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배상 · 의료
환자가 허리 통증으로 병원에서 척추 시술을 받은 후 다리 감각 저하와 통증,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 등의 증상이 나타나자 의료진의 과실로 인해 손해가 발생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환자의 기존 병력과 시술 후 경과, 다른 치료의 가능성 등을 종합하여 의료진의 시술 결정, 시술 과정, 시술 후 경과 관찰 및 설명 의무 위반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의료진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환자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원고는 허리 통증으로 피고 병원에 내원하여 피고 의사에게 척추 시술을 받았습니다. 원고는 시술 직후부터 왼쪽 다리의 감각 저하 및 통증을 호소하기 시작했고, 이후 요천추신경근병증과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 진단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에 원고는 피고 의사가 불필요한 시술을 결정하고 시술 과정에서 과도하게 신경근을 견인하거나 약물을 과다 투여하는 등의 의료상 과실을 저질렀으며, 시술 후에도 증상에 대한 적절한 검사(근전도검사, 신경전도검사)를 시행하지 않는 등 경과 관찰 의무를 소홀히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시술 전 시술의 위험성과 부작용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지 않아 설명 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피고 의사 및 병원에 총 5억여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피고 의사가 시술 전 환자의 상태를 고려하여 적절한 치료 방법을 결정했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시술 과정에서 약물 과다 투여, 탐침 위치 선정 오류, 과도한 에너지 투사, 내시경 조작 실수 등 의료상의 과실이 있었는지 여부입니다. 셋째, 시술 후 환자가 통증과 감각 이상을 호소했을 때 의료진이 적절한 검사와 치료를 시행하여 경과 관찰 의무를 다했는지 여부입니다. 넷째, 피고 의사가 시술의 방법, 필요성, 부작용 등을 환자에게 충분히 설명하여 설명 의무를 이행했는지 여부입니다. 마지막으로, 의료진의 행위와 환자에게 발생한 신경근병증 및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하는지 여부입니다.
제1심 판결 중 피고들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합니다. 원고의 항소와 이 법원에서 확장한 청구를 모두 기각하며, 소송 총비용은 원고가 부담합니다.
재판부는 환자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의료진의 주의의무 위반이나 그로 인한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시술 결정은 환자의 요청과 기존 경과를 고려할 때 적절했고, 시술 과정에서의 과실이나 시술 후 경과 관찰상의 과실 역시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았습니다. 특히 환자가 시술 전부터 여러 차례 허리 부위 시술과 사고 이력이 있었고, 신경근병증 진단도 받았던 점, 시술 직후 MRI에서 신경막 손상이나 혈종을 단정하기 어려웠던 점, 신경 손상 악화 시점이 시술 후 상당한 시간이 경과한 시점이었고 그 사이에 다른 시술을 받았던 점 등을 고려할 때, 이 사건 장해가 의료상 과실 이외에 다른 원인에 기인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시술 동의서에 부작용이 명시되어 있었으므로 설명 의무 위반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이 사건은 의료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의 발생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의료행위로 인한 불법행위 책임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의사의 주의의무 위반, 손해의 발생, 그리고 주의의무 위반과 손해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가 모두 입증되어야 합니다. 이는 민법상 불법행위 책임(민법 제750조)의 일반 원칙에 따릅니다.
특히 의료행위의 경우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고 환자 측에서 의료 과실 및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어려운 특수성이 있습니다. 이에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법리를 통해 환자 측의 입증 부담을 완화하고 있습니다. 즉, ① 환자 측이 일반인의 상식에 바탕을 둔 의료상의 과실이 있는 행위를 증명하고, ② 그 결과와 사이에 의료행위 외에 다른 원인이 개재될 수 없다는 점(예: 의료행위 이전에 그러한 결과의 원인이 될 만한 건강상 결함이 없었음)을 증명한 경우, ③ 의료행위를 한 측이 그 결과가 의료상의 과실로 인한 것이 아니라는 증명을 하지 못하는 이상, 의료상 과실과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울 수 있다고 봅니다(대법원 1995. 2. 10. 선고 93다52402 판결, 대법원 2019. 2. 14. 선고 2017다203763 판결 등 참조). 이는 의료사고 발생 시 손해의 공평·타당한 부담을 위한 증명책임 완화의 원칙입니다.
또한, 의료행위 과정에서 주의의무 위반 여부나 인과관계 여부를 밝히기 어려운 경우, 수술 도중이나 수술 후 환자에게 중한 결과의 원인이 된 증상이 발생했고, 그 증상 발생에 관하여 의료상의 과실 외의 다른 원인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간접사실들을 증명함으로써 의료상의 과실에 기한 것이라고 추정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의료상의 과실로 인한 결과 발생을 추정할 수 있을 정도의 개연성이 담보되어야 하며, 막연하게 중한 결과에서 의사의 과실과 인과관계를 추정하여 의사에게 무과실의 증명책임을 지우는 것은 허용되지 않습니다(대법원 2004. 10. 28. 선고 2002다45185 판결, 대법원 2015. 8. 27. 선고 2013다78495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서 재판부는 환자에게 시술 전부터 여러 증상과 병력이 있었고, 시술 직후 MRI 결과만으로 신경 손상을 단정하기 어려웠으며, 신경 손상 악화 시점도 시술 후 상당 기간이 지난 시점이었고 그 사이에 다른 시술도 이루어졌다는 점 등을 들어, 의료상의 과실 이외에 다른 원인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간접사실들이 증명되었다고 보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인과관계 추정 법리를 적용하지 않았습니다.
의료 분쟁은 환자 측에서 의료 행위의 과실과 그로 인한 손해 발생의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것이 매우 어렵습니다. 이 사건과 같이 의료 시술 후 증상이 악화되거나 새로운 증상이 발생한 경우, 다음과 같은 점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