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배상 · 의료
원고 미성년자 A와 그 부모는 출산 과정에서 발생한 신생아 A의 저산소성 뇌손상에 대해 E병원 의료진(피고 의료법인 D)과 전원 후 치료를 담당한 부산대학교병원 의료진(피고 부산대학교병원)의 의료과실을 주장하며 총 7억 4천여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원고 측은 E병원 의료진이 임신성 고혈압과 태반조기박리 진단을 소홀히 하고 응급제왕절개 수술을 지연했으며, 분만 후 신생아에게 필요한 응급처치와 상급병원 전원을 미흡하게 하여 저산소증을 악화시켰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부산대학교병원 의료진에게도 전원 후 응급처치와 경과 관찰 미흡, 설명의무 위반 과실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제1심 법원과 항소심 법원 모두 원고의 주장을 기각하며 피고 병원들의 의료과실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산모는 임신성 고혈압 증상이 있었고, 이후 질출혈과 심한 자궁통증을 호소했습니다. 원고 측은 E병원 의료진이 이러한 증상에도 불구하고 태반조기박리를 진단하지 못하고 경과관찰을 소홀히 하여 응급제왕절개수술이 지연되었고, 이로 인해 신생아에게 저산소증이 발생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분만 직후 신생아가 가사 상태였음에도 적절한 산소공급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상태가 위중했음에도 상급병원 전원이 지연되고 전원 과정에서 의사가 동승하지 않는 등의 과실이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부산대학교병원에 전원된 이후에도 응급처치가 지연되고 경과관찰이 소홀하며 보호자에 대한 설명의무도 위반되어 신생아의 저산소증이 악화되었다는 주장이 있었습니다.
E병원 의료진이 산모의 임신성 고혈압 및 태반조기박리 진단과 응급제왕절개수술 결정 및 시행, 분만 후 신생아 응급처치와 상급병원 전원 조치 및 설명의무를 적절하게 이행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또한 부산대학교병원 의료진이 원고 전원 후 응급처치 및 경과관찰, 설명의무를 충실히 이행했는지 여부도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원고의 피고 의료법인 D 및 부산대학교병원에 대한 항소와 항소심에서 확장한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항소비용 및 청구 확장으로 인한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제출된 증거와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 등을 종합할 때, E병원 의료진과 부산대학교병원 의료진 모두에게 임신성 고혈압 및 태반조기박리 진단 지연 또는 오진, 응급제왕절개수술 지연, 분만 후 응급처치 및 상급병원 전원 조치 미흡, 그리고 설명의무 위반 등 원고 측이 주장하는 의료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피고들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의료과실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은 민법 제750조(불법행위의 내용)와 제756조(사용자의 배상책임)에 근거합니다. 의료인이 진료 의무를 게을리하여 환자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의료기관은 그 의료진의 사용자로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습니다. 의료과실 여부는 보통의 의사가 그 당시의 의료수준에 비추어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다했는지 여부로 판단하며, 판단이 어려운 경우에는 전문 감정인의 의견을 참고하게 됩니다. 이 사건에서는 원고 측이 의료진의 과실과 그 과실로 인한 손해 발생 및 인과관계를 명확히 증명하지 못했다고 법원이 판단했습니다. 또한 의료진은 환자나 보호자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여 치료 여부 등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설명의무를 지니지만, 이 사건에서는 설명의무 위반이 인정되지 않았거나, 설령 인정되더라도 그로 인해 원고의 저산소증이 악화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되었습니다. 민사소송법 제420조는 항소심 법원이 제1심 판결의 이유를 그대로 인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이 사건에서도 항소심은 제1심 판결의 이유를 대부분 인용하며 원고의 추가 주장에 대해서만 보충적으로 판단했습니다.
의료과실을 주장하는 소송에서는 의료기관의 진료기록과 이에 대한 전문가 감정 결과가 매우 중요합니다. 의료진의 주의의무 위반 여부는 당시의 의료수준, 의료기관의 여건, 그리고 환자의 개별적인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됩니다. 특히 응급 상황에서의 의료적 판단은 의료진의 재량권이 넓게 인정되는 경향이 있으므로, 그 지연이나 미흡에 대한 명확한 증거 제시가 필요합니다. 또한 설명의무 위반은 환자의 자기결정권 침해와 관련된 문제이지만, 그 위반으로 인해 실제 신체적 손해가 발생했음을 입증하거나, 설명의무 위반 자체가 의사의 주의의무 위반과 동일시될 만큼 중대해야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신생아의 저산소성 뇌손상과 같은 중대한 결과가 발생했을 경우, 그 손상이 어느 시점(분만 전, 분만 중, 분만 후)에 발생했는지, 그리고 이후의 의료행위가 기존 손상을 악화시켰는지를 의학적으로 입증하는 것이 핵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