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형외과 전문의 A씨가 건강 문제로 병원을 넘겨준 후배 B씨. A씨는 제주에서 일하던 B씨에게 병원을 팔며 경쟁하지 않겠다는 묵시적 약속을 했어요. 하지만 2년 뒤 같은 건물 아래층에 다시 개업하며 그 약속은 산산조각 났습니다.
경업금지는 흔히 계약서에 명시된 비경쟁 조항을 뜻하지만, 계약서에 없어도 특정 상황에서는 법원이 묵시적으로 인정해요. 이번 사건에서는 상법 제41조(영업양도 후 10년간 같은 시·군에서 동일 영업 금지) 적용 여부가 핵심이었죠.
1심은 병원 운영이 상행위가 아니라며 경업금지 청구 일부만 인정하고 경쟁 범위를 같은 건물 내로 제한했습니다. 반면 2심은 의료 서비스도 사익 추구를 목적으로 한다며 상법 적용 가능성을 인정했고 경업금지 범위도 '대전광역시 및 인접 시군'으로 넓혔어요. 결국 A씨가 10년간 이 지역에서 같은 업종을 운영하지 못하게 된 거죠.
A씨가 다시 병원을 열면서 B씨는 매출 피해뿐 아니라 기관 이전비용과 위자료 등 8억8000만원을 요구했습니다. 법원은 이를 대부분 인정해 A씨에게 약 5억 원의 배상금을 명령했고 대법원도 이를 확정했어요.
선의와 신뢰에 기반한 '묵시적 경업금지'가 법적으로도 보호받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계약서에 명문화하지 않았다고 마음대로 경쟁하면 안 된다는 경고죠. 나쁘게 말해 '밝혀지지 않은 약속'도 지켜야 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러니 사업 양도나 인수 시에는 계약서 꼼꼼히 챙겨야 하고, 상대를 믿되 신중해야 해요. '선배니까', '후배니까'라는 이유로 법적 의무를 가볍게 여겼다가는 그 댓가가 상당할 수 있습니다. 결국 법도 '나쁜 선배'에게 철퇴를 내렸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