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 · 임대차
태양광발전사업 부지 임대인들이 임차인들의 임차권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제기한 소송과, 임차인 중 한 회사가 임대인의 협력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한 반소에서, 법원은 모든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법원은 임대차 계약의 기간 약정을 '정지조건'으로 보았으며, 조건이 아직 성취되지 않았으므로 계약이 해지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사정변경이나 이행불능으로 인한 계약 해지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고, 임대인의 협력의무 위반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원고들은 태양광발전사업 부지를 소유한 회사들이고 피고들은 태양광발전사업을 영위하려는 회사 및 개인으로, 2018년 10월경 태양광발전사업 운영을 위한 임대차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 계약에는 '태양광발전시설 설치 후 한국전기안전공사의 사용 전 검사일을 기준으로 20년'이라는 임대차 기간이 명시되어 있었습니다. 피고들은 발전사업 허가를 받았으나, 한국전력공사의 선로 배정이 지연되어 태양광 발전시설 설치가 계획대로 진행되지 못했습니다. 2020년 7월 1일, 원고 A은 피고 측 위임 회사에 '기망에 따른 계약 해지 통보' 내용증명을 발송했고, 2022년 1월 21일에는 피고 J에게도 유사한 내용증명을 보냈습니다. 일부 피고들은 발전사업 준비기간 연장을 위한 허가 변경 신청을 했으나, 원고들이 부지 사용 승낙 효력 상실 민원을 제기하여 관할 영암군으로부터 반려 처분을 받았습니다 (이후 이 반려 처분은 2024년 2월 8일 관련 행정소송에서 취소되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원고들은 피고들의 임차권이 존재하지 않음을 확인해달라는 본소(임차권부존재확인)를 제기했습니다. 원고들은 임대차계약이 기간의 약정 없는 임대차이므로 해지 통고로 효력이 상실되었거나, 사정변경 또는 이행불능을 이유로 해지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피고 I는 원고 C가 발전사업 준비기간 연장 신청에 필요한 협력을 해주지 않아 손해를 입었다며 5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반소(손해배상(기))를 제기하며 맞섰습니다.
이 사건 임대차계약의 기간 약정(태양광발전시설 설치 후 한국전기안전공사의 사용 전 검사일 기준 20년)이 기간의 약정 없는 임대차인지, 정지조건부 임대차인지가 쟁점이었습니다. 또한, 임대인들이 사정변경(임차인의 재무능력 악화)이나 이행불능(시설 설치 지연)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하거나 해제할 수 있는지 여부가 다루어졌습니다. 반소에서는 임대인이 발전사업 준비기간 연장 신청에 협력하지 않은 것이 협력의무 위반에 해당하는지, 이로 인해 임차인이 계약 해제 및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한지가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은 원고 주식회사 A, 주식회사 B의 각 청구, 원고(반소피고) 주식회사 C의 본소 청구 및 피고(반소원고) 유한회사 I의 반소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소송비용은 원고들(반소피고 제외)과 피고들(반소원고 제외) 사이는 원고들이 부담하고, 원고(반소피고)와 피고(반소원고) 사이는 본소 부분은 원고(반소피고)가, 반소 부분은 피고(반소원고)가 각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법원은 임대차 계약에서 '태양광 발전시설 설치 후 한국전기안전공사의 사용 전 검사'라는 조항을 '정지조건'으로 해석했습니다. 이 조건은 선로 배정 여부와 같이 발생 여부가 불확실한 사실에 해당하며, 아직 성취되지 않았지만 불가능하다고 단정할 수도 없으므로 임대차 계약이 해지되지 않았다고 보았습니다. 사정변경이나 이행불능을 이유로 한 계약 해지 주장도 피고들의 재무능력 관련 사정이 계약의 기초가 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이행불능에 이르렀다고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반소에 대해서는 원고 C가 이미 부지 사용 승낙을 해줌으로써 협력의무를 이행했다고 보았고, 이후 준비기간 연장 신청에 대한 불협조가 계약 해제나 손해배상의 원인이 될 정도의 중대한 의무 위반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기각했습니다.
이 사건은 임대차 계약의 '기간'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에 대한 민법상 법리와 함께, 태양광발전사업 관련 전기사업법 규정이 복합적으로 적용되었습니다.
