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기 · 금융
피고인은 보이스피싱 조직의 지시에 따라 타인 명의의 체크카드를 이용해 피해자들로부터 송금받은 돈을 인출하고 이를 다시 조직에 송금하는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피고인은 무역회사의 탈세 행위에 가담한 것으로 생각했을 뿐 보이스피싱이라는 인식이 없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피고인이 보이스피싱 범죄임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고 있었으며, 현금 인출 및 송금책으로서 범죄에 본질적으로 기여했다고 보아 사기 및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습니다. 다만, 특정 피해자들에 대한 사기미수 및 사기 혐의는 피고인이 실제 인출 지시를 받지 않았고 실행에 가담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죄로 판단되었습니다.
피고인 A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무역회사에서 일할 사람을 구한다'는 문자메시지를 받고 보이스피싱 조직과 접촉하게 되었습니다. 성명불상자의 지시에 따라 퀵서비스로 타인 명의의 체크카드를 전달받아 연결된 계좌에서 현금을 출금한 뒤 다른 계좌로 무통장 입금하는 일을 약 15일 동안 8~10회 반복하여 총 4,000만 원 이상의 현금을 인출했습니다. 피고인은 이 대가로 출금액의 2%를 받기로 했으며, 이 과정에서 퀵서비스로 40여 개의 다른 타인 명의 체크카드를 전달받았습니다. 피고인은 조직원들을 실제로 만난 적이 없고, 연락은 중국 스마트폰 앱(V)을 통해 이루어졌으며, 인출 후에는 카드 폐기와 비밀번호 삭제 등의 지시를 받았습니다. 피고인은 이러한 업무가 '불법적인 일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가졌고, '보이스피싱 범죄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했다'고 진술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피고인은 사기 및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피고인이 보이스피싱 범죄에 대한 고의나 공모가 있었는지 여부, 타인 명의 체크카드 양수 및 사용이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에 해당하는지 여부, 피고인이 인출 시도조차 하지 않은 특정 피해 건에 대해서도 공동정범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여부.
원심판결(징역 2년 및 몰수, 징역 1년 6월) 중 배상명령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모두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징역 1년 6월을 선고하며 압수된 삼성 갤럭시 1개를 몰수합니다. 피해자 AS에 대한 사기미수와 피해자 H에 대한 사기의 점은 무죄로 판단하고 그 요지를 공시합니다.
항소심 법원은 피고인의 상고를 일부 받아들여 특정 사기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으나, 대부분의 사기 및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로 판단했습니다. 피고인이 보이스피싱 범죄의 현금 인출 및 송금책으로서 본질적인 역할을 수행했고, 범죄를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고 있었다고 보아 징역 1년 6월의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고액의 대가를 약속하며 신원 불명의 사람들과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돈을 인출하거나 송금하는 일을 요구받을 경우, 이는 보이스피싱과 같은 범죄에 연루될 가능성이 매우 높으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특히, 타인 명의의 체크카드나 통장을 받거나 전달하는 행위, 계좌에서 돈을 인출해 지정된 곳으로 보내는 행위는 보이스피싱 조직의 전형적인 수법입니다. 설령 본인이 보이스피싱 범죄임을 명확히 인지하지 못하고 '무역회사의 탈세' 등 다른 이유로 알았다고 주장하더라도, 그 일련의 행위가 일반적인 상식에 비추어 이례적이고 불법적임을 충분히 의심할 수 있었다면 '미필적 고의'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범죄 조직의 일원으로서 일부 역할만 담당했더라도 전체 범죄에 대한 '공동정범'으로서 무거운 형사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타인 명의의 금융 접근매체(체크카드, OTP 등)를 양도하거나 양수하는 행위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