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주유공자 정보 공개를 요구했으나 거부된 사례

원고들이 국가보훈처장에게 5·18민주유공자 명단과 공적사유에 대한 정보 공개를 청구했으나, 국가보훈처장은 해당 정보가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비공개 대상 정보라고 판단하여 거부했습니다. 법원은 5·18민주유공자의 명단과 공적사유에는 개인의 성명, 사망·행방불명·부상 경위 등 내밀한 개인정보가 포함되어 있어 공개될 경우 사생활 침해 우려가 크다고 보았고, 또한 이를 공개할 공익이 개인의 사생활 보호 이익보다 명백히 크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들: 5·18민주유공자 명단 및 공적사유에 대한 정보 공개를 청구한 사람들
• 피고: 국가보훈처장 (정보 공개를 거부한 공공기관의 장)

분쟁 상황

원고들은 5·18민주유공자로 인정된 사람들의 이름과 그들이 5·18민주화운동에 기여한 구체적인 이유(공적사유)를 알고자 국가보훈처에 정보 공개를 청구했습니다. 하지만 국가보훈처는 이러한 정보가 개인의 사생활과 관련된 민감한 정보이므로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및 '개인정보 보호법'에 따라 공개할 수 없다고 결정했고, 이에 원고들이 이 비공개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황입니다.

핵심 쟁점

5·18민주유공자의 명단 및 공적사유 정보가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 제6호에서 정하는 비공개 대상 정보, 즉 개인의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는 정보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만약 해당한다면 이를 공개하는 것이 공익이나 개인의 권리 구제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입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즉, 국가보훈처장의 정보 비공개 결정이 적법하다고 보았습니다.

결론

법원은 5·18민주유공자의 명단과 공적사유 정보가 개인의 성명, 사망·행방불명·부상 경위 등 내밀한 사생활 내용에 해당하여 공개 시 사생활 침해 우려가 크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5·18민주유공자예우에 관한 법률의 목적 달성을 위한 기념·추모사업, 교양시설 건립 등 대체적인 수단이 마련되어 있고, 등록 절차의 객관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보상심의위원회 확인, 보훈심사위원회 심의, 국회 국정감사, 감사원의 감찰 등 제도적 장치가 충분하다고 보았습니다. 유공자의 품위유지 의무 위반 감시 또한 관계 기관으로부터 자료를 제공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있으므로 정보 공개를 통한 감시의 필요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5·18민주화운동의 정당성 여부도 이미 공개된 사료와 논의를 통해 판단 가능하며, 일부 유공자의 자격 문제가 전체 운동의 가치 승인 여부와 별개라고 보았습니다. 다른 유공자 명단도 비공개하는 피고의 관행도 고려하여, 해당 정보 공개의 공익적 필요성이 개인의 사생활 보호 이익보다 크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따라서 국가보훈처장의 정보 비공개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단되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은 주로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과 '개인정보 보호법', 그리고 '5·18민주유공자예우에 관한 법률'의 해석과 적용에 관한 것입니다.

1.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6호 (비공개 대상 정보)​

   • 이 조항은 '해당 정보에 포함되어 있는 성명·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를 비공개 대상으로 규정합니다. 여기에는 단순히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개인식별정보)뿐만 아니라, 정보의 내용 자체로 개인의 내밀한 생활이나 인격적·정신적 내면생활에 지장을 초래할 위험이 있는 모든 정보가 포함됩니다.
   • 법원은 5·18민주유공자의 명단과 '공적사유'가 5·18민주화운동 당시의 사망, 행방불명, 부상 경위, 질병 치료, 수감 경위, 형량 등 구체적인 내용들을 담고 있어 개인의 내밀한 정보에 해당하며, 공개될 경우 사생활 침해 우려가 크다고 판단했습니다.

