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금
원고 A가 피고 B에게 토지 지분 매매대금 약 6천만원의 지급을 청구한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가 자재 공급으로 매매대금 중 상당 금액을 대신 변제하고 추가로 상계할 금액이 인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법원은 최종적으로 피고는 원고에게 약 96만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특히 원고가 매매계약 체결 후 약 9년 만에 소송을 제기한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피고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원고 A는 자신의 토지 지분을 피고 B에게 매도하는 과정에서, 원고의 대리인 C가 피고와 매매계약을 체결했습니다. 피고 B는 매매대금 지급에 갈음하여 약 53,723,500원 상당의 건설 자재를 원고에게 공급하는 방식으로 대물변제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피고는 제3자인 L과 M이 각각 33,017,000원과 13,000,000원을 대위변제했다고 주장하며 매매대금 채무가 모두 정산되었다고 항변했습니다. 한편, 원고 A는 이 사건 토지 지분 매매대금과 관련하여 피고 명의의 약속어음에 대한 공정증서를 C로부터 받았고, 이를 근거로 채권 압류 및 추심 명령을 받으려 했습니다. 그러나 피고의 고소로 C가 약속어음을 위조한 사실이 밝혀져 유죄판결을 받았고, 피고는 원고 역시 C와 공모했다며 고소했으나 원고에 대해서는 혐의 없음 처분이 내려졌습니다. 피고는 또한 이 약속어음 공정증서에 기초한 강제집행 불허를 구하는 청구이의소송을 제기하여 2019년 2월경 원고 패소 판결이 확정되었습니다. 이러한 복잡한 법적 다툼이 있은 후 원고는 매매계약 체결일로부터 약 9년이 지난 2020년 12월 6일에 이르러 비로소 피고에게 매매대금 지급을 구하는 이 사건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피고는 이처럼 오랜 기간이 지난 후의 소송 제기는 신의성실의 원칙 또는 실효의 원칙에 위반되어 허용될 수 없다고 항변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매매계약 체결 당시 원고의 대리인 C에게 대리권이 없었더라도 민법상 표현대리가 성립하여 계약이 유효한지 여부입니다. 둘째, 피고가 주장한 자재 공급을 통한 대물변제가 매매대금 채무 변제에 해당하는지 여부 및 그 금액입니다. 셋째, 매매대금 채무와 관련하여 피고가 상계할 금액이 있는지 여부입니다. 넷째, 원고가 매매계약 후 약 9년이라는 오랜 기간이 지난 시점에 소송을 제기한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 또는 실효의 원칙에 위배되어 권리 행사가 제한되어야 하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제1심판결을 일부 변경하여, 피고 B는 원고 A에게 964,539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2021년 1월 12일부터 2024년 10월 10일까지 연 5%의 이자를, 그 다음 날부터 갚는 날까지 연 12%의 이자를 각각 지급해야 합니다. 원고의 항소와 피고의 나머지 항소는 모두 기각되었으며, 소송 총비용 중 90%는 원고가, 나머지 10%는 피고가 각각 부담하도록 명령했습니다.
원고의 매매대금 청구는 피고가 건설 자재 공급으로 매매대금 중 상당 부분을 대물변제하고 추가로 상계할 금액이 인정되면서, 원고가 최초 청구한 60,033,000원 중 대부분이 기각되고 최종적으로 964,539원만이 인용되었습니다. 또한, 약 9년이라는 오랜 기간이 지난 후에 제기된 소송이라 할지라도, 그동안의 복잡한 법적 분쟁의 이력을 고려할 때 원고가 권리를 포기했다거나 피고에게 권리 행사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를 주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신의성실의 원칙 위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과 관련된 주요 법령과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민법 제126조 (표현대리): 대리권이 없는 사람이 타인의 대리인이라고 주장하며 계약을 체결했더라도, 상대방이 그에게 대리권이 있다고 믿을 만한 합리적인 이유(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본인에게 그 계약의 효력이 발생할 수 있다는 법리입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는 원고의 대리인으로 계약한 C에게 대리권이 없었더라도 자신은 대리권이 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었으므로 원고에게 표현대리 책임이 성립한다고 주장했으며, 법원은 이러한 주장을 일부 인정했습니다. 민법상 신의성실의 원칙 및 실효의 원칙: 모든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해야 하며, 권리자가 자신의 권리를 장기간 행사하지 않아 상대방이 더 이상 그 권리가 행사되지 않을 것이라고 신뢰하게 된 경우, 뒤늦게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정의 관념에 비추어 용납될 수 없을 때에는 권리 행사가 제한될 수 있다는 원칙입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는 원고가 매매계약 체결 후 9년이 지나 소송을 제기한 것이 이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원고가 그동안 채권 압류 시도, 약속어음 위조 관련 형사 및 민사 분쟁 등 복잡한 법적 다툼을 거쳐왔던 사정을 고려하여 원고가 권리를 포기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 피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소송 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소송에서 금전 채무의 이행을 명하는 판결이 선고될 때, 채무자가 소송 제기 후에도 채무를 이행하지 않고 항쟁하는 경우, 판결 선고일까지는 민법상 이율(연 5%)을 적용하고, 판결 선고일 다음 날부터 갚는 날까지는 더 높은 지연손해금(연 12%)을 적용하여 채무자의 신속한 이행을 촉진하는 법률입니다. 이 사건 판결에서도 이 법률에 따라 지연이자가 적용되었습니다.
이와 유사한 상황에 처할 경우 다음과 같은 점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첫째, 대리인을 통해 계약을 체결할 때는 대리인의 대리권 범위와 유효성을 반드시 서면으로 확인하고 명확하게 문서화하여 추후 분쟁의 소지를 줄여야 합니다. 둘째, 매매대금 등을 금전 대신 다른 물건이나 서비스로 지급하는 대물변제 방식의 거래 시에는, 그 내용과 금액 그리고 변제 완료 여부를 명확히 기재한 서류를 작성하여 증거를 확보해야 합니다. 구두 합의만으로는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셋째, 채무를 상계(offset)하고자 할 때는 상계 대상이 되는 채권의 존재와 정확한 금액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미리 준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넷째, 자신의 권리(예: 매매대금 청구권)를 오랫동안 행사하지 않으면 상대방이 채권을 포기했거나 더 이상 권리 행사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권리 행사의 의지가 있다면 내용증명 발송과 같은 적극적인 조치를 통해 권리 행사의 의사를 분명히 표시해야 합니다. 다만, 본 판결에서처럼 장기간이 지났더라도 그동안 법적 분쟁이 계속되었고 권리 포기로 볼만한 사정이 없다면 신의칙 위반이 인정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다섯째, 계약 당사자 외에 제3자가 개입하여 대금 지급이나 계약 이행에 영향을 주는 경우, 각 당사자의 역할과 책임, 채무 관계를 명확히 문서화하여 불필요한 오해나 분쟁을 방지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