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축/재개발 · 행정
원고 A씨가 개발제한구역 내 자신의 주택(쟁점 주택)이 공공사업으로 철거되자, 다른 곳에 새 주택을 짓겠다며 구로구청에 이축권 행사를 신청했습니다. 하지만 구로구청장은 A씨의 주택이 독립된 건물이 아니며 무허가 건축물이고 A씨가 철거 이후에 이축권을 취득했다는 등의 이유로 신청을 거부했습니다. 이에 A씨는 구청의 거부 처분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쟁점 주택이 독립된 건물이고 무허가 건물이 아니었으며 A씨가 철거 이전에 이축권을 취득했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구청이 발급한 건축물관리대장에 대한 신뢰보호의 원칙을 적용하여 구로구청장의 처분을 취소했습니다.
서울특별시 구로구는 2008년 4월 10일 구로구 B 일대에 공공청사를 신축하는 도시계획시설사업에 대한 실시계획을 인가 고시했습니다. 이 사업구역 내 서울 구로구 E 토지에는 원고 A씨가 소유한 24.44㎡ 규모의 주택(쟁점 주택)이 있었는데, 이 주택은 공공사업으로 인해 철거될 예정이었습니다. 원고는 2019년 12월 27일 구로구청장에게 쟁점 주택에 대한 '이축권'(개발제한구역 내 철거된 주택을 다른 곳에 다시 지을 수 있는 권리)을 행사하여 단독주택을 신축하겠다는 내용으로 원스톱자문(건축) 신청을 했습니다. 하지만 구로구청장은 2020년 4월 27일 '이미 2009년 11월 23일 다른 건축물에 대한 이축이 완료되어 추가 이축은 불가능하다'는 등의 이유로 원고의 신청을 거부했습니다. 이 거부 처분(건축 상정불가처분)에 불복하여 원고는 행정심판을 청구했으나 기각되자, 해당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공공사업으로 철거된 쟁점 주택이 다른 주택과 독립된 건물로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 둘째, 쟁점 주택이 무허가 건축물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이축권이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 셋째, 원고가 주택 철거 이후에 이축권을 취득했는지 여부. 넷째, 구청이 발급한 건축물관리대장이 신뢰보호의 원칙에 따라 인정되어야 하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피고 서울특별시 구로구청장이 2020년 4월 27일 원고에게 한 건축 상정불가처분(새 주택 신축 불허가 처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소송 비용은 피고인 구로구청장이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법원은 구로구청장이 처분의 근거로 제시한 사유들이 모두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건축 상정불가처분 취소 청구를 받아들였습니다. 이 판결은 개발제한구역 내 이축권 행사에 있어 건물의 개별성, 건축 시기 및 적법성, 소유권 취득 시점, 그리고 행정청의 공적인 견해 표명에 따른 신뢰보호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한 사례입니다.
이 사건과 관련된 주요 법령과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구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구 개발제한구역법) 제12조 제1항: 개발제한구역 내에서 건축물 건축 등 일정한 행위 제한 및 허용 요건을 규정하며, 공익사업으로 인해 철거되는 주택 소유자 등이 다른 곳에 주택을 이축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합니다. 구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시행령 제13조 제1항: 구 개발제한구역법의 위임에 따라 이축 허가의 구체적인 기준과 절차를 정하며, 이축할 수 있는 건물의 종류나 지역, 규모 등을 명시합니다. 건물의 독립성 판단 법리: 법원은 어떤 건물이 독립된 주택 건물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 단순히 등기부나 건축물대장 등 공부(公簿)의 기재뿐만 아니라 건물의 물리적 구조, 주변 건물과의 관계, 상호 통행을 위한 설비 유무, 용도 및 기능, 소유자의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독립적인 경제적 효용이 있는지, 별도의 거주 관계를 보장할 필요가 있는지에 따라 결정합니다. 무허가 건축물의 이축권 인정 법리: 개발제한구역 지정 이전에 건축되었거나, 건축법 제정 이전에 건축되어 건축법상 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었던 건물은 무허가 건축물로 보지 않아 이축을 허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개발제한구역 지정 전에 지어진 건물은 관계 법령에 저촉되지 않는 한 건축물대장에 등재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이축을 불허할 수 없습니다. 이축권 취득 주체 관련 법리: 이축권은 공익사업으로 기존 건물이 철거되어 생활 근거를 상실한 사람에게 생활 근거를 마련해 주고 공익사업의 원활화를 위한 것이므로, 원칙적으로 철거 당시의 건물 소유자에게 부여됩니다. 철거된 이후에 이축권을 양수한 경우 그 권리를 취득할 수 없습니다. 행정처분 취소 소송에서의 처분사유 추가·변경 제한 법리: 행정처분 취소를 구하는 소송에서 행정청은 당초 처분의 근거로 삼았던 사유와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는 별개의 사실을 들어 새로운 처분사유로 주장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습니다. 신뢰보호의 원칙: 행정청이 개인에게 공적인 견해를 표명했고, 개인이 그 견해를 정당하게 신뢰하여 어떠한 행위를 했으며, 행정청이 나중에 그 견해에 반하는 처분을 함으로써 개인의 이익이 침해될 때, 공익이나 제3자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치지 않는다면 행정청은 당초 견해를 따라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이 사건에서는 구청이 원고에게 건축물관리대장을 발급한 행위가 신뢰의 대상이 되는 공적인 견해 표명으로 인정되었습니다.
유사한 문제 상황에 처했을 때 다음 사항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건물의 독립성 확인: 개발제한구역 내 주택이 철거될 경우, 해당 주택이 다른 주택과 분리된 독립적인 건물이었는지 여부가 이축권 인정에 중요합니다. 건축물대장 등 공부상의 기재 외에 실제 물리적 구조, 소유자의 의사 등 종합적인 사정을 입증할 자료를 준비해야 합니다. 건축 시점과 적법성: 자신의 건물이 개발제한구역 지정 이전에 지어졌거나 건축법 제정 이전에 지어졌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허가 건물로 보지 않아 이축권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건물의 건축 시점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며, 행정기관은 처분의 적법성을 스스로 증명해야 합니다. 이축권 취득 시점: 이축권은 건물 철거 당시의 소유자에게 부여되는 것이 원칙입니다. 따라서 주택이 철거되기 전에 소유권을 취득했음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를 준비해야 합니다. 철거 후 이축권만 양수한 것으로 오해받지 않도록 소유권 변동 과정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행정청의 공적인 견해표명 활용: 행정기관이 특정 사안에 대해 공적으로 표명한 견해(예를 들어 건축물관리대장 발급)는 신뢰보호의 원칙에 따라 행정처분의 판단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행정기관의 공식적인 문서나 답변 등을 잘 보관하여 활용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처분 사유의 변경 제한: 행정소송 과정에서 행정청은 당초 처분 시 내세웠던 사유와 기본적인 사실관계의 동일성이 없는 다른 사유를 추가하여 주장의 근거로 삼을 수 없습니다. 이는 국민의 예측 가능성과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한 원칙이므로, 행정청의 새로운 주장이 이 원칙에 위배되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