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배상 · 행정
A 주식회사는 공유수면 매립을 통해 발전소 부지를 조성하면서, 인가 조건에 따라 조성된 일부 도로와 제방을 옹진군에 무상으로 귀속시켰습니다. 그러나 해당 도로 등의 일반인 통행이 제한되고 유지관리 의무가 A 주식회사에 부과된 상황이었습니다. 이후 옹진군수는 A 주식회사가 무단으로 해당 도로 등을 점유하여 주민의 시설 이용을 제한했다는 이유로 6억 6천만 원이 넘는 변상금을 부과했습니다. 법원은 인가 조건상 A 주식회사가 해당 도로 등을 점유할 법적 지위에 있었거나, 최소한 인가 조건을 신뢰하고 점유한 것으로 보아 변상금 부과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하여 취소했습니다.
한국전력공사는 1995년 인천시로부터 전원개발사업 실시계획 승인을 받아 공유수면매립면허를 취득했고, 원고 A 주식회사는 이 면허를 승계하여 공유수면 매립 공사를 시행했습니다. 공사 과정에서 인천시장의 인가조건에 따라 매립지 중 일부인 도로와 제방은 옹진군에 무상 귀속되면서도, 일반인의 통행이 제한되고 A 주식회사가 유지관리 업무를 담당하도록 명시되었습니다. A 주식회사는 공사를 마치고 해당 도로 등은 2008년과 2016년에 걸쳐 옹진군 소유로 귀속되었습니다. 그러나 2017년 6월, 피고 옹진군수는 A 주식회사가 귀속된 도로 등에 출입문을 설치하여 주민 이용을 제한하는 등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공유재산법)에 따른 사용·수익 허가 없이 점유·사용했다는 이유로 총 669,443,870원의 변상금 부과 처분을 내렸습니다. 이에 A 주식회사는 변상금 부과 처분이 위법하다며 취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발전소 매립지 조성 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에 귀속된 도로 등에 대해, 당초 인허가 조건상 일반인의 통행이 제한되고 관리 의무가 사업자에게 부과된 상황에서, 사업자가 해당 도로를 배타적으로 사용한 것이 공유재산법상 ‘무단 점유’에 해당하여 변상금 부과 대상이 되는지 여부입니다. 또한, 인허가 조건을 신뢰한 사업자의 점유를 정당화할 수 있는 법적 지위 또는 신뢰보호 원칙 위반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피고 옹진군수가 2017년 8월 4일 원고 A 주식회사에 대하여 한 669,443,870원의 변상금 부과 처분을 취소합니다.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합니다.
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변상금 부과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첫째, 이 사건 도로 등의 일반인 통행 제한은 원고가 무단으로 출입문을 설치하여 통제한 것이 아니라, 전체 매립공사 진행 과정과 도로 등의 구조, 자연지형, 그리고 발전소가 국가 중요시설이라는 특성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보았습니다. 따라서 징벌적 성격의 제재적 행정처분의 전제가 되는 위반행위가 부존재한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둘째, 실시계획 및 준공인가 조건에는 이 사건 도로 등에 일반인의 통행이 제한됨을 당연한 전제로 하였고, 원고에게 유지관리 업무를 부과하고 있었습니다. 이는 옹진군과 공용도로서의 기능 회복을 위한 협의를 거치기 전까지는 원고가 배타적으로 점유할 법적 지위에 있었다고 보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셋째, 설령 법적 지위가 없었다 하더라도, 원고는 이러한 인가 조건을 신뢰하고 도로 등을 점유한 것이므로, 그에 반하는 변상금 부과 처분은 행정청이 스스로 신뢰보호의 원칙을 저버린 것으로 위법하다고 보았습니다. 이 사건 처분은 어떠한 경우에든 부당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이 사건 판결은 다음과 같은 법령과 법리를 근거로 변상금 부과 처분의 위법성을 판단했습니다.
