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원 환자 탈출 중 추락사고 손해배상 판결

정신과 폐쇄병동에 입원 중이던 경도 정신지체 및 양극성 정동장애 환자가 병원 3층 화장실 창문을 통해 탈출을 시도하다 추락하여 신체적 손상을 입었습니다. 법원은 병원장이 정신병원으로서 환자 탈출을 방지하기 위한 안전장치 설치 및 환자 관찰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보아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으나, 환자 본인의 자의적인 탈출 시도도 사고 발생의 중요한 원인이므로 병원장의 책임을 20%로 제한했습니다. 환자 부모에게는 위자료가 인정되었고, 근무 의사에게는 책임이 없다고 판단되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A (환자): 2019년부터 서울 동대문구 소재 J병원 정신과 폐쇄병동에 경도 정신지체 및 양극성 정동장애로 입원 치료를 받던 중 2020년 4월 22일 추락 사고를 당한 사람.
• 원고 B, C (환자의 부모): 원고 A의 부모로, 사고로 인한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를 청구했습니다.
• 원고 D, E, F (환자의 누나들): 원고 A의 누나들로, 사고로 인한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를 청구했으나 법원에서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 피고 G (병원장): 원고 A가 입원해 있던 J병원을 개설하고 운영하는 병원장으로, 병원의 의료진 및 직원들의 사용자로서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었습니다.
• 피고 H (근무의사): J병원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 근무하는 의사로, 사고 당시 원고 A의 주치의가 아니었으며 병원의 공동사업자로 인정되지 않아 손해배상 책임이 기각되었습니다.

분쟁 상황

원고 A는 2019년 4월 11일부터 서울 동대문구 소재 J병원(정신과 폐쇄병동)에 경도 정신지체 및 양극성 정동장애 등의 증상으로 입원 치료를 받고 있었습니다. 2020년 4월 22일 오후 2시 25분경, 원고 A는 사회적응훈련 프로그램(노래방)을 위해 3층 재활훈련실로 내려간 후 화장실을 다녀오겠다며 재활훈련실을 나갔습니다. 이후 같은 층 남자화장실의 가로 80㎝, 세로 30㎝ 정도 되는 창문을 통해 탈출을 시도하다가 주차장으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 사고로 원고 A는 흉추 11번부터 요추 5번까지 후방 고정술식 및 후방유합술을, 같은 해 5월 4일에는 우측 종골골절에 대한 수술을 받았으며, 현재 척수손상에 의한 하지 불완전마비 증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사고 발생 이전 원고 A는 외출이 불가능해진 것에 불만을 표하며 퇴원을 요구하고, 병실 입실을 거부하며 다른 환자와 다투는 등의 불안한 행동을 보였습니다. 사고 당일 오전에도 다른 층 병실로 보내달라고 고집을 부려 추가 투약을 하려 했으나 거부하고 보호사의 도움을 받아 옥상으로 바람을 쐬고 오는 등 불안정한 상태를 보였습니다.

핵심 쟁점

정신병원으로서 환자의 탈출 시도를 방지할 안전장치 설치 및 주의 깊은 관찰 의무 위반 여부, 사고 발생 후 신속한 응급조치 및 전원 조치 의무 위반으로 손해가 확대되었는지 여부, 환자의 기왕증(지적장애)이 노동능력상실률 및 손해배상액 산정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병원장 및 근무 의사의 책임 범위가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의 판단

1. 피고 G는 원고 A에게 총 154,704,423원(일실수입, 적극적 손해, 위자료 포함) 및 그중 144,016,092원에 대해서는 2020년 4월 23일부터, 나머지 10,688,331원에 대해서는 2022년 12월 13일부터 2024년 7월 11일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지연이자를 지급해야 합니다.
2. 피고 G는 원고 B, C에게 각 1,000,000원 및 이에 대해 2020년 4월 23일부터 2024년 7월 11일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지연이자를 지급해야 합니다.
3. 원고 A, B, C의 피고 G에 대한 나머지 청구, 원고 D, E, F의 피고 G에 대한 청구, 그리고 원고들의 피고 H에 대한 청구는 모두 기각되었습니다.

