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 · 의료
과거 제왕절개 경험이 있는 산모가 브이백(VBAC) 분만을 시도하던 중, 병원 의료진이 자궁파열 및 태아곤란증 징후를 확인했음에도 응급 제왕절개 수술을 36분가량 지연하여 태아가 저산소성 허혈성 뇌병증 등 심각한 합병증으로 사망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의료진이 응급 제왕절개술을 지연한 과실을 인정하여 병원에 손해배상 책임을 부과했으나, 의료행위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책임을 50%로 제한하고, 사망한 아기의 부모와 형제자매에게 총 1억 6천만 원 이상의 배상금을 지급하도록 판결했습니다.
원고 A 산모는 과거 제왕절개 경험이 있었으나 브이백(VBAC)을 시도하기 위해 피고 병원에 내원했습니다. 분만 중인 2012년 11월 7일 04:35경, 산모는 극심한 진통을 호소했고 태아 심박동수(FHT)가 50~60회/분으로 급격히 떨어지는 등 자궁파열 및 태아곤란증을 의심할 만한 심각한 징후가 나타났습니다. 의료진은 전신마취를 위한 금식시간이 확보되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응급 제왕절개술 결정을 지연했으며, 실제로 수술은 05:11경에야 시행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아기는 저산소성 허혈성 뇌병증 등 심각한 합병증을 안고 태어나 2013년 7월 8일 사망했습니다. 이에 아기의 부모와 형제자매는 병원을 상대로 의료과실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하게 되었습니다.
본 사건의 핵심 쟁점은 피고 병원 의료진에게 브이백 시도 부적합성, 무리한 분만 유도로 인한 자궁파열 발생, 응급 제왕절개 수술 지연, 설명의무 및 지도설명의무 위반 등 의료과실이 있었는지 여부였습니다. 법원은 이 중 응급 제왕절개 수술 지연 과실만을 인정했습니다.
피고는 원고 A, B에게 각 77,731,500원, 원고 C, D에게 각 3,000,000원 및 위 각 금원에 대하여 2012년 11월 7일부터 2014년 10월 14일까지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해야 합니다. 원고들의 나머지 청구는 기각되었으며, 소송비용은 원고들과 피고가 각 1/2씩 부담합니다.
법원은 피고 병원 의료진이 산모의 자궁파열 및 태아곤란증을 의심할 만한 징후가 발생했음에도 응급 제왕절개 수술을 36분 지연한 과실이 있으며, 이로 인해 아기에게 저산소성 손상이 발생하고 사망에 이르게 된 인과관계를 인정했습니다. 다만, 의료행위의 본질적 위험성과 의료진의 노력 등을 참작하여 병원의 책임 비율을 50%로 제한했습니다. 따라서 병원은 아기의 일실수입, 치료비, 위자료 등을 포함한 총 1억 6천만 원 이상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습니다.
의료사고 발생 시 의료기관의 책임을 판단하는 주요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의료과실 및 주의의무 위반: 의사(병원)는 환자를 진료할 때 당시의 의료수준에 따라 요구되는 최선의 주의의무를 다해야 합니다. 본 사례에서 법원은 응급 상황 발생 시 적시에 응급 제왕절개술을 시행하지 않은 것이 의료진의 주의의무 위반으로 인정했습니다. 태아 심박동 저하 등 자궁파열의 징후가 명백했음에도 전신마취 금식시간을 이유로 수술을 지연한 것은 과실로 판단됩니다.
2. 인과관계: 의료과실과 환자에게 발생한 손해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손해배상 책임이 성립합니다. 법원은 제왕절개술 지연으로 태아에게 산소 공급이 지연되어 사망에 이르게 된 인과관계를 인정했습니다.
3. 손해배상 책임의 제한 (과실상계): 의료행위는 본질적으로 고도의 위험이 따르는 특수성을 가지므로, 의사의 과실이 인정되더라도 모든 손해를 의료기관에만 부담시키는 것은 형평의 원칙에 어긋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법원은 의료사고의 경위, 의료진의 노력, 의료행위의 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피고의 책임 비율을 50%로 제한했습니다.
4. 재산상 손해 및 위자료: 사망으로 인한 일실수입(미래 소득 상실분), 기왕 치료비 등 재산상 손해와 함께, 망아 본인 및 유족(부모, 형제자매)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가 산정됩니다. 망아의 일실수입은 도시일용노임과 가동연한(60세)을 기준으로 계산되며, 위자료는 여러 참작 사유를 고려하여 결정됩니다.
5. 상속: 사망한 피해자에게 인정된 재산상 손해와 위자료는 그 법정상속인(본 사례에서는 부모)에게 법정 상속비율에 따라 상속됩니다.
6. 지연손해금: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한 날로부터 판결 선고일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의 이율이,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20%의 이율이 적용됩니다.
브이백(VBAC)을 시도할 때는 의료진과 충분히 상담하여 과거 출산 이력, 태아 상태, 본인의 체격 등을 고려한 위험성을 정확히 인지해야 합니다. 분만 과정에서 극심한 통증이나 태아 심박동의 급격한 변화 등 이상 징후가 나타나면 즉시 의료진에게 알리고 적극적인 조치를 요구해야 합니다. 응급 상황 발생 시 금식 여부와 관계없이 산모와 태아의 생명을 최우선으로 하는 응급 수술이 지체 없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비록 전신마취의 부작용 가능성이 있더라도, 자궁파열 등으로 인한 태아의 저산소증 사망 가능성보다는 응급 수술이 우선시될 수 있습니다. 의료진의 설명의무는 중요하지만, 긴급한 상황에서는 설명의무 위반이 직접적인 신체 침해의 원인이 된다고 인정되기 어려울 수 있으므로, 주요 결정을 내리기 전 가능한 범위에서 충분한 정보를 얻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