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시술 후 환자 사망, 의사의 의료 과실 부정 판결

허리 통증으로 피고 의사에게 '좌측 요추5 추간공 부위 경막외신경차단술'을 받은 망인이 시술 후 '말총증후군' 진단을 받고 사망하자, 망인의 상속재산 파산관재인인 원고가 피고의 시술상 과실, 악결과 예견 및 피해확대방지의무 위반, 설명의무 위반을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피고의 의료 과실 및 설명의무 위반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망인(사망한 환자 A): 허리 통증과 하지 마비 증상으로 피고 의원에서 '경막외신경차단술'을 받은 환자입니다.
• 원고(망인의 상속재산 파산관재인 B): 사망한 환자 A의 상속재산을 관리하는 파산관재인으로, 피고 의사의 의료과실을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한 당사자입니다.
• 피고(의사 C): 부산 사상구에 있는 'E의원'의 의사로, 망인에게 이 사건 시술을 시행한 당사자입니다.

분쟁 상황

망인 A는 2019년 4월 13일 허리 통증과 좌측 하지 마비 증상으로 피고 의원의 의사 C에게 '좌측 요추5 추간공 부위 경막외신경차단술'을 받았습니다. 시술 이틀 후인 4월 15일, 망인은 하지 위약감과 배변 및 배뇨 장애 등 심각한 증상으로 F병원에 입원했고, 5월 16일 '말총증후군' 소견을 받았습니다. 이후 F병원에서 '주상병 말총증후군, 부상병 척수경색증' 진단을 받고 장기간 입원 치료를 받다가 2020년 3월 21일 사망했습니다. 사망진단서에는 '말총증후군'이 사망 원인 중 하나로 기재되었습니다. 이에 망인의 상속재산 파산관재인인 원고 B는 피고 의사의 의료 과실로 인해 망인이 사망에 이르렀다고 주장하며, 일실수입, 치료비, 개호비, 장례비, 위자료 등 총 3억 722만 7081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게 되었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피고 의사의 시술상 과실 유무: '좌측 요추5 추간공 부위 경막외신경차단술' 과정에서 시술상 미숙으로 망인에게 '척수경색증'을 일으켜 '말총증후군'을 유발하거나 악화시켰는지 여부입니다.
2. 피고 의사의 악결과 예견 및 피해확대방지의무 위반 유무: 망인이 피고 의원에 내원했을 당시 이미 '척수경색' 내지 '말총증후군' 증상을 보이고 있었음에도 피고가 이를 진단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환자가 질환에 대비하지 못하게 하여 사망에 이르게 했는지 여부입니다.
3. 피고 의사의 설명의무 위반 유무: 이 사건 시술의 부작용에 대하여 망인에게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원고의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 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결론

법원은 원고가 주장한 피고 의사의 시술상 과실, 악결과 예견 및 피해확대방지의무 위반, 설명의무 위반 모두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시술상 과실 및 악결과 예견 및 피해확대방지의무 위반 주장에 대하여:

• 망인이 시술 전부터 허리 통증, 하지 이상감각, 보행 곤란 등의 증상을 호소했고, 여러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음에도 '척수경색'이나 '말총증후군' 진단이 즉시 내려지지 않았던 점을 지적했습니다.
• 감정촉탁결과와 사실조회회신결과에서도 이 사건 시술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고 볼 만한 직접적인 자료가 없으며, 시술로 인해 해당 질환이 발생했다고 명백하게 단정할 근거가 부족하다고 보았습니다.
• 피고가 망인을 단 1회 진료했고, 당시 제시된 MRI 영상도 약 2개월 전 촬영된 것이었으며, 당시 증상만으로 피고가 즉시 '척수경색'이나 '말총증후군'을 진단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 또한 피고가 시술 후 호전이 없을 경우 상급 병원 치료를 권유한 점도 고려되었습니다.

