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원자력 산업은 오랜 기간 축적한 기술력과 경험에도 불구하고, 최근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WEC) 간에 체결된 협정에 포함된 배타적 시장 분할 조항 때문에 전 세계 핵심 원전 시장 진출에 심각한 제약을 받고 있습니다. 이 조항은 한수원과 한전이 ‘추진 국가’ 외의 신규 원전 수주 활동을 진행할 수 없도록 명확히 제한함으로써, 미국, 유럽, 일본과 같이 원전 수요가 높은 중요 시장에 참여하는 기회를 박탈하고 있습니다.
세계원자력협회(WNA) 자료에 따르면, 6월 기준 글로벌 원전 입찰 대상은 414기에 달하지만, 한국이 진출 가능한 국가는 38기에 불과해 전체의 약 9.2%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반면, WEC가 점유한 시장은 103기로 한국의 약 2.7배에 달합니다. 미국의 경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책과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예측에 따라 앞으로 원전 설비 용량이 크게 증가할 전망임에도, 한국의 참여는 극히 제한적입니다.
한국이 독자적으로 진출할 수 있는 일부 지역, 예를 들어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같은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러시아 및 중국의 강력한 영향권 내에 있어 한국 업체가 수주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어렵습니다. 또, 중동 지역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 기회가 있지만 이들 국가는 원전 운영 경험이 전무해 예상치 못한 돌발 변수들이 많고, 신흥국의 경우 재생에너지 확대 기조가 강해 원전 수요 자체가 불확실한 실정입니다.
한수원과 한전이 WEC에 발급한 신용장 조건 중에는 납기 지연과 같은 문제 발생 시에도 WEC가 신용장 전액 또는 일부를 즉시 인출할 수 있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는 현장 상황의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한국 업체가 상당한 금융적 부담을 안게 되며, 사업 수익성은 더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UAE 바라카 원전 프로젝트는 막대한 초과 공사 비용 부담으로 인해 누적 수익률이 사실상 적자로 전환된 상태입니다.
이러한 상황은 계약서 내 독소 조항이 기업의 해외 진출과 사업 수행 능력에 얼마나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보여줍니다. 계약 협상 단계에서 법률 검토 및 위험관리의 중요성이 강조되며, 향후 수출 협정 체결 시 자국 산업의 경쟁력을 보호하고 금융적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조항 마련이 필수적입니다. 또한, 독점적 시장 분할과 정보 교류 제한 등은 국제법 및 자유무역 원칙과의 충돌 여부에 대한 검토도 필요합니다. 한국 원전 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법률적·외교적 전략과 함께 사업 리스크 관리 체계를 강화하는 것이 절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