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 노동
원고는 주한미군 국방성 산하의 비세출자금기관인 육군 및 공군 교역처에서 근무하다가 부당하게 해고되었다고 주장하며, 미합중국을 상대로 해고의 무효 확인과 해고된 날부터 복직 시까지의 임금 지급을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미합중국에 대한 재판권이 있는지 여부를 심리한 결과, 국제법상 주권면제 원칙과 한미행정협정의 특별 규정을 근거로 한국 법원에 재판권이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소를 각하했습니다.
원고는 1992년 11월 8일 미합중국 국방성 산하의 비세출자금기관인 육군 및 공군 교역처에서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원고는 해고가 무효임을 확인하고, 해고된 날인 1992년 11월 8일부터 원고가 복직할 때까지 매월 1,150,000원의 비율에 의한 임금을 지급하라고 미합중국을 상대로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대한민국 법원이 미합중국 국방성 산하 비세출자금기관의 한국인 직원에 대한 고용 분쟁에 있어 피고인 미합중국에 대해 재판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가 이 사건의 주요 쟁점입니다.
이 사건 소를 각하한다. 소송 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법원은 미합중국이 국제관례상 외국 법원의 재판권에 복종하지 않는 주권면제 특권을 가진다는 점을 인정했습니다. 특히 대한민국과 아메리카합중국간의 상호방위조약 제4조에 의한 시설과 구역 및 대한민국에서의 합중국 군대의 지위에 관한 협정 (이하 한미행정협정) 및 같은 협정의 합의의사록 제17조 제2항에 '미합중국 정부가 대한민국 노동관계 법령을 따른다는 약속이 국제법상의 같은 정부의 책임면제(immunity)를 포기하는 것을 의미하지 아니한다'고 명시되어 있는 점을 근거로 삼았습니다. 피고인 미합중국이 재판권 면제 특권을 포기하지 않았으므로, 한국 법원은 피고에 대한 재판권이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소를 부적법 각하했습니다.
이 사건은 국제법상 '국가의 재판권 면제(Sovereign Immunity)' 원칙과 '대한민국과 아메리카합중국간의 상호방위조약 제4조에 의한 시설과 구역 및 대한민국에서의 합중국 군대의 지위에 관한 협정 (SOFA, 행정협정)'이 핵심적으로 적용되었습니다.
첫째, '국가의 재판권 면제' 원칙은 국제관례상 국가는 다른 국가의 재판권에 복종하지 않는다는 원칙입니다. 따라서 조약에 의해 예외가 인정되거나 해당 국가가 외교상 특권을 스스로 포기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외국 국가를 피고로 하여 재판권을 행사할 수 없습니다.
둘째, 한미행정협정은 주한미군과 관련된 법적 지위를 규정하는 특별 조약입니다. 이 협정의 제13조는 육군 및 공군 교역처와 같은 기관을 비세출자금기관으로 규정하고, 제17조 제1항 제(가), (나)호는 원고와 피고가 고용원 및 고용주의 지위에 있게 됨을 명시합니다. 또한 같은 조 제3항은 미합중국 군대의 군사상 필요에 배치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우리나라의 노동법령이 적용됨을 규정합니다.
셋째, 특히 중요한 것은 '한미행정협정의 합의의사록 제17조 제2항'입니다. 이 조항은 '미합중국 정부가 대한민국 노동관계 법령을 따른다는 약속이 국제법상의 같은 정부의 책임면제(immunity)를 포기하는 것을 의미하지 아니한다'고 명시적으로 규정하여, 한국 노동법령의 적용이 미합중국의 주권면제 포기를 의미하지 않음을 명확히 했습니다.
따라서 법원은 이러한 국제법 원칙과 특별 조약 규정에 근거하여 미합중국에 대한 재판권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소송 비용은 민사소송법 제89조에 따라 원고의 부담으로 결정되었습니다.
주한미군 관련 기관에 고용된 한국인 직원이 해고 등으로 미합중국을 직접 상대로 국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 국제법상 국가의 주권면제 원칙과 한미행정협정의 특별 규정에 따라 한국 법원은 재판권이 없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미합중국 관련 기관과 고용 관계에서 분쟁이 발생했을 때에는, 국내 법원에 직접 소송을 제기하기보다는 해당 기관 내부의 분쟁 해결 절차나 한미행정협정이 정하는 다른 분쟁 해결 방법을 먼저 강구해야 합니다. 또한 고용 계약 체결 시 주한미군 관련 기관의 고용 약관 및 관련 법률적 특성, 특히 주권면제 원칙이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이해하고 분쟁 발생 시 적용될 수 있는 절차를 미리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