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 금융
주식회사 A는 다른 중소기업들과 B(콘크리트 제품) 구매 입찰에서 조직적인 담합 행위를 벌여 조달청장으로부터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을 받았습니다. 이에 A는 조달청장의 처분 권한이 없거나 처분이 재량권을 남용했다고 주장하며 처분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과 2심 법원 모두 A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단하여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주식회사 A는 B협동조합의 회원사로서 다른 16개 B 생산 업체들과 함께 2011년 9월 15일부터 2016년 4월 29일까지 B 구매 입찰에서 조직적인 담합 행위를 벌였습니다. 이들은 실무자 협의회와 대표자 협의회를 통해 낙찰받을 입찰 건과 업체 투찰 가격 등을 사전에 정하고 '들러리사'를 내세워 낙찰을 받아왔습니다. 특히 B은 중소기업 간 경쟁 제품으로 지정되어 있었음에도 이러한 담합을 통해 막대한 영업 수익을 취득했습니다. 조달청장은 이러한 담합 행위를 적발하고 A에 대해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2년)을 내렸습니다. A는 이 처분에 불복하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관련 형사사건에서는 A의 대표이사를 포함한 관계자들이 유죄 판결을 받았고 현재 상고심이 진행 중입니다.
조달청장이 국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이 발주한 입찰 건에 대해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을 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이 있는지 여부와 입찰 건 일부를 처분 대상에서 제외했음에도 불구하고 A에 대한 2년간의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주식회사 A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 판결과 같이 조달청장의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항소 비용은 원고인 A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법원은 조달청장이 국가 발주 계약에 대해서는 중앙관서의 장으로서 처분 권한이 있고 2014년 2월 7일 개정된 지방계약법 시행 이후의 지방자치단체 발주 계약에 대해서도 권한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공기업·준정부기관이 조달청장에게 위탁한 계약에 대해서도 권한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비록 처분 과정에서 조달청장에게 처분 권한이 없는 일부 입찰 건(총 116건 중 76건)이 제외되었지만 여전히 40건의 입찰에서 약 217억 원 상당의 담합이 인정되며 A가 담합을 주도한 것으로 보아 2년의 자격 제한은 구 국가계약법 시행규칙이 정한 제재 기준에 부합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공공조달시장의 공정성 확보라는 공익적 가치가 A가 입는 불이익보다 훨씬 크다고 보아 재량권 일탈·남용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구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구 국가계약법) 제27조 제1항은 '각 중앙관서의 장은 경쟁의 공정한 집행 또는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해칠 염려가 있거나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에 해당하는 자에 대하여는 2년 이내의 범위에서 입찰 참가자격을 제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본 사안에서 조달청장은 국가재정법상 중앙관서의 장으로 인정되어 국가 발주 계약에 대한 처분 권한이 있다고 판단되었습니다.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개정 지방계약법) 제31조 제1항은 '지방자치단체의 장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중앙행정기관의 장에게 계약사무를 위임하거나 위탁하여 처리하는 경우 그 위임 또는 위탁을 받은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부정당업자에 대하여 입찰 참가자격을 제한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 조항은 2014년 2월 7일 시행되었으며 그 이전의 지방자치단체 발주 계약에 대해서는 조달청장의 직접적인 처분 권한이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44조 제2항은 '공기업·준정부기관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수요물자 구매나 시설공사계약의 체결을 조달청장에게 위탁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이에 따라 공기업·준정부기관의 계약이 위탁된 경우에 한해 조달청장의 처분 권한이 인정되며 기타공공기관이나 위탁이 없는 경우에는 권한이 없다고 판단됩니다. 구 국가계약법 시행규칙 제76조 제1항 [별표 2] (부정당업자의 입찰참가자격 제한기준)는 담합을 주도하여 낙찰을 받은 경우 가장 중한 제재인 2년 이내의 입찰참가자격 제한이 가능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법원은 원고가 담합을 주도한 것으로 판단하여 이 기준에 부합한다고 보았습니다. 행정처분의 재량권 일탈·남용 판단 법리는 행정청의 재량행위는 법령에서 정한 재량권의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그 재량권의 행사가 공익상의 필요와 달성하려는 목적에 비례하여 적정하게 이루어졌는지를 판단합니다. 법원은 이 사건 처분이 공익 증진의 필요가 크고 위법 행위의 정도가 중대하므로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지 않았다고 보았습니다.
공공조달 시장에서의 담합은 공정 경쟁을 저해하고 국민 세금을 재원으로 하는 공적 자금에 손해를 끼치는 매우 중대한 위법 행위로 간주됩니다. 설사 처분 과정에서 일부 오류가 있더라도 본질적인 담합 행위가 인정되면 가벼운 처분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조달청장은 국가 계약 및 지방계약법 개정 이후의 지방자치단체 계약 그리고 공기업·준정부기관이 위탁한 계약에 대해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 권한을 가집니다. 따라서 입찰 주체에 따라 처분 권한이 달라질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합니다. 행정기관의 재량권 행사는 공익 달성 목적이 크고 위반 행위의 정도가 중대할수록 넓게 인정됩니다. 단 한 번의 담합으로도 2년의 자격 제한이 가능하며 장기간의 조직적 담합은 더욱 중대한 제재 사유가 됩니다. 담합 행위를 입증하는 내부 문건 문자 메시지 관련자 진술 등은 법원에서 중요한 증거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