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
이 사건은 2017년 지방공무원 9급 공개경쟁임용시험 한국사 과목에서 문제 출제 오류가 발생하여 응시생들이 처음에는 불합격했다가 이후 문제 정정으로 추가 합격된 후, 늦어진 임용 시기에 따른 손해를 국가로부터 배상받고자 제기한 소송입니다. 법원은 문제 오류로 인한 불합격처분이 취소된 전례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공무원이나 시험위원의 고의 또는 과실로 객관적 주의의무를 결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응시생들이 주장하는 손해 발생도 명확히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2017년 12월 16일 실시된 제4회 지방공무원 9급 공개경쟁임용시험 한국사 과목 문항 5번에서 문제가 출제되었습니다. 인사혁신처는 정답을 ①번으로 발표했으나, 일부 응시생들이 '①번 선지도 고구려의 풍습에 해당되므로 정답이 없다'며 이의신청을 했습니다. 이의신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①번을 정답으로 처리하여 합격자가 선발되었습니다. 이후 불합격 처분을 받은 한 응시생이 불합격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하여 2019년 8월경 법원에서 이 사건 문제의 출제와 정답 결정에 오류가 있다는 판결이 확정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인사혁신처는 2019년 9월 16일 문제의 정답을 '정답 없음'으로 정정 통보했고, 각 지방자치단체는 재채점을 통해 원고들을 포함한 응시생들을 추가 합격자로 선발했습니다. 원고들은 문제 오류가 없었다면 2018년 3월경 공무원으로 임용될 수 있었음에도 1년 이상 임용 시기가 늦어져 각 17,385,600원의 재산적 손해(지방공무원 9급 1호봉 1년분)와 10,000,000원의 정신적 손해를 입었다며 국가를 상대로 총 27,385,600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피고 대한민국에 국가배상법 제2조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이 있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인사혁신처 공무원이나 시험위원에게 시험 문제 출제 및 정답 결정 과정에서 객관적 주의의무를 결한 고의 또는 과실이 있었는지 여부입니다. 셋째, 원고들이 주장하는 임용 지연으로 인한 재산적, 정신적 손해가 이 사건 문제 오류로 인해 직접적으로 발생한 것인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소송 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하도록 결정했습니다.
법원은 여러 원고들이 실제 문제 오류로 인해 불합격했다가 추가 합격된 것인지 불분명하고 이미 다른 직렬이나 지방자치단체에서 근무 중이었던 원고들도 있어 임용 지연으로 인한 수입 손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인사혁신처 공무원이나 시험위원에게 시험 관리 직무 수행 중 객관적 주의의무를 결한 고의나 과실이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이 사건 시험은 공익적 성격이 강하고, 시험위원들이 적정하게 위촉되었으며, 역사학 과목의 특성상 학문적 해석의 여지가 있고 다수설은 문제의 선지를 고구려 풍습으로 보지 않는다는 점이 고려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인사혁신처가 추가 합격의 기회를 부여하는 등 적극적인 구제 조치를 취했으므로 원고들의 정신적 고통이 상당 부분 해소되었다고 보아, 국가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시켜야 할 실질적인 이유가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 사건과 관련된 주요 법령 및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국가배상법 제2조(배상책임)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입히거나,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에 따라 손해배상의 책임이 있을 때에는 이 법에 따라 그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
법원은 어떠한 행정처분이 나중에 항고소송에서 취소되었다고 해서 그 행정처분이 곧바로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되려면 담당 공무원이 보통 일반의 공무원을 기준으로 볼 때 '객관적 주의의무를 결하여 행정처분이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다고 인정될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고 봅니다. 이때 객관적 정당성 상실 여부는 침해된 이익의 종류와 성질, 침해 행위가 된 행정처분의 유형과 원인, 피해자의 관여 여부, 손해의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시켜야 할 실질적인 이유가 있는지에 따라 판단됩니다. 특히 시험 문항 출제 오류로 인한 국가배상책임 인정에는 해당 시험의 공익적 목적, 외부 전문 시험위원의 위촉 적정성, 시험위원들 간 출제 및 정답 결정 과정에서의 이견 유무, 학문적 해석의 여지, 구제 조치의 유무 등 제반 사정이 종합적으로 고려됩니다.
공무원 시험 문제 오류로 인한 국가배상을 청구할 때 다음과 같은 점들을 고려해야 합니다. 첫째, 시험 주관 기관의 문제 출제 및 정답 결정에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이 있었음을 명확히 입증해야 합니다. 단순히 행정처분이 후에 취소되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며 '객관적 주의의무를 결하여 행정처분이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다'고 인정될 정도에 이르러야 합니다. 둘째, 특히 역사학 등 학문적 해석의 여지가 있는 과목의 경우, 출제 오류가 곧바로 공무원의 고의·과실로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출제 당시 복수의 전문가 의견이 일치했는지 여부, 다수 학설과 다른 견해인지 여부 등이 판단의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셋째, 시험 주관 기관이 문제 오류를 인정하고 추가 합격자 선발 등 적극적인 구제 조치를 취했다면, 이로 인해 피해자의 정신적 고통 등이 상당 부분 해소되었다고 평가될 수 있습니다. 넷째, 문제 오류로 인한 불합격 및 임용 지연과 주장하는 손해(재산적, 정신적)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명확해야 합니다. 실제로 불합격의 원인이 문제 오류 때문이었는지, 그리고 그로 인해 얼마나 구체적인 손해가 발생했는지를 입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