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침해/특허
엘리베이터 제어장치 제작사인 채권자 회사가, 자신에게 부품을 납품하던 협력업체인 채무자들이 회사의 설계초안과 도면을 무단으로 사용하여 유사 제품을 제작, 납품하는 것이 영업비밀 침해 및 부정경쟁행위라고 주장하며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채권자가 제공한 설계초안은 영업비밀로 보기 어렵고, 문제가 된 설계도면 및 회로도면은 채무자 측이 독자적으로 작성한 것으로 보여 채권자에게 권리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자율안전확인대상공산품 제외 선언'이 채권자에게 독점적 권한을 부여하는 것도 아니라고 보아, 채권자의 가처분 신청을 1심과 항고심 모두 기각한 사건입니다.
주식회사 A엘리베이터(채권자)는 엘리베이터 제어장치 제작사로, 2013년 4월경 채무자 D과 주운전반(MAIN PCB) 제작 및 공급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채권자는 채무자 D에게 MAIN PCB 제작을 위한 '설계초안'을 제공했습니다. 채무자 D은 이 설계초안을 바탕으로 채권자의 실질적인 운영자인 G의 검토를 거쳐 MAIN PCB 제작을 위한 '설계도면'과 '회로도면'을 직접 작성하고, 이를 기반으로 'CON V10' 모델의 MAIN PCB(이 사건 PCB)를 제작했습니다. 한편, 채권자는 2013년 2월경 채무자 E(F전기 운영)에게 '유압식 제어반'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공급하기로 계약을 맺었습니다. 2014년 3월에는 채권자가 이 사건 PCB에 대해 '자율안전확인대상공산품 제외 선언'을 했습니다. 이후 채권자는 채무자 D이 위 설계초안과 각 도면을 무단으로 이용하여 제작한 이 사건 PCB를 채무자 E에게 납품하고 있으며, 이는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 침해행위 및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하므로, 채무자들에 대해 도면 사용 금지 및 관련 제품 생산 금지 등의 가처분 명령을 내려달라고 법원에 신청했습니다.
제1심 결정: 인천지방법원은 채권자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습니다. 항고심 결정: 항고법원은 채권자의 항고를 모두 기각하고, 제1심 결정이 정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채무자들은 채권자가 주장한 바와 같은 도면 사용 금지, 제품 생산 금지, 침해 물건 폐기 등의 조치를 이행할 필요가 없게 되었습니다. 항고비용은 채권자가 부담하도록 결정되었습니다.
채권자의 영업비밀 침해 등 금지 가처분 신청은 피보전권리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기각되었습니다. 법원은 채권자의 '설계초안'이 영업비밀이나 상당한 투자 노력의 결과물로 보기 어렵고, 핵심적인 '설계도면' 및 '회로도면'은 채무자 D이 작성한 것이며 채권자에게 권리가 귀속된다는 약정이나 실질적인 기여가 소명되지 않았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자율안전확인대상공산품 제외 선언'만으로는 채권자가 독점적 권한을 가진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은 주로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을 중심으로 판단되었습니다.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2호 (영업비밀의 정의): "영업비밀"이란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서, 상당한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된 생산방법, 판매방법, 그 밖에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를 말합니다. 법원은 이 사건 '설계초안'이 단지 부품과 규격을 정한 정도에 불과하여 영업비밀의 요건인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이라는 점이 소명되지 않았다고 보았습니다.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3호 (영업비밀 침해행위): 타인의 영업비밀을 취득, 사용, 공개하는 행위 등을 금지합니다. 채권자는 채무자들의 행위가 이 조항에 따른 영업비밀 침해행위라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위 설계초안이 영업비밀이 아니며, 설계도면과 회로도면의 권리가 채권자에게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차)목 (부정경쟁행위의 일종):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 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부정경쟁행위로 규정합니다. 채권자는 이 사건 설계초안과 각 도면이 채권자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설계초안이 그러한 요건을 갖추었다고 보기 어렵고, '자율안전확인대상공산품 제외 선언' 또한 독점적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므로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부정경쟁방지법 제10조 (영업비밀 침해행위에 대한 금지청구권) 및 제4조 (부정경쟁행위 금지청구권): 위 법률에 따라 영업비밀 침해행위 또는 부정경쟁행위가 발생할 경우 해당 행위의 금지 또는 예방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합니다. 채권자는 이 조항들을 근거로 가처분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채권자에게 피보전권리(즉, 영업비밀 침해 또는 부정경쟁행위로 인정될 만한 권리)가 소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하여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습니다. 법원은 기술정보의 권리 귀속 여부를 판단할 때, 단순히 정보를 제공받아 도면을 작성한 경우 외에 제공자가 구체적인 착상, 수단, 방법 제시, 수정, 보완 등으로 도면 완성에 '실질적으로 기여'했는지를 중요한 기준으로 보았습니다. 이 사건에서 채무자 D은 채권자와는 별개의 사업자로서 계약에 따라 도면을 작성한 것이고, 채권자가 도면 완성에 실질적으로 기여했음을 소명하지 못했으므로 도면의 권리가 채권자에게 귀속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정보의 영업비밀성 확보: 특정 기술정보를 영업비밀로 보호받기 위해서는 '공연히 알려져 있지 않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며', '상당한 노력에 의해 비밀로 유지'되었음을 증명해야 합니다. 단순한 아이디어나 기본적인 설계 초안은 이러한 요건을 충족하기 어려울 수 있으므로, 어떤 정보가 영업비밀인지 명확히 하고 비밀 유지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협력업체와의 계약 명확화: 협력업체와 기술 개발 또는 부품 생산 계약을 체결할 때는 어떤 정보가 제공되고 누가 어떤 권리를 가지는지, 특히 도면, 설계 등 핵심 기술 정보의 소유권 및 사용권에 대해 서면으로 명확히 약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순히 검토나 확인 절차만으로는 기술정보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실질적 기여 입증: 제3자가 작성한 도면이나 기술에 대해 권리를 주장하려면, 그 도면 작성에 채권자가 구체적인 착상, 수단, 방법 제시, 수정, 보완 등을 통해 '실질적으로 기여'했음을 입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안전인증 등의 범위 이해: 특정 제품에 대한 '자율안전확인대상공산품 제외 선언'과 같은 안전인증은 해당 제품의 안전 관련 의무를 면제하는 것일 뿐, 그 제품의 제조·판매에 대한 독점적 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러한 인증을 받았다고 하여 무조건 부정경쟁방지법상 보호를 받는 것은 아님을 이해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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