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함께 참석하며 반미 연대를 세계에 과시했습니다. 이는 과거 냉전 시절의 친밀한 협력 관계를 연상시키지만, 실제로는 복잡한 현실적 중압감 아래 놓여 있습니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 간의 정치·경제적 결속이 천연가스 공급망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합의한 ‘시베리아의 힘 2’ 가스관 사업은 이들의 연대에 중요한 이정표입니다. 러시아는 유럽 시장을 잃은 이후 가스 판매처로 중국을 적극 모색하고 있으며 연간 500억㎥ 가스 공급이 계획되어 있습니다. 공식적으로 두 정상은 법적 구속력을 지닌 협약을 체결했지만 실질적으로는 사업 추진에 필요한 막대한 투자 비용과 중국 내부의 수요 전망 문제 등으로 인해 여전히 불확실성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시베리아의 힘 2’를 통해 에너지 수출 다변화를 꾀하며 전략적 손실을 만회할 수 있지만, 중국은 이와 달리 비용 부담과 장기적인 가스 의존도를 놓고 우려를 표명합니다. 미국과의 갈등 속에서 러시아와 협력하는 정치적 이유가 있으나, 경제적 현실에서 중국은 재생에너지 및 석탄 발전 중심의 에너지 전략을 택하며 러시아산 가스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피하고자 하는 모습입니다.
중국과 러시아는 과거 러시아가 가스를 무기화한 사례를 인지하고 있고, 이런 경험이 향후 임박한 정치적 긴장 상황에서 공급 체인의 ‘좌초자산’화를 우려하게 만듭니다. 미 컬럼비아대 글로벌에너지정책센터의 연구에서는 중국의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가 EU의 과거와 유사한 40%로 증가할 경우, 중국 경제도 큰 타격을 입을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는 반미라는 정치적 명분만으로는 경제적 이해관계를 넘어서는 연대를 지속할 수 없다는 현실을 보여주는 단면입니다.
이처럼 천연가스를 매개로 한 중러 관계는 단순한 동맹 이상의 경제적 실리가 뒤얽힌 복합 관계입니다. 에너지 공급 불안정이 정치적 분쟁의 촉매가 될 수 있음은 과거 국제사회에서 여러 차례 입증된 바 있습니다. 따라서 가스관 설치와 공급계약은 단순한 에너지 인프라의 구축이 아니라 법적 분쟁과 경제 협력의 경계선 위에 놓인 전략적 선택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장기간 협상에 걸리는 비용과 이해당사자 간 신뢰 문제는 법률·계약 문제로 비화될 소지가 크며, 중대한 국가 간 법률분쟁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체결한 협약이 법적 구속력을 가진다고 하나, 실제 이행 과정과 조건 변화에 따라 계약 불이행, 해석 분쟁, 투자 회수 문제 등 다양한 법률적 문제들이 올 수 있으므로 법률 전문가들의 면밀한 검토와 분쟁 대응 전략 수립이 필수적입니다. ‘시베리아의 힘 2’ 프로젝트가 과연 중러 연대의 지속 가능성을 보장할지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