2.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6호 단서 (다)목 (공익 목적의 공개)​

   • 이 단서는 위 비공개 대상 정보 중 '공공기관이 작성하거나 취득한 정보로서 공개하는 것이 공익이나 개인의 권리 구제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정보'는 공개할 수 있다고 예외를 둡니다. 이 경우, 비공개로 보호되는 개인의 사생활 이익과 공개를 통해 보호되는 공익이나 권리 구제 이익을 비교·형량하여 판단해야 합니다.
   • 법원은 5·18민주유공자의 희생을 통한 민주주의 가치 알림 등의 공익적 목적이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5·18유공자법에서 기념·추모사업, 교양시설 설치 등 대체적인 목적 달성 수단이 이미 마련되어 있음을 지적했습니다. 또한 5·18민주유공자 등록 절차의 투명성 확보, 품위유지 의무 준수 감시 등 주장된 공익적 목적 또한 다른 법적·제도적 장치(보상심의위원회 확인, 보훈심사위원회 심의, 국정감사, 감사원 감찰, 범죄경력 자료 요청 등)를 통해 충분히 달성 가능하다고 보아, 이 사건 정보 공개의 공익적 필요성이 개인의 사생활 보호 이익보다 크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3. 개인정보 보호법 제18조 (개인정보의 목적 외 이용 및 제3자 제공 제한)​

   • 이 조항은 개인정보처리자가 개인정보를 수집 목적 외로 이용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하는 것을 제한합니다. 이는 개인정보가 본래의 목적 범위 내에서만 처리되도록 하여 정보 주체의 권리를 보호하려는 취지입니다.
   • 국가보훈처는 5·18민주유공자들의 심사 자료를 유공자 등록 목적 외에 이용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하는 것을 제한하는 이 조항을 근거로 비공개 결정을 통보했습니다.

4. 5·18민주유공자예우에 관한 법률 (5·18유공자법)​

   • 이 법은 5·18민주화운동 희생·공헌자 및 그 가족에게 합당한 예우를 함으로써 민주주의 가치를 알리고 민주사회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합니다. 유공자의 요건, 등록 절차, 기념·추모사업, 품위유지 의무, 예우 정지 등에 관한 규정을 포함합니다.
   • 법원은 이 법률이 유공자의 명예로운 생활 유지·보장을 예우의 기본 이념으로 삼고 있음을 강조하며, 기념·추모사업 등 대체적인 목적 달성 수단이 마련되어 있어 개인정보 공개를 통한 공익 달성 필요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하는 근거로 삼았습니다.

5. 정보의 분리 공개 가능성

   • 법원은 공개를 거부한 정보에 비공개 대상 부분과 공개 가능한 부분이 혼합되어 있고, 공개 청구 취지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분리할 수 있다면 일부 취소를 명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때 '분리 가능성'은 물리적 분리뿐 아니라 비공개 대상 기술 등을 제외/삭제 후 나머지 정보만으로도 공개의 가치가 있는 경우를 의미합니다.
   • 이 사건에서는 이름의 일부를 가려 연도별 신규 등록 유공자 명단만 공개하는 것이 가능할 수 있으나, 그렇게 하더라도 남은 정보만으로는 공개의 가치가 없다고 보아 일부 취소를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참고 사항

공공기관에 특정 정보의 공개를 청구할 때는 해당 정보가 개인정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미리 신중하게 검토해야 합니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 제6호는 성명, 주민등록번호와 같이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는 물론, 그 외에 정보 내용에 따라 개인의 내밀한 사생활의 비밀 등이 알려져 인격적·정신적 내면생활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자유로운 사생활을 영위할 수 없게 될 위험성이 있는 정보도 비공개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설령 정보 공개의 공익적 목적이 있다고 주장하더라도, 그 공익이 비공개로 보호되는 개인의 사생활 비밀 등 사적 이익보다 명백하게 우월하다는 점을 입증해야만 정보 공개가 가능합니다. 어떤 정보를 공개하지 않더라도 관련 법률이나 제도적으로 정보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다른 수단이 마련되어 있다면, 정보 공개의 필요성은 낮게 평가될 수 있습니다. 개인정보가 포함된 정보를 청구할 경우, 단순히 이름의 일부를 가리는 등 비공개 부분을 삭제하더라도 남은 정보만으로는 공개의 가치가 없다고 판단되면, 일부 공개 청구 또한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정보 공개 청구를 고려하고 있다면, 해당 정보와 관련된 개별 법률(예: 본 사례의 5·18민주유공자예우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 보호법 등)의 목적과 세부 규정을 면밀히 확인하고 정보 공개로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적 가치와 침해될 수 있는 사적 이익을 균형 있게 고려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