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타 민사사건
이 사건은 해외에서 발행된 신주인수권부사채의 조기상환 청구권이 발행회사의 채무불이행 및 법인 분할 상황에서 사채 자체와 분리되어 양도될 수 있는지, 그리고 사채권자로서의 지위가 인정되는지에 대한 다툼입니다. 원고는 사채권자의 권리를 양수하여 피고에게 사채원리금 지급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원고 측이 사채권자 지위를 증명하지 못했고 조기상환 청구권이 사채와 분리될 수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2004년 D 주식회사는 F회사에 무기명 무보증 분리형 해외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하고 K 은행과 신탁계약을 맺었습니다. D 주식회사는 2008년 B 주식회사에 흡수 합병되었고, B 주식회사는 2010년 물적 분할을 통해 피고 C 주식회사를 설립했습니다. 분할 당시 B 주식회사는 신설회사 C 주식회사가 이전되는 채무만을 부담하고, 다른 채무에 대해서는 연대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결의했으며 F회사는 이 분할에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B 주식회사가 사채 상환금을 지급하지 못하자 K 은행은 기한이익 상실을 통지했고 F회사는 조기상환을 요청했습니다. 이후 F회사는 이 사채를 여러 차례 양도했고 최종적으로 원고 주식회사 A가 양수하여 피고 C 주식회사를 상대로 사채원리금의 지급을 청구했습니다.
F회사가 조기상환 청구 당시 정당한 사채권자였는지 여부와 사채 발행 및 신탁계약상 사채권자의 정의를 어떻게 해석할지, 사채의 기한이익 상실로 발생한 조기상환청구권이 사채 자체와 분리되어 지명채권으로 전환되고 양도될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항소심 법원은 제1심판결 중 피고에 대한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피고에 대한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원고가 소송총비용을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법원은 F회사가 조기상환 청구 당시 이 사건 사채의 적법한 사채권자였는지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나아가 설령 F회사가 사채권자였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신탁계약에 따르면 기한이익 상실로 인한 조기상환청구권이나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청구권이 사채 자체와 분리되어 발생하거나 양도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이는 사채에 화체된 권리이며, 분리 양도를 허용하면 이중 지급의 위험이 있어 신탁계약의 본질을 훼손한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원고의 피고에 대한 청구는 이유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 사건은 영국법을 준거법으로 하는 해외 발행 사채에 대한 분쟁으로, 법원은 외국적 요소가 있는 법률관계에 관해 적용될 외국법규의 내용을 확정하고 해석할 때에는 그 외국법이 본국에서 현실로 해석, 적용되는 의미와 내용대로 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대법원 1991. 2. 22. 선고 90다카19470 판결 등)를 적용했습니다.
신주인수권부사채와 신탁계약: 사채 발행 시 체결되는 신탁계약은 사채 발행회사와 사채권자, 이해관계인들의 권리 의무 관계를 규율하는 핵심 문서입니다. 이 사건 사채의 경우 무기명 포괄사채의 형태로 발행되었는데, 신탁계약은 사채권자를 유로클리어 또는 클리어스트림의 '계좌보유자'로 보되, 원금, 프리미엄 및 이자 지급과 관련해서는 '포괄사채권을 소지한 자'에게 권리가 귀속된다고 정했습니다. 따라서 사채권자로서의 권리를 주장하려면 신탁계약이 정한 바에 따라 사채를 적법하게 보유하고 있음을 입증해야 합니다.
기한이익 상실 및 권리의 분리 여부: 발행회사의 채무불이행으로 기한이익이 상실되고 조기상환 의무가 발생하더라도, 신탁계약에 별도 규정이 없다면 이러한 조기상환청구권이 사채 자체에서 분리되어 별개의 지명채권으로 전환된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사채 원리금을 지급받을 권리는 사채에 화체된 권리로서, 사채권의 소지자가 사채권을 반환하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권리의 분리 양도를 인정할 경우 이중 지급의 위험이 있어 사채 발행 시의 신탁계약의 본질에 어긋난다고 보았습니다.
상법상 물적 분할 시 채무 승계: 상법 제530조의12 및 제530조의9 제2항에 따르면, 회사가 물적 분할을 하는 경우 분할되는 사업부문에 관한 채무에 대해서만 분할회사가 책임을 지고, 분할존속회사는 나머지 채무에 대해 연대책임을 부담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다만 이 경우 채권자 이의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F회사는 이의를 제기했지만, 본 사건에서는 원고가 사채권자로서의 지위를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에 이 법리가 피고의 연대책임을 인정하는 근거가 되지는 못했습니다.
복잡한 금융상품 특히 해외 발행 사채를 다룰 때는 해당 사채가 발행된 국가의 법률과 신탁계약의 구체적인 조항들을 면밀히 검토해야 합니다. '사채권자'의 정의, 권리 행사 및 양도 조건이 일반적인 채권과 다를 수 있으므로 특히 주의해야 합니다. 또한 기업 분할이나 합병 시 채권자 이의 절차가 있었더라도, 채권자 본인의 지위나 주장하는 채권의 성격이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으면 기업 구조 변경으로 인한 채무 승계를 주장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사채에 대한 권리를 양수할 경우, 양도인이 적법한 권리자인지 그리고 양도되는 권리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명확히 확인하고 관련된 통지 절차가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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