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약금
냉난방설비 업체인 원고 A가 인테리어 공사의 하도급자 피고 주식회사 B에게 미지급 공사대금 2,110만 원과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피고는 공사를 의뢰하고 계약서를 작성한 J에게 대리권이 없다고 주장하며 대금 지급을 거부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J이 피고로부터 공사 진행을 일임받았으므로, 냉난방설비 공사 계약에 대한 '부분적 포괄대리권'이 있었다고 인정하여 원고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D라는 인테리어 공사업자가 주식회사 E와 G신학원으로부터 인테리어 공사를 수주했고, 이 공사를 피고 주식회사 B에게 하도급 주었습니다. 피고는 이 공사의 진행을 대표이사의 지인인 J에게 맡겼고, J은 공사에 필요한 냉난방설비 납품 및 시공(이 사건 공사)을 원고 A에게 의뢰하고 총 7,590만 원에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원고 A는 공사를 완료했으나, 피고로부터 공사대금 중 2,110만 원을 지급받지 못했습니다. 피고는 J이 자신들 몰래 계약을 체결한 것이므로 계약이 무효이며 공사대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원고 A는 미지급 공사대금과 계약서에 명시된 연 20% 이내의 지연손해금(연 12% 청구)을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피고 주식회사 B의 지인 J이 원고 A와 냉난방설비 공사 계약을 체결할 당시, 피고를 대리할 적법한 권한, 특히 '부분적 포괄대리권'이 있었는지 여부였습니다. 피고는 J이 피고 몰래 계약을 체결했으므로 계약이 무효라고 주장했지만, 원고는 J에게 적법한 대리권이 있었음을 전제로 공사대금 지급을 요구했습니다.
법원은 원고 A의 청구를 받아들여, 피고 주식회사 B는 원고에게 미지급 공사대금 2,110만 원과 이에 대해 2019년 3월 1일부터 모든 금액을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또한, 소송에 들어간 비용은 모두 피고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법원은 피고 주식회사 B가 J에게 제1, 2공사 진행을 전적으로 맡겼고, J의 요청에 따라 원고에게 공사대금을 일부 송금하면서 '에어컨' 관련 비용임을 인지했던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습니다. 이를 통해 J이 피고를 대리하여 원고와 냉난방설비 공사 계약을 체결할 '부분적 포괄대리권'이 있었다고 판단하여, 피고는 원고에게 미지급 공사대금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최종 결론 내렸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부분적 포괄대리권을 가진 사용인'에 관한 상법 제15조의 법리가 중요하게 적용되었습니다. 상법 제15조는 영업의 특정 종류나 특정 사항에 대한 위임을 받은 사용인은 이에 관한 모든 재판 외의 행위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특정 업무에 대해 포괄적인 권한을 부여받은 자의 행위는 본인에게 효과가 미친다는 원칙입니다. 대법원 판례(1994. 9. 30. 선고 94다20884 판결)에 따르면, 건설 현장에서 공사 시공 업무만을 담당하는 현장소장은 일반적으로 이 상법 제15조에서 말하는 부분적 포괄대리권을 가진 사용인으로 인정됩니다. 본 사건에서 J은 피고 주식회사 B로부터 제1, 2공사 진행을 전적으로 일임받았으므로, 법원은 J 또한 이 공사와 관련된 자재 구매, 노무관리, 그리고 그에 필요한 계약 체결 등에 관하여 부분적 포괄대리권을 가지고 있었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피고가 J의 요청에 따라 원고에게 공사대금 중 일부를 송금하면서 '에어컨' 관련 비용임을 인지했고, 피고 대표이사가 소송 후 J과 대화하며 원고의 청구 금액을 확인하고 잔금 지급 방안을 논의했던 점 등은 J의 대리권을 인정하는 강력한 근거가 되었습니다.
공사 현장 책임자나 특정 업무를 일임받은 대리인과 계약을 맺을 때는, 해당 대리인에게 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대리권'이 있는지 명확히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순히 '지인에게 일을 맡겼다'는 이유만으로는 대리인의 행위가 본인에게 법적으로 귀속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대리인의 권한 범위는 명시적인 위임뿐만 아니라, 본인이 대리인의 행위를 묵시적으로 승인했거나 그 행위에 대해 알고 있었던 정황(예: 대리인의 요청에 따라 대금 지급, 관련 내용 확인 등)이 있다면 넓게 인정될 수 있습니다. 계약 체결 시에는 계약서에 본인(회사)의 명의와 인감이 정확히 날인되었는지, 대리인이 본인을 대표하여 서명할 정당한 권한이 있는지 등을 서면으로 명확히 확인하는 것이 추후 분쟁을 예방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본인이 대리인의 행위를 부인하려는 경우, 대리인에게 권한이 없음을 적극적으로 입증해야 하며, 본인이 대리인의 행위를 승인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어떠한 행위도 하지 않았음을 증명해야 합니다. 계약과 관련된 모든 의사소통(요청 내용, 송금 내역, 통화 기록 등)을 상세히 기록하고 보관하는 것이 나중에 분쟁이 발생했을 때 중요한 증거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