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 · 의료
원고 A는 호흡곤란 등으로 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던 중, 심근 스펙트 검사를 위해 핵의학과 검사실로 이송되었다가 호흡부전으로 인한 심정지 발생 후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의식불명 상태가 되었습니다. A의 자녀들 또한 정신적 피해를 주장하며 병원과 주치의를 상대로 의료상 주의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하였습니다. 법원은 병원 측이 환자 이송 및 대기 과정에서 상태를 면밀히 관찰하지 않은 과실을 인정하여 원고들에게 총 1억 7천만 원 상당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단, 특정 약물 투약과 심정지 사이의 인과관계는 부정되었고, 환자의 기왕증을 고려하여 병원 측의 책임은 60%로 제한되었습니다.
원고 A는 2019년 4월 18일 가슴 답답함과 호흡곤란 증상으로 피고 병원에 입원했습니다. 치료 중 호흡곤란 증상이 악화와 호전을 반복했으며, 5월 3일 호흡부전으로 기관삽관 및 인공호흡기를 적용하기도 했습니다. 5월 7일 인공호흡기를 제거했으나 이후에도 의식 저하, 섬망 증상을 보이는 등 불안정한 상태였습니다. 2019년 5월 10일 피고 병원 의료진은 호흡부전 및 가슴 통증 원인 확인을 위해 아데노신 부하 심근관류 스펙트 검사를 시행하기로 했습니다. A는 이날 12시 14분 1차 검사를 위해 핵의학과 검사실로 이송되어 검사를 마친 후 중환자실로 돌아왔다가, 14시 38분 다시 2차 검사를 위해 핵의학과 검사실로 이송되었습니다. 문제는 2차 검사를 위해 핵의학과 검사실 복도에서 대기하는 동안 발생했습니다. 활력징후 모니터링 장비가 부착되지 않은 상태에서 의료진 없이 이송요원 1명에 의해 이송된 A는 약 28분간 복도에 홀로 방치되었습니다. CCTV 영상에 따르면, 이송 후 14시 12분부터 팔, 다리를 움직이다가 14시 23분부터 반복적으로 숨을 몰아쉬는 이상 호흡을 보였고, 14시 24분경부터는 거의 움직임이 없다가 15시 06분경 핵의학과 검사실 의료진에 의해 심정지 상태가 확인되었습니다. 심폐소생술을 받았으나 결국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현재까지 의식불명 상태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원고 측은 환자 이송 및 대기 중 면밀한 관찰 부재와 아데노신 투여의 부적절성을 의료 과실로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송 및 대기 중의 관찰 소홀만 과실로 인정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병원의료진이 환자 A를 중환자실에서 핵의학과 검사실로 이송하고 검사 대기하는 과정에서 환자 상태를 면밀히 관찰해야 할 주의의무를 위반했는지 여부입니다. 아데노신 부하 심근관류 스펙트 검사 시 아데노신 투여와 관련하여 주의의무를 위반했는지 여부입니다. 위 주의의무 위반이 환자 A의 심정지 및 저산소성 뇌손상 발생의 원인이 되었는지 여부입니다. 병원 측의 손해배상 책임 범위 및 환자 기왕증을 고려한 책임 제한 여부입니다.
피고들은 공동으로 원고 A에게 178,785,781원, 원고 B, C, D, E에게 각 10,000,000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이 금액에 대해 2019년 5월 10일부터 2021년 11월 9일까지는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지연손해금을 가산하여 지급하도록 했습니다. 원고들의 나머지 청구는 기각되었습니다. 소송비용 중 55%는 원고들이, 45%는 피고들이 각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법원은 환자 A가 중환자실에서 핵의학과 검사실로 이송되어 검사를 대기하는 동안 의료진이 활력징후 등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감시장치를 부착하지 않고, 의료인의 동행 없이 환자를 방치하여 이상 징후 발생 시 즉각적인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은 점을 의료 과실로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아데노신 투약과 심정지 사이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는 부정했습니다. 환자의 기왕증 및 복합적인 원인을 고려하여 병원 측의 책임 비율을 60%로 제한하여 손해배상액을 산정하였습니다.
의사의 주의의무: 의사는 환자를 진료할 때 생명, 신체, 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특성을 고려하여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최선의 조치를 취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습니다. 이때 의료행위의 수준은 해당 의료행위 당시 의료기관 등 임상 의학 분야에서 일반적으로 인정되고 시인되는 의학 상식을 기준으로 판단됩니다. 본 판결에서는 원고 A의 불안정한 건강 상태를 고려할 때 중환자실에서 핵의학과 검사실로 이송 및 대기하는 과정에서 활력징후 모니터링 장비 부착과 의료인의 동행 없이 환자를 방치한 것이 이러한 주의의무를 위반한 과실로 인정되었습니다. 사용자책임 (민법 제756조): 어떤 사람(피용자)이 다른 사람(사용자)의 사무 집행에 관하여 제3자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 그 사용자는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원칙입니다. 본 판결에서 피고 F병원은 주치의인 피고 G의 사용자로서, G의 주의의무 위반으로 발생한 손해에 대해 공동으로 배상할 책임이 인정되었습니다. 책임 제한 (과실상계 유추적용): 손해가 발생하거나 확대된 경우에 피해자 측의 요인이 원고 A의 체질적인 소인이나 질병의 위험도와 같이 피해자 측의 잘못이 아니더라도, 그 질병의 종류나 정도 등을 고려하여 가해자에게 손해 전부를 배상하게 하는 것이 공평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법원은 과실상계 법리를 유추 적용하여 피해자 측 요인을 참작하여 손해배상액을 감액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원고 A에게 호흡부전의 원인을 알 수 없는 점, 고혈압, 당뇨, 만성 B형 간염, 신세뇨관 산증 등 기왕증이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하여 피고들의 책임 비율을 60%로 제한했습니다.
중환자실 환자나 불안정한 상태의 환자가 병원 내 다른 검사실로 이동하거나 대기할 때는 반드시 활력징후 감시장치를 부착하고, 의료진이 동행하여 환자 상태를 지속적으로 관찰해야 합니다. 환자의 상태 변화, 특히 호흡 곤란, 의식 저하, 섬망 등 위급한 징후가 있을 경우 의료진에게 즉시 알리고, 가능한 한 상시적인 관찰을 요구해야 합니다. 환자나 보호자는 중요한 검사를 앞두고 의료진에게 검사 과정 중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 부작용, 그리고 응급 상황 발생 시 대응 계획에 대해 충분히 설명을 요구하고 이해해야 합니다. 만약 의료 기록상 환자 상태가 불안정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해당 검사가 꼭 필요한지, 혹은 더 안전한 방법으로 진행될 수 없는지 의료진과 충분히 상의해야 합니다. 병원은 환자 이송 및 대기 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위험을 예측하고, 이에 대비한 명확한 프로토콜과 인력 배치 기준을 마련하여야 합니다. 환자의 갑작스러운 증상 악화가 발생했을 때 의료진의 발견이 지연되었다면, CCTV 기록 등 객관적인 증거를 확보하여 의료 과실 여부를 확인하는 데 활용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