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자가 빚 피하려 친인척에게 재산 넘긴 행위 취소 판결

빚을 갚아야 할 회생채무자 A가 자신의 재산인 토지들을 친인척 등으로 추정되는 피고 B, C, D, E에게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거나 매매 또는 증여하는 방식으로 넘겼습니다. 이로 인해 A의 재산이 줄어들어 채권자들이 빚을 받기 어려워지자, 신용보증기금(채권자)은 이러한 행위가 채권자들에게 손해를 입히는 '사해행위'라며 해당 계약들을 취소하고 재산을 원래대로 돌려놓으라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채무자 A의 재산 처분 행위가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 대부분의 계약을 취소하고, 토지에 설정된 근저당권등기를 말소하거나, 증여 및 매매로 이전된 소유권등기를 말소하고, 일부 매매 계약에 대해서는 가액(금전)을 배상하도록 판결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신용보증기금): 채무자 A로부터 돈을 받을 권리를 가진 채권자이자 이전에 채권양도를 받은 단체입니다. A가 재산을 다른 사람에게 넘긴 행위를 취소해달라고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 소외 A (채무자): 주식회사 F의 사채금 채무를 총 31억 원 규모로 연대보증한 사람으로, 신용보증기금에 큰 빚을 지고 있는 회생채무자입니다. 자신의 토지들을 피고들에게 처분하여 채무 상환을 어렵게 만든 당사자입니다.
• 피고 B: A 소유의 이 사건 제1토지에 대해 채권최고액 4억 5천만 원의 근저당권을 설정받은 사람입니다.
• 피고 C: A 소유의 이 사건 제2, 3토지를 2016년 11월 1일 매매로 취득한 사람입니다.
• 피고 D: A 소유의 이 사건 제4, 5토지 중 각 6분의 2 지분을 2016년 8월 12일 증여받은 사람입니다.
• 피고 E: 이 사건 제4, 5토지 중 피고 D 명의의 지분과 A 소유의 이 사건 제6토지에 대해 채권최고액 7억 원의 공동근저당권을 설정받은 사람입니다.

분쟁 상황

채무자 A는 2015년에 총 31억 원 규모의 사채금 채무에 대해 연대보증을 섰습니다. 이후 A는 채무초과 상태에 빠졌고, 회생절차를 진행하던 중 2016년에서 2017년에 걸쳐 자신의 소유 토지 여러 필지에 대해 피고 B에게는 4억 5천만 원 상당의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고, 피고 C에게는 2필지를 매도하며, 피고 D에게는 2필지 중 각 6분의 2 지분을 증여했습니다. 또한 피고 D에게 증여된 지분과 별도의 토지에 대해 피고 E에게 7억 원 상당의 공동근저당권을 설정해 주었습니다. 이러한 A의 재산 처분 행위들로 인해 A의 채무 상환 능력이 더욱 어려워지자, A에게 채권을 양도받아 최종 채권자가 된 신용보증기금은 A의 재산 처분 행위들이 다른 채권자들의 공동담보를 감소시키는 '사해행위'라며 이들을 취소하고 재산을 원상회복시킬 것을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특히 피고 C에게 매도된 토지에는 이미 다른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다가 매매 후 말소되었는데, 이 경우 원상회복을 어떻게 해야 할지가 중요한 쟁점이 되었습니다.

핵심 쟁점

채무자 A가 자신의 재산을 다른 사람에게 넘긴 행위가 채권자들에게 손해를 입히는 '사해행위'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A가 이러한 손해를 입힐 의도(사해의사)가 있었는지 여부입니다. 또한 재산을 넘겨받은 사람들이 채무자의 이러한 의도를 알고 있었는지(악의)와, 사해행위로 인정될 경우 재산을 원래대로 돌려놓는 방법(원상회복)이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가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채무자 A의 재산 처분 행위들이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다음과 같이 판결했습니다.

1. 피고 B: A와 이 사건 제1토지에 대해 2017년 5월 22일 체결된 채권최고액 4억 5천만 원의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취소하고, 피고 B은 A에게 해당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말소하라고 명령했습니다.
2. 피고 C: A와 이 사건 제2, 3토지에 대해 2016년 11월 1일 체결된 매매계약을 1억 7,922만 7,009원의 범위 내에서 취소하고, 피고 C는 원고에게 1억 7,922만 7,009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판결 확정일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5%)을 지급하라고 명령했습니다. 원고의 나머지 청구는 기각했습니다.
3. 피고 D: A와 이 사건 제4, 5토지 중 각 6분의 2 지분에 대해 2016년 8월 12일 체결된 증여계약을 취소하고, 피고 D은 A에게 해당 소유권이전등기를 말소하라고 명령했습니다.
4. 피고 E: 피고 D에게 이 사건 제4, 5토지 중 각 6분의 2 지분에 설정된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말소하라고 명령했습니다. 또한, A와 이 사건 제6토지에 대해 2016년 11월 28일 체결된 채권최고액 7억 원의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취소하고, 피고 E는 A에게 해당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말소하라고 명령했습니다.
5. 소송비용: 원고와 피고 B, D, E 사이에 발생한 부분은 해당 피고들이 전부 부담하고, 원고와 피고 C 사이에 발생한 부분은 원고가 10%, 피고 C가 90%를 부담하라고 결정했습니다.

