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대차
임대인이 파산 및 면책 결정을 받았음에도 임차인이 잔여 임대차보증금을 돌려달라고 소송을 제기한 사건입니다. 임차인은 임대인이 채무를 알면서도 채권자 목록에 고의로 누락했으므로 면책되지 않는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임대인이 악의로 채무를 누락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임차인의 청구를 각하했습니다.
피고 B는 원고 A와 임대차보증금 2억 원에 아파트 전세 계약을 맺었습니다. 당시 아파트에는 여러 선순위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었고 원고는 시세보다 낮은 보증금으로 계약하며 이전 임차인으로부터 3순위 근저당권을 이전받아 보증금 전액 보전을 기대했습니다. 이후 아파트 경매 절차에서 원고 A는 근저당권자로서 81,077,585원을 배당받았으나 남은 118,922,415원은 돌려받지 못했습니다. 피고 B는 2014년 10월 24일 파산선고를 받고 같은 해 12월 23일 면책결정을 받았는데 이때 원고 A에 대한 임대차보증금 잔액 채무는 채권자 목록에 기재되지 않았습니다. 이에 원고 A는 남은 보증금을 돌려받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고 피고 B는 면책 결정으로 채무가 면제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원고 A는 피고 B가 채무를 알면서도 고의로 누락했으므로 면책되지 않는 비면책채권이라고 반박했습니다.
피고 B가 개인 파산 및 면책 결정을 받을 당시 원고 A에 대한 임대차보증금 반환 채무의 존재를 알고 있으면서도 '악의로' 채권자 목록에서 고의로 누락했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입니다. 만약 악의가 인정되지 않으면 피고 B의 면책 결정으로 채무가 면제되는지 여부가 결정됩니다.
항소심 법원은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이 사건 소를 각하했습니다. 즉, 원고의 임대차보증금 반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피고가 원고에 대한 임대차보증금 반환 채무를 '악의로' 채권자 목록에서 누락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피고의 면책 항변을 받아들였습니다. 이에 따라 원고의 임대차보증금 반환 청구는 권리보호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고 보아 소를 각하하고 제1심판결을 취소하였습니다.
이 사건에는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566조 단서 제7호가 주요하게 적용되었습니다. 이 조항은 '채무자가 악의로 채권자목록에 기재하지 아니한 청구권'에 대해서는 면책 결정에도 불구하고 책임이 면제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법원은 여기서 '악의'의 의미를 채무자가 채무의 존재를 알면서도 고의로 채권자 목록에 기재하지 않은 경우로 해석합니다. 채무 존재를 몰랐다면 비록 과실이 있어도 악의가 아니며 채무 존재를 알았다면 과실로 누락했더라도 비면책채권에 해당합니다. 또한 면책은 채무 자체는 존속하지만 파산 채무자에 대해 이행을 강제할 수 없다는 의미이며 면책 결정이 확정되면 면책된 채권은 소송 제기 권능을 상실합니다. 본 사례에서 법원은 피고가 원고에 대한 임대차보증금 반환 채무가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고의로 채권자 목록에서 누락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원고가 경매 절차에서 근저당권자로서 일부 배당을 받았고 임대차 계약 체결 당시 남편과의 친분 및 선순위 근저당권의 존재로 시세보다 저렴하게 계약했으므로 임대차보증금을 모두 보전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수 있다는 점, 피고가 경매 기록을 열람한 2012년 3월 8일에는 배당 결정이 이루어지지 않았으므로 배당 결과나 다른 채권자들의 채권액을 정확히 알기 어려웠다는 점 등이 그 판단의 근거가 되었습니다.
개인 파산 및 면책 결정은 채무자의 채무 책임을 면제해주지만 모든 채권이 면책되는 것은 아닙니다. '채무자가 악의로 채권자목록에 기재하지 아니한 청구권'은 면책되지 않는 비면책채권에 해당합니다. 여기서 '악의'는 채무자가 채무의 존재 사실을 알면서도 고의로 채권자 목록에 기재하지 않은 경우를 의미합니다. 만약 채무자가 채무 존재를 알지 못했거나 과실로 누락한 경우에는 비록 그 과실이 있더라도 '악의'로 보지 않습니다. 따라서 채무자가 자신의 채무 존재를 정확히 알았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채권자 목록에서 누락되었더라도 비면책채권으로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면책 결정이 확정되면 면책된 채권은 통상적인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권능을 상실하게 됩니다. 채권자 입장에서는 채무자의 파산 절차 진행 시 자신의 채권이 정확히 채권자 목록에 기재되었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