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대차
원고 A는 피고 C 공인중개사의 중개로 다가구주택 전세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계약 당시 건물에 거액의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었고, 다른 임차인들의 보증금 현황은 확인·설명서에 제대로 기재되지 않았습니다. 계약금 지급 후 건물에 강제경매가 개시되었음에도 피고 C는 임대인이 재력가임을 강조하며 원고를 안심시키고 잔금 지급을 유도했습니다. 원고 A는 결국 잔금을 지급하고 전입신고 및 확정일자를 받았으나 경매 진행으로 전세보증금 회수가 어렵게 되자, 피고 C가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의무를 다하지 않아 손해를 입었다며 전세금 반환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피고 C의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원고 A에게도 주의 의무 소홀의 과실이 있음을 인정하여 손해배상액을 60%로 제한했습니다. 최종적으로 피고 C는 임대인 B과 공동으로 원고 A에게 3천만원과 이에 대한 지연이자를 지급하라는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원고 A는 2019년 10월 7일 피고 C 공인중개사의 중개로 다가구주택 E호에 대해 전세보증금 5천만원으로 전세계약을 체결하고 임대인 B에게 계약금 5백만원을 지급했습니다. 계약 당시 이 건물에는 채권최고액 15억원 규모의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었고, 원고 외에도 여러 세입자가 있었으나 피고 C는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에 근저당권 사실만을 기재하고 다른 임차권의 존재는 명시하지 않았습니다. 계약금 지급 후 불과 4일 뒤인 2019년 10월 11일 건물에 강제경매 개시 결정이 내려졌고, 이에 원고 A는 피고 C와 임대인 B에게 항의했습니다. 하지만 피고 C는 B이 재력가임을 강조하며 원고 A를 안심시켰고, 잔금 지급일인 2019년 10월 19일 원고와 B은 특약사항을 추가한 전세계약서를 다시 작성했으며, 피고 C도 중개인으로서 서명날인했습니다. 원고 A는 이날 B에게 잔금 4천5백만원을 지급하고 주택을 인도받았으며, 2019년 10월 21일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받았습니다. 이후 경매 절차가 진행되었고, 건물의 감정가액은 16억 9천 6백여만원이었으나, 최우선변제권 인정 채권액과 선순위 근저당권 채권액의 합계가 17억 6천여만원에 달하여 원고 A가 경매 배당금을 받을 가능성이 사실상 없어지자 소송을 제기하게 된 것입니다.
공인중개사가 다가구주택 전세 계약을 중개할 때 다른 임차인들의 보증금 등 권리관계 정보를 정확하게 확인하고 설명할 의무를 다했는지 여부입니다. 또한 중개인의 설명의무 위반이 임차인의 전세보증금 손해 발생과 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 그리고 임차인에게도 자신의 권리보호를 위한 주의 의무가 있는지 여부 및 그에 따른 과실상계 비율이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제1심 판결 중 피고 C의 패소 부분을 일부 취소하고, 그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 A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피고 C는 임대인 B과 공동으로 원고 A에게 3천만원과 이에 대하여 2019년 12월 14일부터 2022년 1월 14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고 명령했습니다. 피고 C의 나머지 항소는 기각되었으며, 소송 총비용 중 40%는 원고 A가, 나머지는 피고 C가 각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 공인중개사가 다가구주택의 임대차 계약을 중개할 때 선순위 임차인의 보증금 내역 등 실제 권리관계를 확인하고 설명할 의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다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경매절차가 개시된 후에도 임대인 B이 재력가임을 강조하며 원고를 안심시켜 잔금 지급을 유도한 행위는 중개행위와 무관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피고 공인중개사의 의무 위반 행위와 원고의 전세보증금 회수 불능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원고 A 또한 다액의 선순위 근저당권 존재, 다가구주택의 특성, 그리고 강제경매 개시 사실을 인지하고도 스스로 위험을 감수하며 잔금을 지급한 점 등을 고려하여 원고 A의 과실을 40%로 인정하고 피고 C의 책임을 60%로 제한했습니다. 이에 따라 피고 C는 임대인 B과 공동으로 원고 A에게 전세보증금 5천만원의 60%인 3천만원을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본 사건은 공인중개사의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의무 위반과 임차인의 손해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에 관한 법리를 다루고 있습니다. 공인중개사법 제25조 제2항에 따르면, 공인중개사는 중개대상물의 권리관계 등을 확인하여 중개의뢰인에게 성실하고 정확하게 설명하고 그 근거 자료를 제시해야 합니다. 특히 대법원 판례(대법원 2011다63857 판결)는 다가구주택 중개 시 임차의뢰인에게 부동산 등기부상 공시된 권리관계뿐만 아니라 다가구주택 내 다른 임차인의 임대차보증금, 임대차 시기 및 종기 등 임차보증금 반환 판단에 필요한 실제 권리관계 자료를 요구하여 확인하고 설명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만일 임대인이 자료 요구에 불응하면 그 사실을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에 기재해야 합니다. 본 사건에서 피고 공인중개사는 이러한 의무를 다하지 않아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되었습니다. 또한 공인중개사법 제30조는 공인중개사가 중개행위 중 고의 또는 과실로 거래당사자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발생하게 한 때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 판례(대법원 2012다69654 판결)에 따라 중개의뢰인에게도 거래관계를 조사·확인할 책임이 인정되고 그것이 손해 발생 및 확대의 원인이 되었다면, 피해자인 중개의뢰인의 과실을 고려하여 과실상계를 할 수 있으며 이는 손해의 공평부담이라는 손해배상제도의 기본원리에 부합합니다. 따라서 본 사건에서 원고 임차인이 경매 개시 사실을 알고도 잔금을 지급하는 등 주의 의무를 소홀히 한 점이 인정되어 피고 공인중개사의 책임이 60%로 제한된 것입니다.
다가구주택 전세 계약 시에는 등기부등본상의 권리관계 외에도 다른 세입자들의 임대차 보증금, 전세 계약 기간 등 실제 권리관계를 공인중개사에게 반드시 확인하고 서면 자료를 요구해야 합니다. 공인중개사가 제공하는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에 선순위 임차인에 대한 정보가 누락되어 있다면 적극적으로 관련 자료를 요구하거나, 중개인이 자료 요구에 불응할 경우 계약 체결 여부를 신중하게 재고해야 합니다. 건물에 경매가 개시되거나 근저당권 등 다액의 채무가 설정되어 있는 경우, 임대인의 재정 상태를 맹신하기보다는 보증금 회수 가능성을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합니다. 계약금 지급 후라도 건물에 중대한 권리 변동(예: 경매 개시, 추가 근저당 설정)이 발생하면 잔금 지급 전에 계약 해지 및 계약금 반환을 요청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여야 합니다. 임차인 본인도 전세 계약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중개인의 설명에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건물 시가, 선순위 채무, 임대인의 재정 상태 등을 확인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손해를 줄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