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형사사건 · 금융
피고인이 저금리 대환 대출을 받기 위해 미상의 사람에게 자신의 은행 계좌 정보를 알려주고 입출금을 도와주었는데 검찰은 이를 타인의 탈법 행위를 도운 것으로 보고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위반 방조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해당 행위가 금융실명법에서 규정하는 '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인에게 범죄를 돕는다는 고의가 있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피고인 A는 2019년 3월 21일경 미상의 사람으로부터 연 5%의 저금리 대환 대출이 가능하다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미상의 사람은 피고인에게 1,000만 원 정도의 허위 거래내역만 더 있으면 대출이 가능하다고 하면서, 자신들이 피고인의 계좌에 돈을 입금해 주면 그 돈을 다시 돌려달라고 요구했습니다. 피고인은 이를 승낙하고 자신의 B은행 계좌(C)의 통장거래사본을 팩스로 보내 계좌번호를 알려주었습니다. 다음 날인 3월 22일경, 미상의 사람은 전화금융사기를 통해 피해자 D으로부터 600만 원을 피고인의 계좌로 송금받았습니다. 검찰은 피고인이 미상의 사기범이 탈법행위를 목적으로 피고인 명의로 금융거래를 하는 것을 용이하게 하여 방조했다고 보아 기소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성명불상자가 피고인 계좌를 이용해 허위 거래내역을 생성하려 한 시도가 금융실명법상 '불법재산의 은닉, 자금세탁행위, 공중협박자금조달행위 및 강제집행의 면탈'에 준하는 '그 밖에 탈법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피고인이 성명불상자의 탈법행위를 돕는다는 '방조의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입니다.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다.
법원은 성명불상자가 피고인의 계좌를 이용해 대출 거래내역을 만든 행위가 금융실명법 제3조 제3항에서 규정하는 '불법재산의 은닉, 자금세탁행위, 공중협박자금조달행위 및 강제집행의 면탈'에 준하는 '그 밖에 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피고인이 계좌를 제공할 당시 성명불상자의 행위가 이러한 불법적인 목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지 않았으므로 방조의 고의가 있었다고 볼 증거도 부족하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는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른 무죄 판결입니다.
이 사건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법령과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금융실명법) 제3조 제3항은 "누구든지 불법재산의 은닉, 자금세탁행위 또는 공중협박자금조달행위 및 강제집행의 면탈, 그 밖에 탈법행위를 목적으로 타인의 실명으로 금융거래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그 밖에 탈법행위'의 범위를 불법재산의 은닉, 자금세탁행위 등 구체적으로 열거된 행위에 준하는 것으로 제한적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금융실명법 제6조 제1항은 제3조 제3항을 위반한 행위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형법상 방조범이 성립하려면 정범(여기서는 성명불상자)의 범죄가 구성요건에 해당하고 위법해야 하며, 방조자(피고인)가 정범의 범행을 돕는다는 '고의'와 정범의 행위가 범죄라는 점에 대한 '고의'가 모두 있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정범의 행위가 금융실명법상 '탈법행위'로 인정되기 어렵고, 피고인에게도 그러한 탈법행위를 돕는다는 고의가 입증되지 않아 방조범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은 법률이 규정하는 범죄의 구성요건은 명확해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그 밖에 탈법행위'와 같이 예시적으로 규정된 법률 조항을 해석할 때 이 원칙에 따라 열거된 예시에 준하는 경우로만 한정하여 해석해야 함을 강조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은 "피고사건이 범죄로 되지 아니하거나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는 판결로 무죄를 선고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범죄의 증명이 부족할 때 무죄를 선고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저금리 대출 등을 미끼로 계좌 정보를 요구하거나 입출금 거래를 유도하는 제안은 대부분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와 연관된 경우가 많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자신 명의의 계좌라고 해도 타인의 불법적인 목적을 위해 제공하거나 이용하게 하는 행위는 금융실명법 위반이나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 다양한 법률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특히 계좌에 돈을 입금받은 후 다시 인출하여 제3자에게 전달하라는 요구는 사기범들이 범죄수익을 세탁하거나 은닉하려는 전형적인 수법이므로 절대 응해서는 안 됩니다. 자신이 범죄에 연루될 수도 있다는 의심이 드는 경우 금융기관이나 수사기관에 즉시 신고하여 도움을 요청해야 합니다. 불법적인 금융거래에 대한 판단은 복잡하고 법률 전문가의 조언이 필요하지만 일반인으로서는 어떤 경우든 타인에게 명의를 빌려주거나 계좌를 이용하게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는 점을 인지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