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 예금 관련 은행 강제집행 불허 요청 사건

이 사건은 고인의 은행 예금에 대한 강제집행을 둘러싼 분쟁입니다. 은행은 과거 고인의 예금을 둘러싼 소송에서 일부 상속인만을 전제로 성립된 조정조서에 따라 강제집행이 이루어지는 것은 다른 상속인들의 존재를 고려할 때 권리남용에 해당하므로 불허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조정조서는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가지므로 그 집행을 막는 것은 매우 예외적인 경우에만 허용된다고 보아 은행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피고의 강제집행이 정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주식회사 신한은행 (원고): 사망자의 예금에 대한 강제집행이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집행 불허를 요청한 은행입니다.
• 원고보조참가인: 원고 은행의 주장에 동조하여 소송을 보조한 당사자입니다.
• 피고 (항소인): 사망자의 예금에 대해 과거 조정조서를 근거로 강제집행을 추진하려는 당사자입니다.
• 소외 1: 사망자의 공동상속인 중 한 명으로, 피고에게 자신의 채권을 양도했다고 알려진 인물입니다.
• 소외 2: 이 사건 예금의 명의인이자 사망한 예금주입니다.
• 소외 3 외 6인 (소외 3, 4, 5, 6, 7, 8, 9): 소외 2의 일본 국적 배우자 및 자녀들로, 피고와 소외 1 외에 추가적인 상속인으로 지목된 인물들입니다.
• 소외 10, 11, 12: 사망자 소외 2에게 주식양도대금 채권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며 소외 8, 9에 대한 예금채권 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은 채권자들입니다.

분쟁 상황

사망한 소외 2의 은행 예금을 두고 상속인들 사이에 분쟁이 발생했습니다. 초기에는 피고와 소외 1만이 상속인으로 인정되어 예금 지급 관련 소송에서 조정조서가 성립되었고, 이에 따라 피고가 은행으로부터 약 65억 원을 지급받았습니다. 그러나 이후 일본에 거주하는 소외 2의 배우자 및 자녀 등 다른 상속인 7명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이에 은행은 피고가 이 사실을 알고도 숨긴 채 조정조서를 성립시켜 법정상속분을 초과하는 금액을 지급받았으므로, 조정조서에 기한 남은 예금에 대한 강제집행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강제집행 불허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핵심 쟁점

확정된 조정조서에 기한 강제집행이 실제 상속인 수가 다르게 밝혀진 상황에서 '권리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이에 따라 강제집행을 불허할 수 있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입니다.

법원의 판단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인 주식회사 신한은행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소송 비용은 원고 보조참가인과 원고가 각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결론

법원은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는 조정조서에 기한 강제집행을 불허하는 것은 매우 예외적으로 허용되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의 강제집행이 현저히 부당하고 정의에 반하여 사회생활상 용인할 수 없을 정도라고 보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은행이 조정 성립 당시 다른 상속인의 존재를 알았을 가능성이 있고, 설령 알지 못했더라도 이는 은행 측의 사정에 기인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으며, 명의신탁 여부 및 상속인의 범위 또한 쉽게 단정하기 어려운 복잡한 사안이었다는 점 등을 고려했습니다. 만약 다른 상속인들의 권리가 침해되었다면, 그들은 피고를 상대로 상속재산분할청구 등을 통해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1. 민사소송법 제420조 (확정판결의 기판력 및 조정조서의 효력)​: 판결이 확정되면 기판력에 의해 그 청구권의 존재가 확정되고 이에 따라 집행력이 발생합니다. 조정조서 또한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므로, 재심사유가 존재하지 않는 한 원칙적으로 그 효력을 다투기 어렵습니다.
2. 권리남용 금지 원칙 (민법 제2조 등)​: 확정판결에 의해 인정된 권리라 하더라도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행사되어야 합니다. 그 판결에 기한 강제집행이 '현저히 부당하고 상대방으로 하여금 그 집행을 수인하도록 하는 것이 정의에 반함이 명백하여 사회생활상 용인할 수 없다'고 인정되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여 권리남용으로 보아 집행을 불허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 2008다51588, 2008다79876 판결 등 참조).
3.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예금계약 당사자)​: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 예금계약이 체결된 경우, 예금계약서에 기재된 예금명의자를 예금계약의 당사자로 보는 것이 원칙입니다. 예금명의자가 아닌 다른 사람(자금 출연자 등)을 예금계약의 당사자로 인정하려면, 금융기관과 출연자 사이에 예금명의자의 예금반환청구권을 배제하겠다는 명확한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는 점을 매우 엄격한 증거로 입증해야 합니다 (대법원 2009다45828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4. 상속법 관련 법리 (민법)​: 사망자의 재산은 상속인들에게 법정상속분에 따라 승계됩니다. 상속인은 대한민국 호적 등재 여부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친족 관계(배우자, 직계비속 등)에 따라 결정될 수 있으며, 해외에서 유효하게 형성된 가족 관계도 인정될 수 있습니다.

참고 사항

1. 확정된 조정조서나 판결의 강제집행은 법적인 구속력이 매우 강하므로, 이를 '권리남용'으로 보아 불허하는 것은 극히 드물게 인정됩니다. 강제집행 불허를 주장하려면 해당 집행이 사회생활상 도저히 용인할 수 없을 정도로 현저히 부당하고 정의에 반한다는 점을 명확히 입증해야 합니다.2. 상속 관련 분쟁 시, 모든 상속인의 존재 여부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해외에 거주하는 가족이나 복잡한 가족 관계가 있다면 더욱 철저한 조사가 필요합니다. 상속인이 누락된 상태에서 이루어진 합의나 판결은 나중에 추가적인 분쟁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3. 금융기관에 예치된 예금의 명의자가 아닌 다른 사람이 실질적인 소유자라고 주장하는 '명의신탁'의 경우, 금융실명거래법에 따라 예금명의자를 예금계약의 당사자로 보는 것이 원칙입니다. 명의신탁 주장이 받아들여지려면 금융기관과 실질적인 소유자 사이에 예금명의자의 권리를 배제하고 실소유자에게 예금반환청구권을 귀속시키려는 명확한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는 점을 매우 엄격한 증거로 입증해야 합니다.4. 만약 조정조서나 판결로 인해 본인의 상속권이 침해되었다고 생각한다면, 해당 조정조서의 강제집행을 막는 것보다는 별도로 '상속재산분할청구' 소송 등을 통해 자신의 상속지분에 해당하는 권리를 구제받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이는 조정조서나 판결의 효력을 직접 다투기 어려운 경우에 유효한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