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
임대인이 임대관리 업무를 위탁한 회사가 해산된 후 회사의 대표가 새로운 상호로 업무를 계속 수행하며 임차인과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고 보증금을 수령한 사안입니다. 임대인은 새로운 계약에 대해 대리권이 없다고 주장하며 보증금 반환을 거부했으나 법원은 임대인이 새로운 업무 수행을 묵시적으로 승낙하고 수익금을 계속 수령했으므로 대리 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하여 임차인의 임대보증금 반환 청구를 인용한 사례입니다.
피고 B는 2017년 6월 자신의 부동산에 대해 ㈜E(소외 회사)와 영업위탁계약을 맺고 임대 관련 업무 일체를 위임했습니다. ㈜E의 대표 K은 소외 회사가 2018년 2월 해산한 이후에도 'J회사'라는 상호로 부동산임대관리업을 계속하며 피고 B의 계좌로 매달 수익금(월 70만 원)을 송금했습니다. 이후 2018년 7월, K(J회사)은 원고 A와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해 임대보증금 6천만 원, 월차임 15만 원으로 임대차계약을 체결했고, 원고는 K(J회사) 명의의 계좌로 보증금 전액을 송금했습니다. K은 원고에게 받은 수익금 중 일부를 피고 B의 새로운 계좌로 송금하기도 했습니다. 원고 A는 임대차계약 기간이 종료되고 2020년 1월 부동산에서 퇴거한 후 피고 B에게 보증금 반환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피고 B는 개인 K에게 임대 관련 권한을 위임한 적이 없으며, 보증금도 직접 받지 않았고, 계약서 특약에 따라 J회사가 보증금 반환 책임을 진다고 주장하며 보증금 반환을 거부하여 분쟁이 발생했습니다.
피고가 최초 임대관리를 위탁한 회사(소외 회사)의 해산 이후, 그 대표자 K이 다른 상호(J회사)로 임대관리 업무를 계속하며 임차인 원고와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것에 대해 피고의 대리권이 인정되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었습니다. 즉, 임대인 B가 K의 임대관리 업무 승계를 묵시적으로 승낙했는지, 그리고 임차인 원고가 K에게 지급한 보증금의 효력이 임대인 B에게 미치는지, 또한 임대차계약 특약 중 'J회사에서 보증금 반환 책임' 조항이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 의무를 면제하는지에 대한 판단이 필요했습니다.
제1심 판결을 취소하고, 피고는 원고에게 5,715만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이는 임대인(피고)이 임대보증금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항소심 법원은 임대인 B가 소외 회사의 해산 이후에도 K이 임대관리 업무를 계속하는 것을 묵시적으로 승낙했으며, K으로부터 수익금을 계속 수령했으므로 K에게 임대 관련 권한을 위임한 것으로 보았습니다. 따라서 K이 원고와 체결한 임대차계약의 효력은 본인인 피고에게 미치며, 피고는 원고에게 보증금에서 밀린 월세를 공제한 5,715만 원을 반환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최종 판단했습니다.
본 사건은 민법상의 대리 제도와 묵시적 대리권 및 추인에 관한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대리권의 수여 및 묵시적 대리: 민법은 타인이 본인을 대리하여 법률 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대리 제도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대리권은 명시적으로 부여될 수도 있지만, 본인의 일련의 행동이나 상황을 통해 묵시적으로 대리권이 부여되었다고 판단될 수도 있습니다. 이 사례에서 법원은 임대인 B가 K이 소외 회사 해산 후에도 계속 임대관리 업무를 수행하는 것을 알면서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K으로부터 임대료 수익을 계속 수령한 점 등을 종합하여 B가 K에게 임대 관련 권한을 묵시적으로 위임했다고 판단했습니다.
무권대리의 추인: 만약 대리권이 없는 자(무권대리인)가 본인을 대리하여 계약을 체결했다 하더라도, 본인이 그 사실을 알고 추후에 그 계약의 효력을 인정(추인)하면 그 계약은 처음부터 유효했던 것으로 됩니다. 피고 B가 K의 임대관리 업무 수행과 수익금 수령을 계속 용인한 것은 무권대리 행위를 추인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습니다.
특약의 해석: 임대차 계약서 상 'J회사에서 보증금 반환에 대하여 책임진다'는 특약이 있었으나, 법원은 이 조항만으로는 임대인 본인의 보증금 반환 의무를 면제하는 약정으로 보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계약의 전체 내용과 당사자의 의사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해석해야 한다는 법리가 적용된 것입니다.
민법 제35조 제1항 (법인의 불법행위 능력): 원고는 소외 회사 대표 K이 원고를 기망하여 보증금을 편취했다면, 소외 회사가 민법 제35조 제1항에 따른 불법행위 책임을 지고, 피고 B가 소외 회사 또는 K의 사용자로서 손해배상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이 조항은 법인의 대표자가 그 직무에 관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 법인이 불법행위책임을 지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법원이 K의 대리권이 인정된다고 판단하여 임대보증금 반환 의무를 인용했으므로 이 불법행위 책임까지 나아가 판단할 필요가 없게 되었습니다.
임대차 계약 시 대리인과 계약할 경우, 대리인의 위임 여부와 대리 범위에 대한 확인이 매우 중요합니다. 대리인이 변경되거나 위임받은 회사가 변경될 경우, 반드시 임대인 본인과 직접 연락하여 변경 사항을 명확히 확인하고, 위임장이나 새로운 계약서 등 관련 서류를 다시 받아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임대인이 대리인의 변경 사실을 알면서도 변경된 대리인을 통해 계속해서 임대차 수익금을 수령하는 등 묵시적으로 동의하는 행위를 한 경우에는 대리 관계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임대차 계약서에 보증금 반환 주체를 특정하는 특약이 있더라도, 그 특약만으로 임대인 본인의 보증금 반환 의무가 면제된다고 단정하기 어려울 수 있으므로 계약 내용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필요한 경우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