결론

법원은 정신병원 원장이 환자의 탈출 방지를 위한 시설 설치 및 관찰 의무를 소홀히 한 책임을 인정하여 손해배상을 명했습니다. 다만, 환자 본인의 자의적인 탈출 시도도 사고의 주된 원인이므로 병원장의 책임을 20%로 제한했습니다. 환자의 부모에게는 위자료가 인정되었으나, 형제자매에게는 인정되지 않았고, 당시 주치의가 아니었던 근무 의사의 책임은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1. 민법 제750조 (불법행위의 내용)​: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습니다. 본 판례에서는 피고 G가 병원장으로서 환자의 안전에 대한 관리 및 주의의무를 소홀히 한 과실이 인정되어 불법행위 책임이 적용되었습니다.
2. 민법 제756조 (사용자의 배상책임)​: 타인을 사용하여 어느 사무에 종사하게 한 자는 피용자가 그 사무집행에 관하여 제삼자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습니다. 피고 G는 병원의 의료진과 직원들의 사용자로서, 그들의 업무상 과실에 대한 사용자 책임이 인정되었습니다.
3. 주의의무: 정신병원과 같이 특수한 환자들을 치료하는 시설은 환자의 충동적인 행동이나 탈출 시도 가능성을 고려하여 일반 병원에 비해 더 높은 수준의 안전장치 설치 및 환자 관찰 의무를 부담합니다. 법원은 정신병원의 특성상 환자들의 갑작스러운 탈출 시도 가능성이 항상 존재한다고 보았습니다.
4. 과실상계 (민법 제396조 및 제763조)​: 손해배상 책임의 발생 또는 확대에 피해자 본인의 과실이 있는 경우, 법원은 이를 참작하여 손해배상액을 경감할 수 있습니다. 본 판례에서는 원고 A가 자의로 화장실 창문을 통해 탈출을 시도한 점이 피해자 측의 과실로 인정되어, 피고 G의 책임 범위가 20%로 제한되었습니다.
5. 노동능력상실률 산정 (대법원 2021. 5. 13. 선고 2020다276730 판결)​: 불법행위로 인한 일실수입을 산정할 때, 사고 이전의 기왕증(기존 질병이나 장애)으로 인한 노동능력상실의 정도는 기왕증이 후유증 발생에 기여한 정도와 구분하여 산정됩니다. 사고를 당하기 전에 이미 장해가 있었다면 그로 인해 노동능력을 상실한 정도를 현재의 전체 노동능력상실률에서 감하는 방식으로 사고로 인한 순수한 노동능력상실률을 산정합니다.
6. 위자료: 불법행위로 인한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배상으로, 피해자 본인뿐만 아니라 그 가족에게도 인정될 수 있습니다. 그 금액은 피해자와의 관계, 고통의 정도, 사고 경위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결정됩니다.
7.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 금전채무의 이행을 명하는 판결을 선고할 경우, 채무자가 그 이행의무의 존재 여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때를 제외하고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이율(연 12%)에 따른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명할 수 있습니다. 본 판례에서는 판결 선고일까지는 민법상 이율(연 5%), 그 다음날부터는 소송촉진법상 이율(연 12%)이 적용되었습니다.

참고 사항

1. 정신병원의 높은 주의의무: 정신병원은 환자의 충동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행동 가능성을 고려하여 일반 병원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안전장치 설치 및 환자 관찰 의무를 부담합니다. 사고 발생 후 뒤늦게 안전시설을 갖추는 것은 사전에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는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2. 환자 상태 변화에 대한 세심한 관찰: 환자의 주치의 변경, 외출 가능 여부 변경, 퇴원 요구, 병실 변경 요구, 공격적인 행동 등 환자의 심리적, 행동적 변화가 나타나면 의료진은 이를 주의 깊게 관찰하고 사고 발생을 방지하기 위한 선제적인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3. 탈출 방지 시설의 중요성: 창문의 크기가 작더라도 환자가 이를 통해 탈출을 시도할 수 있으므로, 잠금장치나 가로막 등의 탈출 방지 시설을 사전에 갖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화장실과 같이 개별 칸막이 내부가 아닌 공용 공간에서의 탈출 시도는 환자의 인권 침해 없이 관찰 의무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4. 사고 후 응급조치의 신속성: 사고 발생을 인지한 후 10분 이내에 신고하고 1시간 이내에 병원으로 후송하는 등 신속한 응급조치가 이루어졌다면, 응급조치 지연으로 손해가 확대되었다는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5. 기왕증(기존 질병)이 손해배상에 미치는 영향: 사고 이전 지적장애와 같은 기왕증이 있는 경우, 사고로 인한 노동능력상실률을 산정할 때 기왕의 장해로 인한 상실률을 먼저 고려하여 사고로 인한 순수한 노동능력상실률을 평가합니다. 지적장애 1급 환자라도 간단한 직업 활동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6. 환자 본인의 과실: 환자 본인이 자의로 탈출을 시도하다 사고가 발생한 경우, 환자가 장애를 가졌다 하더라도 자신의 행동이 위험하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었다면, 병원의 책임이 일정 부분 제한될 수 있습니다. 본 판례에서는 병원장의 책임이 20%로 제한되었습니다.
7. 손해배상 범위의 인정 기준: 사고 발생 후 약 2년 이내의 적극적인 재활치료나 입원치료비는 인정될 가능성이 높으나, 2년 이상 지난 후의 치료나 사고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치료, 과잉 진료로 판단되는 비용은 인정되지 않거나 그 범위가 제한될 수 있습니다. 간병비(개호비)의 경우, 환자의 상태를 고려하여 향후에도 필요한 경우 지속적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8. 가족 위자료의 범위: 환자의 부모에 대한 위자료는 인정될 수 있지만, 형제자매와 같이 관계가 먼 가족에 대한 위자료는 인정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9. 근무 의사의 책임 판단: 단순히 환자의 주치의였다는 사실만으로는 병원의 공동사업자나 의료진의 사용자로서 손해배상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병원 개설자나 공동대표자 등 책임이 인정될 수 있는 명확한 증거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