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타 민사사건
원고인 주식회사 A가 발행한 무기명 전환사채를 피고 B가 소지하고 있음을 근거로 지급명령을 신청하여 확정되자, 원고가 피고가 적법한 사채 소지자가 아니라고 주장하며 강제집행 불허를 구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무기명 채권의 특성상 증권 소지인이 권리자이며 피고가 전환사채 실물을 소지하고 있고 무권리자로부터 양수받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주식회사 A는 2015년 7월 21일 주식회사 C에게 무기명 전환사채(총액 49억 5천만원)를 발행했습니다. 이 사채는 만기일인 2018년 7월 21일에 권면금액의 109.3807%에 해당하는 금액을 상환하는 조건이었습니다. 이후 C는 2015년 12월 31일 이 사채를 D 주식회사에 양도했으며, 원고는 D가 다시 E에게 양도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피고 B는 2018년 8월 9일 이 전환사채 중 2억 원권 4매(합계 8억 원)의 소지인으로서 원고를 상대로 전환사채 상환금 및 이자 지급을 구하는 지급명령을 신청하여 2018년 9월 11일 법원으로부터 875,045,600원 및 지연이자를 지급하라는 명령을 받았고, 이는 2018년 9월 28일 확정되었습니다. 원고는 피고가 전환사채의 적법한 소지자가 아니므로 강제집행을 불허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무기명 전환사채의 경우 증권의 실물 소지인이 적법한 권리자인지 여부, 그리고 증권 양수인이 양도인이 무권리자임을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원고 주식회사 A의 청구를 기각하며,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이는 피고 B가 전환사채의 적법한 소지자임을 인정한 판결입니다.
법원은 무기명채권은 증권의 단순한 교부로 양도 효력이 발생하며, 증권 소지인은 증권상의 권리를 적법하게 취득한다는 민법상 원칙을 확인했습니다. 피고 B가 전환사채 실물을 소지하고 있는 사실이 인정되었고, 원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피고가 무권리자로부터 채권을 양수했거나 중대한 과실로 이를 알지 못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주식회사 A는 피고 B에게 이 사건 지급명령에 따른 금액 875,045,600원과 이에 대한 지연이자를 지급해야 합니다.
이 사건은 무기명 채권의 성격과 선의취득에 관한 민법 조항이 핵심적으로 적용되었습니다. '민법 제524조(무기명채권의 양도)'는 무기명채권의 양도에 대해서는 제514조(지시채권의 양도)의 규정을 준용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민법 제514조(지시채권의 양도)'는 '지시채권은 그 증서에 배서하여 양수인에게 교부함으로써 양도의 효력이 생긴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단서에 '양수인이 증서를 취득할 때에 양도인이 권리 없음을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한 때에는 그 효력이 없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즉, 무기명 채권은 증서의 실물 교부만으로 양도 효력이 발생하며, 채권의 현재 소지인은 증권상의 권리를 적법하게 취득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다만, 예외적으로 소지인이 채권을 취득할 당시에 양도인이 해당 채권에 대한 권리가 없다는 사실을 알았거나, 알지 못하는 데 중대한 과실이 있었을 경우에는 적법한 권리자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본 판결에서는 피고가 전환사채 실물을 소지하고 있음을 확인했고, 피고에게 양도한 F호텔이 무권리자임을 피고가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판단하여 피고의 권리자 지위를 인정했습니다.
무기명 채권은 증권의 실물 소지가 권리 행사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따라서 이러한 종류의 채권을 거래하거나 소지할 때는 다음 사항에 유의해야 합니다. 첫째, 채권의 양도는 단순히 증권을 주고받는 행위만으로도 유효하게 성립할 수 있습니다. 둘째, 채권을 양수받는 사람은 양도인이 해당 채권에 대한 권리가 없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았거나 모르는데 중대한 과실이 있다면, 비록 실물을 소지하더라도 권리를 적법하게 취득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셋째, 채권 분쟁이 발생했을 때, 현재 증권을 소지하고 있다는 사실과 이 증권을 취득한 경위를 명확히 소명할 준비를 해야 합니다. 넷째, 발행 회사 입장에서는 무기명 채권의 양수 관계를 명확히 파악하기 어렵더라도, 적법한 소지인이 실물을 제시하면 상환 의무가 발생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있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