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배상 · 의료
임신 39주 6일의 산모가 유도분만을 위해 병원에 내원하여 옥시토신 투여 중 두 차례 쇼크를 겪고 심정지 상태에 이르렀습니다. 이후 상급 병원 전원 및 응급 제왕절개술에도 불구하고 산모와 태아 모두 양수색전증으로 사망했습니다. 사망한 산모의 남편과 자녀는 병원 의료진의 의료과실을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산모 사망 관련 과실은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으나, 산모 심정지 후 태아 생존을 위한 응급 제왕절개술 병원 전원 조치를 19분간 지연한 주치의와 병원장의 과실을 인정하여 태아 사망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60%로 제한하여 판결했습니다.
산모 F는 임신 39주 6일째인 2014년 12월 3일 오전 9시 10분경 질출혈과 허리 통증을 호소하며 피고 병원에 내원했습니다. 주치의 D은 유도분만을 결정하고 간호사는 오전 10시경부터 옥시토신을 투여하기 시작했습니다. 오전 11시경 산모는 1차 쇼크로 의식을 상실했고, 오후 1시 40분경 2차 쇼크로 의식 저하 및 이후 청색증과 호흡 정지를 일으키며 심정지 상태에 이르렀습니다. 의료진은 심폐소생술을 실시하고 오후 2시 1분경 119에 신고했습니다. 오후 2시 10분경 119 구급대원이 도착했으나, 오후 2시 29분경에야 상급 병원인 H병원으로 전원 조치가 이루어졌습니다. H병원에서 오후 2시 40분경 응급 제왕절개술을 시행했지만, 태아는 오후 2시 57분경 가사 상태로 분만되어 오후 4시 6분경 사망했고, 산모 또한 오후 5시 33분경 양수색전증으로 사망했습니다. 이에 사망한 산모의 남편 A과 자녀 B는 병원 의료진의 불충분한 검사, 부적절한 옥시토신 투여, 경과 관찰 해태, 양수색전증 미진단 및 응급처치 미흡, 응급 제왕절개술 지연, 설명의무 위반, 진료기록 부실 기재 등을 주장하며 병원장 C, 주치의 D, 마취과 의사 E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산모 내원 당시 불충분한 검사를 수행했는지, 부적절한 옥시토신 투여 및 경과 관찰을 해태했는지, 양수색전증을 진단하지 못하고 응급처치를 미흡하게 했는지, 설명의무를 위반했는지, 진료기록을 부실하게 기재했는지 등 산모 진료와 관련한 의료과실이 있었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태아 생존을 위한 응급 제왕절개술을 시행하지 않거나 전원 조치를 지연한 과실이 있었는지, 태아에 대한 설명의무를 위반했는지 등 태아 진료와 관련한 의료과실이 있었는지 여부입니다. 셋째, 피고들(병원장, 주치의, 마취과 의사) 각자의 책임 유무 및 손해배상 범위와 책임 제한 비율입니다.
법원은 피고 C(병원장)와 D(주치의)는 공동하여 원고 A(사망 태아의 아버지)에게 187,004,366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원고 A의 피고 C, D에 대한 나머지 청구(산모 사망 관련) 및 피고 E(마취과 의사)에 대한 청구, 그리고 원고 B(사망 산모의 자녀)의 모든 청구는 기각되었습니다.
법원은 산모의 사망 원인인 양수색전증은 예측 불가능하며, 옥시토신 투여 및 초기 응급처치, 진료기록 부실 기재 등 산모 진료 관련 피고들의 과실은 인정하기 어렵거나 사망과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산모가 심정지 상태에 이른 후, 태아의 상태가 양호했음에도 불구하고 주치의 D이 응급 제왕절개술이 가능한 상급 병원으로 즉시 전원 조치를 하지 않고 19분가량 지연시킨 과실이 태아의 사망에 대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양수색전증 발병 시 태아 사망률이 높고 의료진이 산모 심폐소생술에 전념한 점 등을 고려하여 피고들의 책임을 60%로 제한했습니다. 마취과 의사 E은 산부인과적 처치 의무가 없다고 보아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태아의 자기결정권에 기반한 설명의무 위반 주장은 인정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