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배상 · 의료
2015년 급성 췌장염으로 피고 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받던 환자 F(이하 망인)가 위내시경 검사에서 위와 식도 접합부위에 발적을 동반한 융기 병변을 발견했음에도, 피고 병원 의료진이 단순히 역류성 식도염 등으로 진단하고 조직 검사를 시행하지 않아 위암 진단이 지연되었습니다. 이후 망인은 증상 악화로 다른 병원에서 검사받은 끝에 위 선암 4기로 진단되었고, 약 1년 7개월 뒤 사망에 이르렀습니다. 이에 망인의 배우자 A와 자녀 B가 피고 의료법인 C를 상대로 의료 과실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피고 병원 의료진의 주의의무 위반과 망인의 사망 사이에 상당 인과관계를 인정하면서도,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피고의 책임 범위를 20%로 제한하여 손해배상을 명령했습니다.
망인 F는 2015년 10월 14일 복통, 구토, 설사 등의 증상으로 피고 병원에 입원하여 급성 췌장염 진단을 받았습니다. 입원 중 2015년 10월 22일 위내시경 검사를 받았는데, 검사 결과 역류성 식도염과 위염 진단을 받았고, 위와 식도 접합부위에서 발적을 동반한 융기 병변이 발견되었습니다. 그러나 피고 병원 의료진은 이에 대한 조직 검사 등 추가적인 정밀 진단을 하지 않고 11월 9일 퇴원시켰습니다. 퇴원 후에도 망인은 명치 부위 통증과 체중 감소가 지속되자 2016년 7월 11일 피고 병원에 다시 방문했고, 복부 CT 검사 결과 다발성 간 종괴가 발견되어 간암이 의심된다는 소견과 함께 다른 병원으로 전원 조치되었습니다. 2016년 7월 21일 전원된 양산부산대학교병원에서 간 MRI 검사를 받은 결과, 간 종괴가 위 선암으로부터 전이된 것이라는 판정을 받았습니다. 이후 같은 해 8월 3일 양산부산대학교병원 위내시경 검사에서 위와 식도 접합부위에 위 선암(4기 추정)이 발견되었고, 결국 망인은 항암 치료를 받다가 2017년 5월 28일 위 선암으로 사망했습니다. 이에 망인의 유족인 원고들은 피고 병원의 오진 및 진단 지연으로 인한 의료 과실을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하게 되었습니다.
피고 병원 의료진이 위내시경 검사에서 발견된 의심스러운 병변에 대해 조직 검사 등 추가적인 정밀 진단을 하지 않은 것이 의료 과실에 해당하는지, 이러한 과실이 망인의 위암 진단 지연 및 사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는지(인과관계 유무), 의료 과실이 인정될 경우 피고 병원이 배상해야 할 손해배상 책임의 범위는 어디까지인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법원은 피고 의료법인 C가 원고 A에게 29,387,858원, 원고 B에게 19,591,905원 및 각 돈에 대해 2017년 5월 28일부터 2019년 6월 25일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또한 소송비용 중 80%는 원고들이, 20%는 피고가 각각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법원은 피고 병원 의료진이 위내시경 검사 결과에서 위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소견을 발견했음에도 조직 검사를 하지 않은 과실을 인정하고, 이러한 과실이 없었다면 위암을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하여 망인이 사망하지 않거나 생존 기간을 더 높였을 것이라는 점을 들어 과실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했습니다. 다만, 2015년 당시 위암 진행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었고, 암의 진단이 어려운 측면도 있었음을 고려하여 피고의 책임 범위를 20%로 제한했습니다. 이는 의료기관이 검사 결과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하고 필요한 추가 검사를 진행해야 할 주의의무를 강조하는 판결입니다.
본 판례는 의료인의 '주의의무'와 '진단상의 과실'을 핵심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의사의 주의의무: 의사는 환자의 생명, 신체, 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특성상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과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최선의 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러한 주의의무는 의료행위 당시 의료기관 등 임상의학 분야에서 일반적으로 실천되고 인정되는 '의학 상식' 수준을 기준으로 판단됩니다.
진단상의 과실: 진단은 질병의 종류, 성질, 진행 정도를 밝혀 치료법을 선택하는 중요한 의료행위이므로, 진단상의 과실 유무를 판단할 때에는 '완전무결한 진단'이 불가능하더라도 적어도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는 진단 수준 범위 내에서 의사가 '전문 직업인으로서 요구되는 의료상의 윤리와 의학 지식 및 경험'을 바탕으로 신중하게 환자를 진찰하고 정확히 진단했는지 여부를 따져봐야 합니다. 본 사안에서 피고 병원 의료진은 2015년 10월 22일 위내시경 검사 결과 '발적을 동반한 융기 병변'이 있었고 이는 악성 병변의 가능성이 있는 소견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조직 검사 등 추가적인 정밀 검사를 하지 않고 단순히 역류성 식도염으로 진단하여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보았습니다.
상당인과관계: 의료 과실과 환자의 사망이라는 결과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합니다. 법원은 피고 병원의 과실이 없었더라면 조직 검사 등을 통해 위암을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하여 망인이 사망하지 않았거나 생존 기간을 더 높였을 것이므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위 선암이 조기에 발견되고 치료되면 완치 가능성이 높고, 2기 이전 발견 시 5년 생존율이 79.6% 이상이라는 의학적 사실이 인과관계 인정의 중요한 근거가 되었습니다.
책임의 제한: 손해배상 제도에서는 손해의 공평 타당한 분담을 위해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책임의 범위를 제한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2015년 당시 망인의 위암이 이미 진행되었을 가능성, 당시 병기에 대한 명확한 판단이 어려웠던 점, 망인의 암이 위와 식도 접합부에 발병하여 분화도가 나쁘고 진행 속도가 매우 빠른 종류였다는 점 등 진단이 어려운 사정도 있었음을 고려하여 피고의 책임 범위를 20%로 제한했습니다.
만약 소화기 관련 증상이 지속되거나 특정 검사에서 명확하지 않지만 의심스러운 소견이 발견된 경우, 환자나 보호자는 적극적으로 의사에게 추가 검사(예: 조직 검사)의 필요성이나 다른 진료 방법을 문의해야 합니다. 특히 암과 같이 치명적인 질병의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언급된다면, 주치의의 판단을 존중하면서도 다른 의료기관의 의견을 들어보는(세컨드 오피니언) 것이 중요할 수 있습니다. 의료 기록은 환자의 상태 변화와 의료진의 진료 내용을 파악하는 데 매우 중요한 자료이므로, 관련 기록들을 잘 보관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소화기 증상은 위암 초기 증상과 유사할 수 있으므로, 단순한 위염이나 역류성 식도염 진단 후에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거나 악화될 경우 반드시 재진료를 통해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망인의 경우 복통을 호소하며 입원했지만 27일간의 장기 입원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역류성 식도염, 표재성 위염 진단에 머무른 것은 이례적인 경우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