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침해/특허
피고인 B는 피해 회사 D의 실러 도포장치 설계도면 파일을 몰래 저장한 후 피고인 A와 C에게 누설, 피고인 A는 이 도면을 특허 출원에 사용하고 C에게 3D 변환 파일을 제공, 피고인 C는 도면을 자신의 회사(H) 설계에 참고자료로 사용했다는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원심은 이 도면을 영업비밀로 인정하여 피고인들에게 유죄를 선고했지만, 항소심에서는 이 사건 도면이 영업비밀의 핵심 요건인 '비밀관리성'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보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피해 회사가 도면에 비밀 표시를 하지 않았고 접근 통제 및 관리 시스템이 미흡했으며 보안 서약서 내용도 추상적이라는 점 등을 무죄의 근거로 들었습니다.
피고인 B는 피해 회사 D의 하도급 공사를 진행하던 중 피해 회사 직원 L의 외장 하드디스크에서 실러 도포장치 설계도면 파일을 발견하고 몰래 자신의 노트북에 저장했습니다. 이후 B는 2015년 9월경부터 11월경까지 피고인 A의 요청을 받고 도면 출력물을 제공했으며 2016년 6월 26일에는 피고인 C의 요청에 따라 도면 파일이 저장된 이동식 저장매체를 제공했습니다. 피고인 A는 B로부터 받은 도면을 3D로 변환하여 특허 출원에 사용하고 2016년 2월경 C에게 해당 3D 파일을 제공했습니다. 피고인 C는 A와 B로부터 받은 도면들을 자신이 근무하는 H의 실러 도포장치 설계에 참고자료로 사용했습니다. 이에 피해 회사는 피고인들의 이러한 행위가 자신들의 영업비밀을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이들을 고소했습니다.
이 사건 실러 도포장치 설계도면이 '영업비밀'에 해당하는지, 특히 '상당한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되었다'는 '비밀관리성' 요건을 충족하는지가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또한 피고인들의 행위가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피해 회사에 손해를 입힐 목적'이 있었는지와 '영업비밀의 사용 또는 누설'에 해당하는지도 다투어졌습니다.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들에게 각 무죄를 선고하며 무죄 판결의 요지를 공시합니다.
이 사건 도면은 구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영업비밀'의 요건 중 '상당한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된' 것으로 볼 수 없어 영업비밀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피고인들의 행위는 영업비밀 침해에 따른 범죄로 볼 수 없으므로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구법, 2015. 1. 28. 개정 전) 상의 '영업비밀' 요건 충족 여부였습니다. 해당 법률 제2조 제2호는 '영업비밀'을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서, 상당한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된 생산방법, 판매방법 그 밖에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상당한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된다'는 것은 정보가 비밀이라고 인식될 수 있는 표지를 하거나 고지를 하고,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대상자나 접근 방법을 제한하며, 정보에 접근한 사람에게 비밀준수 의무를 부과하는 등 객관적으로 그 정보가 비밀로 유지·관리되고 있다는 사실이 인식 가능한 상태인 것을 뜻합니다. 법원은 영업비밀 보유자의 예방 조치의 구체적 내용, 해당 정보에 접근을 허용할 영업상의 필요성, 영업비밀 보유자와 침해자 사이의 신뢰관계, 영업비밀의 경제적 가치, 보유자의 사업 규모와 경제적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비밀관리성 여부를 판단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해 회사가 도면에 비밀 표시를 하지 않았고, 보안책임자 승인 절차 미준수, 파일 유출 통제 시스템 부재, 직원들의 도면 열람 및 복사 규정 미준수, USB 등 매체 검사 및 관리 미흡, 그리고 추상적인 보안 서약서 내용 등을 근거로 '상당한 노력에 의한 비밀 유지'라는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이 사건 도면은 영업비밀에 해당하지 않으며, 이로 인해 피고인들의 행위는 영업비밀 침해가 아니라고 판단되어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범죄 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로 보아 무죄가 선고되었고, 형법 제58조 제2항에 따라 무죄 판결의 요지가 공시되었습니다.
기업의 중요한 기술 정보나 사업 정보를 '영업비밀'로 보호받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점들을 반드시 유념해야 합니다.
서울고등법원 2016
서울서부지방법원 2016
광주지방법원 2022
서울중앙지방법원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