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배상
이 사건은 대한민국 법인인 원고가 인도네시아 법인인 D의 이사 및 감사인 피고들을 상대로 사기성 금괴 거래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원고는 피고들이 D의 'Business Development Director'인 E의 사기성 거래(폰지사기수법)에 공모하거나 방조했고 D의 이사 및 감사로서의 의무를 해태했다고 주장하며 민법상 불법행위 책임과 상법상 또는 인도네시아 유한회사법상 이사·감사의 책임을 물어 총 3,378,635,000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민법상 불법행위 책임에 대해서는 원고와 D 사이의 거래 구조가 불명확하고 E의 불법행위나 피고들의 공모·방조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D의 이사·감사로서의 책임을 원인으로 한 청구 중 대한민국 상법 적용 부분은 준거법이 인도네시아 법이 되어야 하므로 기각했고, 인도네시아 유한회사법을 적용하여 D를 대위한 손해배상 청구 부분은 원고의 D에 대한 주된 채권(반환청구권 또는 손해배상청구권)의 존재가 입증되지 않아 소송이 부적법하다고 보아 각하했습니다.
대한민국 법인인 원고는 2013년 10월부터 약 1년 6개월간, 인도네시아 법인 D의 'Business Development Director'인 E과 금괴 주문 및 판매 거래를 약 100여 차례 진행하며 총 1억 3,900만 달러가 넘는 금액을 거래했습니다. 거래 방식은 원고가 E에게 금괴를 주문하면 E이 D 또는 또 다른 인도네시아 법인 K 명의로 송장을 보내고, 원고는 송장에 기재된 D의 계좌로 대금을 입금하면, E이 D 계좌에서 금괴 주문처인 F의 계좌로 대금을 송금하는 형태였습니다. 마지막 세 차례의 거래에서 원고는 2015년 3월 합계 295만 달러를 D의 계좌로 송금했으나, 주문한 금괴가 일본의 지정 수령처에 배송되지 않았습니다. 원고는 E이 돈을 횡령 또는 유용하면서 기존 채무를 돌려막는 '폰지사기수법'을 사용했고, 결국 2016년 10월 잠적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원고는 D의 이사인 피고 C과 감사인 피고 B이 E의 불법행위에 공모·방조했거나 D의 임원으로서의 감시·감독 의무를 다하지 않아 손해를 입었다며 이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E의 금괴 미인도 행위가 '폰지사기수법'에 해당하는 불법행위인지 여부 및 피고들이 이러한 불법행위에 공모하거나 방조했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피고들이 인도네시아 법인 D의 이사·감사로서의 의무를 해태하여 원고에게 손해를 끼쳤는지 여부입니다. 셋째, 이와 같은 국제적 거래 및 법인 책임 문제에 적용될 법률(준거법)이 대한민국 법인지 인도네시아 법인지 판단하는 것입니다. 넷째, 원고가 D에 대한 채권을 보전하기 위해 D를 대신하여 피고들에게 책임을 묻는 채권자대위소송이 적법한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제1심 판결을 변경하여, 피고들에게 인도네시아 법인 D의 이사·감사 책임을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 청구 중 'D를 대위한 손해배상 청구' 부분을 각하했습니다. 또한, 위 각하 부분을 제외한 원고의 나머지 청구(민법상 불법행위 책임, 상법상 이사·감사 책임)는 모두 기각했습니다. 소송에 관련된 모든 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법원은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첫째, 민법상 불법행위 책임에 대해서는 원고와 E 사이의 금괴 거래 구조가 불명확하고, D의 역할이 객관적으로 증명되지 않았으며, E의 '자금 돌려막기' 불법행위나 피고들의 고의·과실을 인정하기에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둘째, D의 이사·감사 책임을 묻는 청구에 대해서는, 국제사법 제16조에 따라 법인의 설립 준거법인 인도네시아 법이 적용되어야 하므로 대한민국 상법을 전제로 한 청구는 이유 없다고 보았습니다. 셋째, D를 대위한 손해배상 청구에 대해서는 채권자대위소송의 요건인 원고의 D에 대한 주된 채권(금괴 주문 대금 반환 또는 손해배상 청구권)의 존재 자체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하여 부적법하다며 각하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원고의 모든 청구는 기각되거나 각하되었습니다.
이 사건과 관련하여 적용된 주요 법령과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유사한 국제 거래 상황에 놓이게 될 경우 다음과 같은 사항들을 고려해야 합니다. 첫째, 거래의 모든 단계를 명확히 규정하는 서면 계약서를 반드시 작성해야 합니다. 국제 거래에서는 구두 계약이나 관행에 의존할 경우 분쟁 발생 시 입증이 매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둘째, 거래 상대방 법인의 실제 경영 주체, 임원의 등기 여부 및 역할을 정확히 확인하고, 해당 법인의 재무 상태와 법적 지위를 충분히 검토해야 합니다. 특히, 법인 명의의 계좌가 사용되더라도 실제 거래를 주도하는 개인과 법인 간의 관계를 분명히 파악해야 합니다. 셋째, 국제 거래의 경우 준거법(어느 나라 법이 적용될지)을 계약서에 명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분쟁 발생 시 준거법을 확정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예상치 못한 법 적용을 받을 수 있습니다. 넷째, 거래 대금이 오가는 계좌의 명의와 송장에 기재된 발행처가 일치하는지, 실제 상품 공급자와 송장 발행자가 동일한지 등 모든 거래 정보를 꼼꼼히 확인하고 불일치하는 부분이 있다면 사전에 해소해야 합니다. 다섯째, '폰지사기'와 같은 사기 수법은 신뢰를 가장하여 이루어지기 쉬우므로, 비정상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약속하거나 자금 흐름이 복잡하고 불투명한 거래에 대해서는 각별한 주의와 전문가의 검토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