민법상 정지조건과 불확정기한의 해석: 법률행위에 '조건'을 붙이고자 하는 의사는 법률행위의 내용으로 외부에 표시되어야 합니다. 법원은 이 사건에서 '태양광발전시설 설치 후 한국전기안전공사의 사용 전 검사일'을 '태양광 발전시설 설치 및 선로 배정 등 필수적인 절차를 거쳐 시설이 완성되는 것'으로 보았습니다. 이러한 선로 배정 여부는 한국전력공사의 사정에 따라 달라지는 불확실한 사실이므로, 이를 '정지조건'으로 판단했습니다. 정지조건이 아직 성취되지 않았으므로 임대차 계약의 주된 효력인 목적물 사용·수익 의무 및 임대료 지급 의무도 발생하지 않았지만, 조건의 성취가 불가능하다고 확정되지도 않았으므로 계약이 해지되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 법원의 입장입니다.
민법 제635조 제1항 (기간의 약정 없는 임대차의 해지통고): 원고들은 임대차계약이 기간의 약정이 없는 임대차에 해당하므로 해지 통고로 효력이 없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위와 같이 임대차기간 조항을 정지조건으로 해석하여 아직 기간의 시기가 도래하지 않았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기간의 약정 없는 임대차라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조항에 따른 해지 통고는 효력이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사정변경으로 인한 계약 해지 법리: 계약 성립의 기초가 된 사정이 현저히 변경되고 당사자가 이를 예견할 수 없었으며, 그로 인해 계약 유지가 당사자의 이해에 중대한 불균형을 초래하거나 계약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에는 계약 해지가 가능합니다. 그러나 법원은 피고들의 재무능력 관련 사정을 계약 성립의 기초로 삼았다고 보기 어렵고, 예상할 수 없었던 사정변경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원고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행불능으로 인한 계약 해제 법리: 채무의 이행이 객관적으로 불가능해진 경우에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할 수 있습니다. 법원은 피고들에게 태양광발전사업을 진행할 만한 재무능력이 없거나 자금 조달에 실패했다고 보기 어렵고, 유효한 발전사업허가를 유지하고 있거나 행정소송에서 승소하여 준비기간 연장 가능성이 남아있으므로 태양광발전시설 설치 의무가 이행불능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전기사업법 제7조 제5항, 제9조 제1항, 제9조 제2항 및 관련 고시: 이 법령들은 발전사업 허가 요건 및 준비기간, 준비기간 연장 요건을 규정합니다. 특히 '부지 등에 대한 소유권 입증서류 또는 소유권자의 동의서'는 발전사업허가의 필수 심사 기준입니다. 법원은 원고 C가 임대차계약을 통해 이미 피고 I에게 부지 사용동의를 한 이상 협력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보았습니다. 또한 발전사업 허가 요건과 준비기간 연장 요건은 구분되므로, 임대인이 준비기간 연장 신청에 협력하지 않았다고 해서 허가권자가 이를 이유로 연장을 거부할 수 없고, 관련 행정소송에서도 반려처분이 취소되었으므로 원고 C의 불협조가 계약 해제 사유가 될 정도의 중대한 협력의무 위반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태양광발전사업과 같이 복잡한 인허가 및 설치 절차가 요구되는 사업의 경우, 임대차 계약서에 계약 기간의 시작 시점을 명확하게 규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순히 '시설 설치 후 사용 전 검사일'과 같이 불확실한 사실에 기한 시점을 정할 경우, 그 사실의 발생 여부에 따라 계약의 성격(정지조건 또는 불확정기한)이 달라질 수 있어 향후 분쟁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법률행위에 부관이 붙었을 때, 그 부관에 표시된 사실의 발생이 불확실하다면 '정지조건'으로, 발생이 확실하지만 시기가 불확실하다면 '불확정기한'으로 해석됩니다. 태양광발전사업의 한국전력공사 선로 배정 여부와 같이 외부 요인에 따라 발생 여부가 불확실한 사실은 일반적으로 정지조건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인지해야 합니다. 계약 해지를 주장할 때는 사정변경이나 이행불능과 같은 법적 요건을 엄격히 충족해야 합니다. 사정변경의 경우, 해당 사정이 계약 성립의 기초가 되었고, 당사자가 이를 예측할 수 없었으며, 계약 유지가 중대한 불균형을 초래하는 등의 요건을 입증해야 합니다. 이행불능 또한 채무의 이행이 객관적으로 불가능해진 경우에만 인정되며, 단순히 사업 진행이 더디거나 자금 조달에 어려움이 있다는 이유만으로는 계약 해지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임대인은 태양광발전사업 허가를 위해 필요한 부지 사용 승낙과 같은 기본적인 협력 의무를 부담합니다. 그러나 이미 사용 동의를 해준 경우, 추가적인 준비기간 연장 신청에 대한 불협조가 계약 해제 사유가 되는 중대한 협력 의무 위반으로 인정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특히 행정처분 취소 소송 등 별도의 구제 절차를 통해 해당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이 있다면 더욱 그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