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군법
피고인 A는 해병대 선임으로서 후임병 피해자 E에게 협박, 절도, 공갈, 폭행을 저지른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피해자의 진술에 일관성이 부족하고 신빙성이 낮다고 판단했으며, 다른 증거들만으로는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입증되지 않았다고 보아 피고인 A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특히 피고인이 피해자의 군생활 독려 과정에서 일부 욕설이 있었을 수는 있지만 협박죄가 성립하는 해악의 고지로는 볼 수 없고, 절도와 공갈, 폭행 또한 피해자의 진술만으로는 사실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피고인 A와 피해자 E는 해병대 선임과 후임 관계로 같은 중대에서 복무했습니다. 피해자 E가 필수 암기사항을 외우지 못하고 청소 등 부대 과업을 잘 수행하지 못하자 피고인 A는 선임으로서 피해자의 군생활을 독려하는 과정에서 욕설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필수 암기사항 암기를 독려하며 2021년 12월 초순경 "휴가 나가기 전에 왜 쳐 못 외우고 있냐. 씨발새끼야, 병신새끼야, 진짜 뒤질래?, 개 처맞을래? 진짜 개 멍청한 새끼, 휴가 나가기 전까지 못 외우면 패 죽여버린다."는 등의 발언을 하거나, 2021년 12월 11일경 복귀 후 암기사항을 못 외우면 "죽여버린다"고 말해 협박했다는 혐의를 받았습니다. 또한 피고인은 2022년 2월 2일경 피해자가 선물 받은 시가 3,000원 상당의 검정색 해병대 앵카 양말 1켤레를 절취하고, 2022년 2월 3일경 피해자의 로매드 휘장 및 상륙 기습특공 휘장, 해병 ○사단 마크 휘장 등을 "너는 해병도 아니고 민간인인데 본인 주제를 파악 좀 해라. 너는 이런 거 가질 자격이 없다."고 말하며 겁을 주어 갈취했다는 공갈 혐의를 받았습니다. 이후 2022년 2월 5일경 식당 청소 중 피해자가 선임에게 "앞으로 가"라고 말하고 청소를 대충 하자, 피고인이 "쳐 맞고 싶냐. 맞선임 꼰잘(신고) 친 새끼."라고 말하며 양손으로 피해자의 멱살 부위를 1회 잡아 폭행했다는 혐의도 받았습니다. 피해자는 2022년 2월 5일 군에 처음 제보를 했고, 이어서 부사관 임용 신청 후 피고인과의 관계가 악화되면서 이 사건 공소사실들을 포함한 괴롭힘을 제보했습니다.
피고인의 발언이 협박죄에서 말하는 '해악의 고지'에 해당하는지 여부, 피고인이 피해자의 양말을 절취한 사실이 있는지 여부, 피고인이 피해자의 휘장을 공갈하여 받은 사실이 있는지 여부, 피고인이 피해자의 멱살을 잡는 폭행을 저지른 사실이 있는지 여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및 공소사실의 합리적 의심 배제 여부가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이었습니다.
피고인 A에 대해 협박, 절도, 공갈, 폭행 혐의 모두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법원은 각 혐의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협박 혐의의 경우 피고인이 피해자의 선임으로서 군생활을 독려하는 과정에서 일부 욕설을 했을 수는 있지만, 이는 일반적으로 사람에게 공포심을 일으킬 만한 해악의 고지인 협박으로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피해자의 진술이 피고인과의 관계 악화 이후에 과장되었을 가능성이 있으며, 다른 선임병에 대한 제보 시점에는 피고인의 행동을 문제 삼지 않았던 점 등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절도 혐의는 피해자 진술의 불명확성과 증인 G의 진술을 바탕으로 피고인이 양말을 절취했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 없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보았습니다. 공갈 혐의는 피해자가 휘장을 복장 규정에 맞지 않게 착용한 것에 대한 피고인의 지적이 있었을 뿐, 피고인이 휘장을 갈취했다는 증거가 부족하며 피해자의 진술 또한 모호하고 목격자 진술과도 일치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폭행 혐의는 피해자가 처음 제보했을 때는 멱살을 잡은 행위를 언급하지 않고, 한참 뒤에야 진술한 점, 목격자 F의 진술과 상충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폭행 사실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결론적으로 공소사실들이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 사건에 적용된 주요 법령과 법리적 판단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형사소송법 제325조 (무죄판결): 이 조항은 피고사건이 범죄로 되지 않거나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는 판결로써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의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하여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는 형사재판에서 유죄를 선고하기 위해서는 검사가 피고인의 유죄를 의심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해야 한다는 '증명책임'과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원칙이 적용된 결과입니다.
형법 제58조 제2항 (판결공시): 이 조항은 무죄판결의 요지는 피고인의 신청이 있는 때에만 공시하는 것이 원칙이나, 무죄판결의 요지를 공시하는 것이 피고인에게 현저히 불리하다고 인정될 만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신청이 없더라도 공시하지 않을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이 판결에서는 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에 따라 무죄판결의 요지를 공시하지 않았습니다.
협박죄에서의 '협박' 법리: 법원은 협박죄의 '협박'은 단순히 욕설을 하는 정도를 넘어 "일반적으로 보아 사람으로 하여금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는 정도의 해악을 고지하는 것"을 의미하며, 고지된 해악의 내용이 "행위자와 상대방의 성향, 고지 당시의 주변 상황, 행위자와 상대방 사이의 친숙의 정도 및 지위 등의 상호관계 등 행위 전후의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에 일반적으로 사람으로 하여금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것"이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2022도9187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인의 발언이 피해자의 군생활 독려 차원에서 이루어진 일부 욕설에 불과하며, 협박죄의 법리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증거 재판주의: 유죄 판결은 증거에 의하여야 하며,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유죄가 증명되어야 한다는 형사법의 기본 원칙입니다. 피해자의 진술만으로는 다른 보강 증거가 없거나 진술에 모순이 있을 경우 유죄로 인정하기 어렵습니다.
군대 내 괴롭힘이나 범죄 피해를 겪었을 때는 다음과 같은 점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증거의 확보 및 보존: 가능한 한 빨리 관련 증거(메시지, 녹취, 사진, 목격자 진술 등)를 확보하고 보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기억이 희미해지거나 증거가 사라질 수 있습니다.
일관된 진술 유지: 수사기관이나 법정에서 진술할 때는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진술 내용이 자주 바뀌거나 모순될 경우 신빙성이 낮아질 수 있습니다.
즉각적인 신고의 중요성: 피해 발생 시 가급적 신속하게 군 수사기관, 국방헬프콜 또는 국민신문고 등 공식적인 경로를 통해 신고하는 것이 좋습니다. 지연된 신고는 피해 사실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목격자 확보: 사건 현장에 목격자가 있다면 그들의 진술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목격자의 객관적인 진술은 사건의 사실관계를 명확히 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주변 상황과 맥락 고려: 단편적인 증거보다는 사건이 발생한 전후 상황, 당사자들의 관계, 당시 분위기 등 종합적인 맥락을 고려하여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