1.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공유재산법) 제20조(사용·수익허가) 및 제81조(변상금의 징수): 이 법률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소유의 재산(공유재산)을 사용하거나 수익하는 경우 허가를 받도록 하고, 허가 없이 무단으로 점유·사용하는 경우에는 사용료의 100분의 120에 해당하는 변상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합니다. 피고는 원고가 공유재산인 도로 등을 무단 점유했다고 보아 변상금을 부과했지만, 법원은 변상금이 징벌적 성격의 제재이므로 위반 행위가 실제로 존재하지 않거나 점유를 정당화할 사유가 있다면 부과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원고가 인가 조건에 따라 점유할 법적 지위가 있었거나 신뢰보호의 원칙상 변상금 부과가 위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2. 구 도로법(2008. 3. 21. 법률 제8976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80조의2(변상금) 관련 대법원 판례: 과거 도로법에도 도로 점용 허가 없이 무단 점용하는 경우 변상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었습니다. 대법원 판례(예: 2010년 4월 29일 선고 2009두18547 판결)는 도로 점용에 대한 명시적인 허가는 없었더라도 구체적인 사정에 비추어 그 점유나 사용·수익을 정당화할 수 있는 법적 지위에 있는 자에게는 변상금을 부과할 수 없다고 보는데, 이는 변상금의 징벌적 성격 때문입니다. 이 사건 판결은 이러한 법리를 공유재산법상 변상금 부과에도 유추 적용하여 원고의 점유를 정당화할 사유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3. 행정법상 신뢰보호의 원칙: 행정청이 개인에게 어떤 행위를 할 것이라고 약속하거나(공적인 견해 표명), 그에 따라 개인이 행정청의 처분을 신뢰하여 어떤 행동을 했을 때, 행정청이 나중에 그 신뢰에 반하는 처분을 하여 개인에게 불이익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원칙입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원고가 실시계획 및 준공인가 조건(일반인의 통행 제한, 원고의 유지관리 의무 부과 등)을 신뢰하고 도로를 점유한 것으로 보아, 그에 반하는 변상금 부과 처분은 신뢰보호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판단했습니다.
4. 전원개발촉진법 제7조(인허가 승계) 및 공유수면매립법 제14조(매립지의 귀속 및 처분): 전원개발사업과 관련된 인허가 등이 승계될 수 있도록 하는 전원개발촉진법 규정에 따라 원고는 한국전력공사의 공유수면매립면허를 승계하여 공사를 진행했습니다. 또한, 공유수면매립법 제14조에 따라 매립으로 조성된 도로 등이 옹진군에 귀속되는 법적 근거가 됩니다.
행정청으로부터 인허가를 받을 때 부과된 조건들은 매우 중요하므로 면밀히 검토하고 명확하게 문서화해두어야 합니다. 특히, 공용으로 귀속될 재산에 대한 사용, 관리, 제한 사항 등이 명시된 경우, 추후 발생할 수 있는 분쟁의 중요한 근거가 됩니다. 특정 재산에 대한 사용·수익이 제한되거나 관리 의무가 부과된 경우, 해당 제한이나 의무가 단순히 ‘사용·수익 허가 없는 무단 점유’로 오인될 여지가 있는지 미리 확인하고, 필요하다면 행정청과 명확히 협의하여 기록을 남겨두는 것이 좋습니다. 공적 기관이 명시적으로 표명한 견해(예: 인가 조건)에 따라 어떤 행위를 했을 경우, 나중에 그 견해에 반하는 불이익한 처분을 받게 된다면 ‘신뢰보호의 원칙’에 따라 해당 처분의 위법성을 다툴 수 있습니다. 이는 행정청이 스스로 한 공적인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변상금 부과 처분은 징벌적 성격이 강한 제재이므로, 실제 위반 행위가 없었거나 해당 점유 또는 사용을 정당화할 만한 합리적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적극적으로 그 부당함을 주장해야 합니다. 공용으로 귀속될 재산의 관리 및 이용과 관련하여, 시설의 특성(예: 국가 중요 시설, 군사 시설 인접)상 일반인의 접근이 현실적으로 어렵거나 제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이러한 특성을 미리 행정청과 공유하고 인허가 조건 등에 명확히 반영하여 문서화하는 것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