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타 민사사건
주택건설 및 분양업체인 원고가 서울주택도시공사(SH) 공공매입임대주택 사업을 추진하던 피고로부터 사업 권리와 의무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용역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 용역계약은 원고가 사업을 원활히 진행할 수 있도록 피고가 협력할 의무와 그 대가로 원고가 피고에게 3억 원을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습니다. 원고는 위 대금 지급을 담보하기 위해 강제집행을 승낙하는 공정증서를 작성해 주었습니다. 그러나 피고가 토지 매수인 변경 협력 및 설계 계약 승계 등 용역 계약상의 주된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오히려 불필요한 금전적 요구를 하자, 원고는 피고의 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용역계약을 적법하게 해제했습니다. 이에 피고가 공정증서를 근거로 강제집행을 시도하자, 원고는 용역 계약 해제로 인해 채무가 소멸했으므로 공정증서의 집행은 허용될 수 없다며 강제집행 불허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원고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피고는 2020년 초 서울 강동구에 도시형 생활주택을 신축하여 SH에 매각하는 사업을 추진했습니다. 사업 부지 취득 자금이 부족하자 원고 측 D사가 토지매매대금을 직접 지급하며 자금을 빌려주었습니다. 2020년 10월경, 원고 측과 피고 측은 이 사업을 원고 측 D사 명의로 진행하기로 합의했으며, 이후 원고는 D사로부터 사업 관련 권리와 의무 일체를 양수했습니다. 원고와 피고는 2020년 11월 6일 용역계약을 체결했는데, 이 계약은 원고가 사업을 원활하게 진행하도록 피고가 토지매수계약 명의 변경, SH 매입심의 및 건축 인허가 신청 당사자 변경, 기존 용역계약 승계 등에 협력하는 의무를 포함했습니다. 원고는 피고에게 그 대가로 3억 원(계약금 1억 5천만 원, 잔금 1억 5천만 원)을 지급하기로 하고, 이 지급 의무를 담보하기 위해 강제집행을 승낙하는 공정증서를 작성해 주었습니다. 원고는 계약 직후 계약금 1억 5천만 원을 피고에게 지급하고 토지 소유권 이전등기도 마쳤습니다.
그러나 피고는 사업 진행 과정에서 P 토지의 매수인 변경 업무 처리 시 추가 비용(2천5백만 원)을 요구하며 협조를 거부했고, 특히 건축 허가 전 SH와 도면 협의에 필수적인 설계 계약 승계 요청 시에도 피고가 기존 건축사사무소에 지급한 계약금 3천1백만 원의 보전을 요구하며 협조하지 않았습니다. 원고는 피고의 이러한 의무 불이행에 대해 2020년 12월 1일 내용증명을 통해 1주일 내에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용역계약을 해제하겠다고 최고했습니다. 하지만 피고는 이를 이행하지 않고 오히려 사업 지연의 책임이 원고에게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원고는 용역계약이 적법하게 해제되었으므로, 공정증서에 따른 채무가 소멸했다고 주장하며 피고의 강제집행을 불허해달라고 청구한 사건입니다.
이 사건 용역계약의 성격이 피고의 사업권 양도 대가인지 아니면 원고의 사업 진행을 위한 피고의 협력 의무에 대한 대가인지, 피고가 용역 계약상 주된 의무를 위반했는지, 원고의 용역계약 해제가 적법한지, 그리고 적법한 계약 해제로 인해 공정증서의 집행력이 소멸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법원은 피고의 원고에 대한 공정증서에 기초한 강제집행을 불허하며, 이 사건 강제집행정지 결정을 인가했습니다.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이 사건 용역계약이 사업권 양도의 대가가 아닌, 원고가 SH 매입임대주택 사업을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피고가 협력할 의무에 대한 대가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피고가 설계 계약 승계 및 설계도면 인도 등 용역 계약상의 주된 의무를 정당한 이유 없이 이행하지 않았고, 이에 따라 원고가 적법하게 용역계약을 해제했음을 인정했습니다. 계약이 적법하게 해제되었으므로, 공정증서가 담보하는 채무는 소멸했고, 따라서 피고가 공정증서에 기초하여 강제집행을 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본 사건은 다음과 같은 법률 및 법리가 주요하게 적용되었습니다.
민법 제544조 (이행지체와 해제): 민법은 당사자 일방이 채무를 이행하지 않을 때, 상대방은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그 이행을 촉구(최고)하고, 그 기간 내에도 채무가 이행되지 않으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본 사건에서 원고는 피고가 설계 계약 승계 등 주된 의무를 이행하지 않자, 1주일이라는 기간을 정해 이행을 최고하고, 피고가 여전히 의무를 이행하지 않자 계약 해제를 통보함으로써 적법한 계약 해제 절차를 따랐습니다.
민법 제548조 (해제의 효과, 원상회복의무): 계약이 해제되면 각 당사자는 상대방에 대하여 계약이 없었던 상태로 돌려놓는 원상회복 의무를 지게 됩니다. 이 원상회복에는 받은 금전에 대한 이자까지 포함됩니다. 이 사건에서는 용역계약이 해제됨으로써 피고가 원고에게 주장할 수 있는 용역 대금 채권이 소멸하게 되고, 이 채권을 담보하기 위해 작성된 공정증서의 집행력 또한 함께 소멸하게 됩니다.
처분문서의 해석 원칙: 법률행위의 내용을 담고 있는 처분문서(계약서 등)는 그 진정성이 인정되는 한, 법원은 문서에 기재된 문언 그대로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다만, 당사자 간에 법률행위의 해석을 두고 다툼이 있을 경우에는 문언의 내용뿐만 아니라 계약이 이루어진 동기, 경위, 달성하려는 목적,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논리와 경험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해야 합니다. 법원은 이 원칙에 따라 이 사건 용역계약의 문언과 체결 경위 등을 분석하여, 단순한 사업권 양도 대가가 아닌 피고의 적극적인 협력 의무에 대한 대가임을 밝혀냈습니다.
청구이의의 소: 확정된 판결, 공정증서 등 강제집행을 할 수 있는 집행권원에 표시된 청구권이 실체적으로 존재하지 않거나 소멸한 경우, 채무자가 해당 집행권원에 기초한 강제집행을 저지하기 위해 제기하는 소송을 '청구이의의 소'라고 합니다. 원고는 용역계약의 적법한 해제로 공정증서에 따른 채무가 소멸했다고 주장하며, 이 청구이의의 소를 통해 피고의 강제집행을 불허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유사한 사업 인수 또는 용역 계약 시에는 다음과 같은 점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대전지방법원 2022
대구지방법원 2022
부산지방법원 2021
서울중앙지방법원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