설명의무 위반 주장에 대하여:

• 환자에게 발생한 중대한 결과가 의료행위로 인한 것이 아닌 경우에는 설명의무 위반의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는 법리에 따라, 이 사건 시술이 망인의 '척수경색' 내지 '말총증후군'의 원인임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므로 설명의무 위반 주장도 이유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법원은 피고 의사에게 의료 과실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과 관련된 주요 법리와 원칙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의료과실의 입증책임 원칙

• 관련 법리: 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하는 분야이므로,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으로서는 의사의 의료행위 과정에 주의의무 위반이 있었는지 또는 그 위반과 손해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 밝히기 매우 어렵습니다. 이 때문에, 수술 중이나 수술 후 환자에게 중대한 결과의 원인이 된 증상이 발생하고, 그 증상 발생에 관하여 의료상의 과실 이외의 다른 원인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간접 사실들을 증명함으로써 의료상의 과실로 인한 것이라고 추정하는 것이 가능하기도 합니다.
• 제한: 그러나 단순히 중대한 결과가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 의사에게 무과실의 증명책임을 지우는 것까지 허용되지는 않습니다. 의사의 과실로 인한 결과 발생을 추정할 수 있을 정도의 개연성이 담보되지 않는 사정들을 가지고 막연히 인과관계를 추정해서는 안 됩니다. 즉, 의료 과정에서 어떠한 주의의무 위반의 잘못을 인정할 수 없다면, 환자 측의 청구는 배척될 수밖에 없습니다 (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5다5867 판결 등).
• 이 사건 적용: 원고는 피고의 시술상 과실로 망인이 사망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망인이 시술 전부터 유사 증상을 보였고, 전문가 감정 결과 시술과 질환 발생 사이의 명확한 인과관계를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원고가 주장하는 의료과실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보았습니다.

2. 의사의 설명의무

• 관련 법리: 의사는 환자에게 수술과 같은 침습적 의료행위를 하거나 사망 등 중대한 결과 발생이 예측되는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 진료계약상의 의무로서 또는 침습에 대한 승낙을 얻기 위한 전제로서 환자나 그 법정대리인에게 질병의 증상, 치료 방법의 내용 및 필요성, 발생이 예상되는 위험 등에 대해 당시의 의료 수준에 비추어 상당하다고 생각되는 사항을 설명하여 환자가 충분히 비교해 보고 치료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할 의무가 있습니다.
• 제한: 그러나 환자에게 발생한 중대한 결과가 해당 의료행위로 인한 것이 아닌 경우에는 의사가 설명의무 위반의 책임을 부담하지 않습니다 (대법원 2010. 7. 8. 선고 2007다55866 판결 등).
• 이 사건 적용: 원고는 피고가 시술의 부작용에 대해 설명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망인에게 발생한 '척수경색'이나 '말총증후군'이 이 사건 시술로 인해 발생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았습니다. 즉, 결과와 시술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고 판단했으므로, 설명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참고 사항

비슷한 상황에 처했을 때 다음 사항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 의료기록의 철저한 관리: 유사한 증상으로 여러 병원에서 진료를 받거나 시술을 받은 경우, 모든 의료기록(진단서, 검사 결과, 치료 내용, 의무기록 등)을 꼼꼼히 보관하고 그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는 환자의 기존 병력과 현재 상태를 명확히 입증하는 핵심 자료가 됩니다.
• 의사에게 정확한 정보 제공: 의료 시술이나 치료를 받기 전에 본인이 겪고 있는 모든 증상, 기존에 진단받은 질환, 복용 중인 약물 등 건강 관련 정보를 의사에게 최대한 상세하게 알려야 합니다. 의사가 정확한 진단과 치료 계획을 세우는 데 필수적이며, 향후 의료 분쟁 발생 시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 시술 전후 증상 변화 기록: 시술 후 몸의 변화나 예상치 못한 증상이 나타나면 언제, 어떤 증상이 어떤 식으로 발생했는지 구체적으로 기록하고, 반드시 즉시 의료진에게 알려 적절한 조치를 요청해야 합니다.
• 의료과실 입증의 어려움 이해: 의료 관련 소송에서는 환자 측이 의료인의 과실과 그 과실로 인해 발생한 결과 사이의 명확한 인과관계를 입증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중대한 결과가 발생했을 때, 이를 시술이나 치료와 직접 연결할 수 있는 객관적이고 충분한 증거(예: 다른 의료기관의 전문의 소견, 추가 검사 결과 등)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설명의무 확인: 의사로부터 시술이나 치료에 대한 설명을 들을 때는 예상되는 부작용, 발생 가능한 위험, 다른 치료 방법, 예후 등에 대해 충분히 질문하고 이해하는 것이 좋습니다. 의사의 설명을 녹음하거나 동석자와 함께 듣는 것도 추후 분쟁 발생 시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