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
임차인 A는 임대인 B로부터 아파트를 임차하여 거주하던 중, 임대인 B가 실거주를 이유로 계약 갱신을 거절하겠다는 통보를 받고 퇴거했습니다. 이후 임대인 B는 해당 아파트를 제3자에게 더 높은 보증금으로 임대했습니다. 이에 임차인 A는 임대인 B를 상대로 주택임대차보호법 위반 또는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임차인 A가 계약갱신요구권을 명시적으로 행사하지 않아 주택임대차보호법상의 손해배상 조항이 직접 적용되지는 않지만, 임대인 B의 행위가 임차인 A에게 갱신요구권 행사 기회를 상실하게 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임대인 B에게 9,000,000원 및 지연이자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2016년 12월 22일, 원고 A는 피고 B의 아파트를 보증금 4억 4천만원에 2년 임차하였고, 계약은 2021년 2월 27일까지 2년 연장되었습니다. 2020년 11월 26일, 피고 B는 원고 A에게 아파트에 실거주할 예정이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 임대차 계약 갱신 거절 의사를 표시했습니다. 임대차 기간 만료 후 원고 A는 아파트에서 퇴거했으며, 피고 B는 원고 A에게 보증금 4억 4천만원을 반환했습니다. 그러나 2021년 5월 29일, 피고 B는 제3자에게 아파트를 임대차보증금 6억 5천만원에 임대하였고, 이에 원고 A는 피고 B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임대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임대차 갱신을 거절한 후 제3자에게 임대했을 때, 임차인이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 제5항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와 임차인이 계약 갱신 요구를 명시적으로 하지 않은 경우에도 임대인의 행위가 불법행위에 해당하여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 그리고 이 경우 손해액을 어떻게 산정해야 하는지가 이 사건의 주요 쟁점입니다.
법원은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원고 A의 주위적 청구(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 제5항에 따른 손해배상)는 기각했습니다. 하지만 원고 A의 예비적 청구(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는 일부 인용하여, 피고 B는 원고 A에게 9,000,000원 및 이에 대한 2021년 5월 30일부터 2023년 2월 16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소송 총비용 중 10%는 원고 A가, 나머지는 피고 B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이 판결은 임차인이 계약갱신요구권을 명시적으로 행사하지 않은 경우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 제5항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는 어렵지만, 임대인이 실거주 의사가 불확실했음에도 마치 갱신이 불가능한 것처럼 임차인을 기망하여 갱신요구권 행사 기회를 상실하게 한 행위는 민법상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이에 따라 임대인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고, 손해액은 임차인이 갱신되었더라면 얻을 수 있었던 사용이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9,000,000원으로 산정했습니다.
본 판결에는 주택임대차보호법과 민법의 여러 조항이 적용되었습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 제1항 (계약갱신 요구 등): 이 조항은 임차인이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 임대인에게 계약갱신을 요구할 경우, 임대인은 정당한 사유 없이는 이를 거절하지 못한다고 규정합니다. 다만, 임대인이나 그 직계존속·직계비속이 목적 주택에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 등은 예외로 합니다. 본 사건에서 임대인 B는 실거주를 이유로 갱신 거절 의사를 밝혔으나, 임차인 A가 명시적으로 계약갱신 요구를 하지 않아 이 조항에 따른 갱신 거절의 법적 요건을 직접적으로 충족하지 못했습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 제5항 (손해배상): 이 조항은 임대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갱신을 거절했음에도, 갱신이 되었을 기간이 만료되기 전에 정당한 사유 없이 제3자에게 주택을 임대한 경우, 임대인이 임차인이 입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본 사건에서 피고 B는 실거주 의사 통보 후 제3자에게 아파트를 임대했지만, 원고 A가 명시적인 갱신요구권을 행사하지 않아 이 조항에 따른 손해배상은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즉, 임차인의 '갱신요구'가 이 조항 적용의 전제 조건이라는 법원의 판단입니다.
민법 제750조 (불법행위의 내용): 이 조항은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합니다. 본 사건에서 법원은 임대인 B가 실거주 의사가 불확실했음에도 마치 갱신이 불가능한 것처럼 말하여 임차인 A가 갱신요구권을 행사할 기회를 상실하게 한 행위를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위법한 불법행위'로 인정했습니다. 따라서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직접적인 손해배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민법상 불법행위 책임이 인정되어 임대인에게 손해배상 의무가 발생했습니다.
민사소송법 제202조의2 (손해배상 액수 산정): 이 조항은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재산상 손해 발생 사실은 인정되나 구체적인 손해액을 입증하기 곤란한 경우, 법원이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 결과를 종합하여 상당한 손해액을 인정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본 사건에서 원고 A가 입은 갱신요구권 행사 기회 상실로 인한 손해액을 구체적으로 입증하기 어려웠으므로, 법원은 이 조항에 따라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9,000,000원으로 손해액을 산정했습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상 계약갱신요구권 행사는 명확한 의사표시가 중요하므로, 임대차 기간 만료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 임대인에게 반드시 갱신 요구 의사를 전달하고 그 증거(문자 메시지, 내용증명 등)를 남겨야 합니다. 임대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갱신을 거절했더라도, 임차인은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만약 임대인이 실거주를 가장하여 갱신을 거절하고 제3자에게 임대한 경우, 임차인의 명시적인 갱신요구권 행사 여부가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 제5항 적용에 핵심이 됩니다. 설령 갱신요구권을 명시적으로 행사하지 않았더라도, 임대인이 실거주 의사가 불확실함에도 갱신이 불가능한 것처럼 통보하여 임차인이 갱신요구권을 행사할 기회를 잃게 만들었다면, 민법상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여지가 있습니다. 이때 손해액은 갱신되었더라면 얻을 수 있었던 임대차보증금 차액에 대한 차임 상당액, 즉 인근 시세와 기존 보증금의 차액, 법정 증액 한도(5%), 그리고 임대차보호법상의 월 차임 전환율(연 2.5%)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법원이 판단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