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침해/특허
KBS가 제작한 교양 프로그램 및 드라마 속 거북선 컴퓨터그래픽(CG), 소품, 장면들이 피고 제작 영화에 무단으로 복제되거나 2차적 저작물로 작성되어 저작권을 침해하고 부정경쟁행위를 했다며 10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원고가 주장하는 장면들이 아이디어나 역사적 고증에 따른 일반적 표현에 해당하며, 피고 영화의 장면들과 실질적인 유사성이 없어 저작권 침해나 부정경쟁행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원고 A공사는 1999년 교양 프로그램 ‘E - F’편과 2004년부터 2005년까지 드라마 ‘G’를 제작·방영하면서 거북선 CG, 해전 장면 등 다양한 소품과 장면들을 사용했습니다. 이후 2014년 피고 주식회사 B가 제작하고 피고 C이 감독한 영화 ‘H’가 개봉했는데, 원고는 이 영화가 자신의 프로그램과 드라마에 사용된 거북선 CG 및 소품, 장면들을 무단으로 복제하거나 이를 기초로 2차적저작물을 작성하여 저작권을 침해하고, 나아가 원고의 상당한 투자와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물을 무단 사용하여 부정경쟁행위를 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원고는 피고들에게 해당 장면들의 삭제 및 폐기, 유사 영상 제작 금지, 그리고 10억 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했습니다.
원고 교양 프로그램 및 드라마 속 거북선 CG, 소품, 장면들이 저작권법상 보호되는 창작물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피고 영화의 장면들이 원고의 저작물과 실질적으로 유사하여 저작권을 침해했는지 여부입니다. 피고의 행위가 원고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를 무단으로 사용하여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 질서에 반하는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모든 청구를 기각하며, 소송 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원고가 저작권 침해 및 부정경쟁행위의 근거로 제시한 거북선 CG와 드라마 장면들이 저작권법상 보호되는 창작적 표현이 아닌, 역사적 고증이나 일반적인 연출 기법, 혹은 아이디어에 불과하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설령 일부 창작성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피고 영화의 해당 장면들과 실질적인 유사성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부정경쟁행위 주장에 대해서도 원고의 주장 장면들은 공공의 영역에 속하거나 일반적인 표현에 불과하여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로 보기 어렵고, 공정한 상거래 관행에 반한다고 볼 수도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저작권법의 기본 원칙 (제123조, 제125조): 저작권법은 인간의 사상이나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보호하며, 저작재산권(복제권, 공연권, 배포권, 공중송신권, 전송권, 2차적저작물 작성권 등)을 침해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침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을 규정합니다. 하지만 저작권의 보호 대상은 ‘표현 형식’이지 ‘아이디어’ 그 자체는 아닙니다. 이 사건에서 거북선이 용머리에 포구를 설치하여 화포 역할을 했다는 역사적 추론 사실이나, 안개 속에서 배가 등장하는 연출 기법 등은 아이디어에 해당하여 저작권법의 직접적인 보호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되었습니다.
저작물의 창작성 요건: 저작권법에 따라 보호받는 저작물은 ‘창작성’을 갖추어야 합니다. 여기서 창작성은 완전히 독창적이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다른 작품을 모방하지 않고 작가 자신의 독자적인 정신적 노력이 담겨 있어 다른 작품과 구별될 수 있을 정도면 충분합니다. 그러나 누가 만들더라도 비슷할 수밖에 없는 표현, 즉 작성자의 창조적 개성이 드러나지 않는 표현은 창작물로 보기 어렵습니다. 법원은 원고의 거북선 CG와 드라마 장면들이 역사적 고증이나 보편적인 영상 기법이라는 제약 속에서 만들어진 것이어서, 작가만의 독창적인 개성이 투영된 ‘창작적 표현’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실질적 유사성 판단 기준: 저작권 침해가 인정되려면 침해자의 작품이 원저작물에 ‘의거’하여 만들어졌고, 두 작품 사이에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되어야 합니다. 이때 유사성 판단은 아이디어가 아닌 ‘창작적인 표현 형식’만을 가지고 대비해야 합니다. 본 사건에서 법원은 원고가 주장하는 CG와 장면들이 아이디어에 불과하거나 일반적 표현이므로, 이러한 부분을 제외하고 구체적인 표현 형식을 비교했을 때 피고 영화의 장면들과 색채, 모양, 비율, 형태 등에서 확연히 구별된다고 보았습니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파목, 제4조, 제5조): 이 법은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 질서에 반하는 부정경쟁행위를 금지하고 침해 행위의 중지 및 손해배상을 규정합니다. 특히 제2조 제1호 파목(구 차목)은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를 무단으로 사용하여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 질서에 반하는 행위를 부정경쟁행위로 봅니다. 법원은 이 조항의 보호 대상이 유형물뿐만 아니라 무형물도 포함될 수 있지만, 본 사건에서 원고가 주장하는 장면들은 역사적 사료에 기초한 추론이나 일반적인 연출 기법에 해당하므로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로 보기 어렵고, 공공의 영역에 속하는 내용을 사용한 것이므로 공정한 상거래 관행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민법 제741조 (부당이득): 타인의 재산이나 노무로 인해 법률상 원인 없이 이익을 얻고 이로 인해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 그 이익을 반환해야 한다는 규정입니다. 원고는 저작권 침해 및 부정경쟁행위가 인정되지 않아 이 조항에 따른 부당이득 반환 청구 또한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저작권은 아이디어(개념, 사상, 역사적 사실, 일반적인 연출 방식 등) 자체가 아닌, 그 아이디어를 구체적으로 ‘표현한 형식’만을 보호합니다.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창작물에서 고증에 충실한 부분이나 누구나 할 수 있는 일반적인 표현은 저작권 보호 대상이 되기 어렵습니다. 저작물로 보호받기 위해서는 ‘창작성’이 있어야 합니다. 이는 완전히 독창적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작품과 구별될 수 있는 작가 자신만의 개성적 표현이 담겨 있어야 합니다. 일반적인 소재나 필수적인 표현 방식에는 창작성을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저작권 침해 여부를 판단할 때는 두 작품이 얼마나 비슷하게 보이는지(실질적 유사성) 뿐만 아니라, 침해자가 원저작물에 ‘의거하여’ 작품을 만들었는지도 중요합니다. 유사성이 인정되더라도 아이디어나 공공 영역의 소재를 사용한 결과라면 침해로 보기 어렵습니다. 부정경쟁방지법은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 질서에 반하는 행위를 규제하지만, 저작권법상 보호받기 어려운 아이디어나 공공 영역에 속하는 정보의 사용은 일반적으로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상당한 투자나 노력이 인정되는 ‘성과’라고 하더라도, 그 무단 사용이 공정한 경쟁 질서에 반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이 필요합니다. 역사적 사실이나 고증에 기반한 콘텐츠는 그 특성상 표현의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제약 아래에서 나타나는 유사성은 저작권 침해로 보기 어렵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06
대법원 2020
부산고등법원창원 2021
광주지방법원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