 A의 담합 행위가 불법행위에 해당하여 시흥시에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으며, 최종 구매대금의 7.6245%에 해당하는 87,205,371원과 지연 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피고 주식회사 A는 PHC파일 생산 중소기업들이 설립한 비영리법인인 B조합의 회원사였습니다. B조합의 회원사들은 2009년 4월경부터 PHC파일 공급시장에서의 물량 배정 및 가격 유지를 협의하고, 정기적으로 실무자협의회 등을 개최하여 생산 및 판매 실적, 재고 현황 정보를 교환했습니다. 특히 관급 시장에서는 PHC파일 납품 단가를 높게 유지하고, 공동 감산 계획으로 생산량을 조절했습니다. 또한, 관급 PHC파일 구매 입찰에서 회원사들의 활동 지역, 생산량, 재고량, 입찰 적격점수 등을 고려하여 낙찰 예정사와 들러리사를 정하고 투찰 금액 수준을 결정하는 방식으로 입찰 담합을 실행했습니다. 발주기관이 공고하는 기초 금액을 높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무응찰, 단독 응찰, 예정가격 초과 응찰 등의 형태로 입찰을 유찰시켜 특정 회원사가 수의 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하기도 했습니다. 원고 시흥시는 2015년경 이러한 방식으로 진행된 PHC파일 입찰을 통해 피고와 구매 계약을 체결하고 2016년 10월 10일까지 총 1,143,752,000원을 지급했습니다. 이후 피고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던 인물 등 B조합 회원사들의 대표자들은 2016년경 조달청 등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PHC파일 구매 입찰의 공정을 해한 혐의(입찰방해죄 등)로 기소되어 2018년 10월 25일 유죄 판결이 확정되었습니다. 이 형사판결의 범죄 사실에는 시흥시와의 이 사건 구매 계약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주식회사 A를 포함한 PHC파일 업체들의 입찰 담합 행위가 실제로 있었는지, 이로 인해 시흥시가 손해를 입었는지, 그리고 손해배상액을 어떻게 산정할 것인지가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은 피고 주식회사 A가 원고 시흥시에 87,205,371원 및 이에 대한 2016년 10월 10일부터 2024년 6월 19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원고의 나머지 청구는 기각되었으며,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이 판결은 가집행할 수 있습니다.
법원은 피고 주식회사 A의 담합 행위로 인해 원고 시흥시가 손해를 입었음을 인정하고, 실제 구매대금의 7.6245%를 손해액으로 산정하여 배상 책임을 명했습니다.
이 사건은 주로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2017년 4월 18일 법률 제1481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9조 제1항 제8호를 근거로 판단되었습니다. 이 법 조항은 사업자들이 담합하여 입찰 또는 경매에서 낙찰자, 입찰가격 등을 결정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법원은 피고 주식회사 A가 B조합 회원사들과 공모하여 입찰 방해 행위를 저지른 것이 이 법률을 위반한 것이며, 이로 인해 원고 시흥시가 손해를 입었으므로 불법 행위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손해배상 범위와 관련해서는, 위법한 가격 담합으로 인해 재화나 용역을 매수한 경우 매수인이 입는 직접적인 손해는 실제 매수 가격과 담합 행위가 없었을 경우 형성되었을 가격(가상 경쟁 가격)의 차액이 된다는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여기서 가상 경쟁 가격은 담합 행위가 발생한 시장의 다른 가격 형성 요인을 유지한 채 담합 행위로 인한 가격 상승분만을 제외하는 방식으로 산정됩니다. 법원은 기존의 단순 전후 비교법이 시장 상황, 경쟁 정도 등 제반 경제적 요인을 고려하지 않아 합리성이 결여될 수 있다고 보았고, 중회귀분석과 같이 여러 변수를 통제하여 손해액을 산정한 결과가 더 신빙성이 높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민사 재판에서는 형사 재판의 사실 인정에 구속을 받지는 않지만, 동일한 사실관계에 관하여 이미 확정된 형사 판결이 유죄로 인정한 사실은 유력한 증거 자료가 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와 반대되는 사실은 인정하기 어렵다는 법리가 적용되어 입찰 담합 사실 인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공공기관이나 일반 기업이 특정 상품이나 서비스의 구매 입찰에서 항상 비슷한 업체들이 번갈아 가며 낙찰받거나, 예상보다 높은 가격으로 낙찰되는 경우가 반복된다면 담합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입찰이 의도적으로 유찰되어 특정 업체와 수의계약이 체결되는 경우도 담합의 한 형태로 볼 수 있습니다. 만약 유사한 담합 행위가 이미 형사 재판에서 유죄로 인정된 바 있다면, 이는 민사 소송에서 강력한 증거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손해액을 산정할 때는 단순히 담합 전후의 가격을 비교하는 방식보다는, 담합이 없었을 경우의 가상 경쟁 가격을 추정하기 위해 시장 상황, 경쟁 정도, 지역별 차이 등 다양한 경제적 요인을 고려하는 전문적인 분석(예: 중회귀분석)이 더 설득력 있는 방법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비록 낙찰률 자체가 '정상적인' 수준으로 보일지라도, 애초에 예정 가격 자체가 담합에 의해 부풀려졌다면 손해가 발생한 것으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