결론

법원은 채무자 A가 빚을 갚아야 하는 상황에서 자신의 재산을 친인척 등에게 처분한 여러 행위들이 채권자들을 해치는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문제가 된 근저당권 설정, 매매, 증여 계약들을 취소하고, 해당 부동산 등기를 말소하거나 재산 가액을 배상함으로써 채권자인 신용보증기금이 채무자 A에게서 빚을 회수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습니다. 이 판결은 채무자가 고의로 재산을 빼돌리는 행위에 대해 채권자가 법적으로 대응할 수 있음을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에 적용된 주요 법률과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민법 제406조 (채권자취소권): 이 조항은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칠 것을 알고 재산권을 목적으로 한 법률행위(사해행위)를 한 경우, 채권자가 그 행위를 취소하고 재산을 원래대로 돌려놓을 것(원상회복)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 사해행위 성립 요건: 이 사건에서 법원은 A가 채무초과 상태에서 자신의 재산을 처분함으로써 일반 채권자들의 공동 담보가 줄어들었다고 보아 사해행위로 인정했습니다.
   • 피보전채권의 존재: 채권자취소권을 행사하려면 채권자의 채권이 사해행위보다 먼저 발생했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신용보증기금이 양도받은 A의 연대보증채권은 A의 재산 처분 행위들보다 앞선 2015년에 발생했으므로, 피보전채권으로 인정되었습니다.
   • 채무자의 사해의사: 채무자가 자신의 행위로 인해 채권자들이 빚을 받기 어려워질 것을 알면서 재산을 처분하는 의도를 말합니다. A가 이미 무자력인 상태에서 주요 재산들을 처분한 점을 들어 사해의사가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 수익자의 악의 추정 및 선의 항변: 사해행위로 인해 재산을 받은 사람(수익자)은 채무자의 사해행위를 알고 있었다고 추정됩니다. 따라서 수익자가 이를 몰랐다고 주장(선의 항변)하려면 스스로 증명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 E가 선의 항변을 했지만, 이를 증명할 증거가 부족하여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2. 원상회복의 원칙과 가액배상: 사해행위가 취소되면, 원칙적으로 처분된 재산을 채무자에게 되돌려 놓아야 합니다(원물반환). 그러나 부동산에 저당권이 설정되었다가 후에 말소된 경우와 같이 원물반환이 불가능하거나 채권자에게 불공평한 경우에는, 해당 부동산의 가액에서 저당권의 피담보채무액을 공제한 잔액의 한도에서 사해행위를 취소하고 그 가액(금전)을 배상하도록 할 수 있습니다.
   • 이 사건에서 피고 C에 대한 매매 계약 건의 경우, 토지에 기존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다가 후에 말소되었으므로, 법원은 매매된 토지의 가치에서 기존 근저당권의 채무액에 비례하여 안분한 금액을 제외한 1억 7,922만 7,009원을 피고 C가 원고에게 금전으로 배상하도록 판결했습니다. 이 가액 산정은 재판의 변론 종결 시점인 2020년 1월 17일을 기준으로 했습니다.

참고 사항

유사한 문제 상황에 처했을 때 참고할 수 있는 내용입니다.

1. 채무자의 재산 처분 시점 확인: 채무자가 재산을 처분한 시점에 이미 빚이 재산보다 많은 상태(채무초과 상태)였다면, 해당 처분 행위는 사해행위로 인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2. 재산 처분 행위의 범위: 매매, 증여, 근저당권 설정 등 재산권을 이전하거나 제한하는 모든 법률 행위가 사해행위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채무자가 친인척 등 특수 관계인에게 재산을 이전하는 경우에는 사해행위의 의도가 더 쉽게 인정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3. 재산을 받은 사람의 주의 의무: 채무자로부터 재산을 받은 사람(수익자)이 채무자의 사해 의도를 몰랐다고 주장(선의 항변)하더라도, 이를 스스로 증명해야 합니다. 명확한 증거가 없다면 법원은 해당 재산 처분이 사해행위임을 알고 있었다(악의)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4. 원상회복의 방법 이해: 사해행위가 취소되면 원칙적으로 재산을 원래 채무자 명의로 돌려놓아야 합니다. 하지만 만약 부동산에 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다가 나중에 말소된 경우처럼, 원물(부동산 자체)로 돌려놓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다른 채권자들에게 불공평한 경우에는, 해당 부동산 가액에서 저당권 채무액을 뺀 금액만큼을 금전으로 배상해야 합니다. 이때 금액 산정은 재판의 변론이 종결되는 시점을 기준으로 합니다.
5. 채권이 양도된 경우에도 권리 행사 가능: 원래 채권이 사해행위가 일어나기 전에 발생했다면, 그 채권이 사해행위 이후에 다른 사람에게 양도되었더라도 새로운 채권자(양수인)도 사해행위 취소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