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타 민사사건
임신 36주차 산모가 질 분비물 증가와 통증으로 병원에 내원하여 세균성 질염 진단을 받고 질정 처방을 받았으나 며칠 뒤 태아 사망이 확인된 사건입니다. 산모는 병원과 담당 의사에게 의료과실 및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병원 측에 의료과실이나 설명의무 위반이 있었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고, 설령 과실이 있었다 해도 태아 사망과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병원과 의사의 손해배상 채무가 존재하지 않음을 확인하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피고는 2021년 7월 8일 임신 진단을 받은 후 F병원에서 정기적으로 진료를 받았습니다. 임신 35주 4일째인 2021년 12월 30일, 피고는 병원에서 태아심음 정상, 초음파 검사 결과 태아가 과체중이라는 소견을 받았습니다. 이후 임신 36주 5일째인 2022년 1월 7일, 피고는 질 분비물 양 증가와 냄새, 자궁 통증 증상으로 F병원에 내원하여 질강 소독과 질 분비물 검사를 받았고, 세균성 질염 치료를 위한 질정을 처방받았습니다. 당시 원고 측은 피고의 통증을 가진통으로 판단하고 태동이 있음을 확인했으며, 초음파 검사는 시행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며칠 뒤인 임신 37주 1일째인 2022년 1월 10일, 피고는 태동이 없음을 느끼고 F병원에 다시 내원했습니다. 병원에서 태동 및 초음파 검사를 받은 결과 자궁 내 태아 사망이 확인되었고, 다음 날인 2022년 1월 11일 사산아를 질식 분만했습니다. 피고는 병원 측의 불충분한 진료(초음파 및 태아 심박동수 검사 미시행)와 필요한 설명(조산, 유산 가능성, 태동 관찰 중요성 등)의 부족으로 태아가 사망했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요구했습니다. 이에 원고들(병원 및 의사)은 자신들의 진료 행위에 의료과실이나 설명의무 위반이 없었음을 주장하며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 채무가 없음을 확인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담당 의사가 산모의 증상에 대해 충분한 검사를 하지 않아 태아 사망에 이르게 한 의료과실이 있었는지, 산모에게 조산 및 유산 가능성, 태동 관찰 중요성 등 필요한 설명을 충분히 하지 않아 설명의무를 위반했는지 여부가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또한 이러한 과실이나 의무 위반이 태아 사망이라는 중대한 결과와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도 중요한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은 원고들(병원 운영자 A, 의사 B)이 피고(산모 D)에 대하여 2022년 1월 7일자 진료행위와 관련한 손해배상 채무가 존재하지 아니함을 확인하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법원은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감정 결과와 진료기록 감정 촉탁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원고들이 2022년 1월 7일 피고를 진료하는 과정에서 의료상의 과실을 저질렀다거나 설명의무를 위반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나아가 설령 원고들에게 의료상의 과실이나 설명의무 위반이 있었다고 가정하더라도, 태아 사망을 예측하거나 예방하기 어려웠고, 태아 사망과 원고들의 진료 행위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았습니다. 결론적으로 법원은 원고들에게 태아 사망에 따른 손해배상 채무가 없음을 확인하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주로 의료인의 주의의무, 의료과실의 입증 책임, 그리고 설명의무 위반에 대한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1. 의료인의 주의의무: 의사는 환자의 생명, 신체, 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특성상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취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습니다. 이러한 주의의무의 수준은 의료행위를 할 당시 의료기관 등 임상의학 분야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고 시인되는 의학 상식을 기준으로 판단됩니다(대법원 2004. 10. 28. 선고 2002다45185 판결 등).
2. 의료과실과 손해배상 책임의 인과관계 추정 완화: 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 지식이 필요하므로 환자 측이 의료진의 과실을 증명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따라서 환자 측이 의료행위 당시의 의료수준에서 통상의 의료인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 위반, 즉 진료상 과실의 존재를 증명하고 그 과실이 환자 측의 손해를 발생시킬 개연성이 있다는 점을 증명한 경우에는, 진료상 과실과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하여 증명책임을 완화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손해 발생의 개연성은 의학적 원리 등에 부합해야 하며, 막연한 가능성만으로는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습니다(대법원 2023. 8. 31. 선고 2022다219427 판결 등).
3. 설명의무 위반과 손해배상: 의사가 설명의무를 위반한 채 수술 등을 하여 환자에게 중대한 결과가 발생한 경우, 환자는 선택의 기회를 잃고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 데 대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설명을 받지 못하여 선택의 기회를 상실했다는 점만 입증하면 됩니다. 그러나 그 결과로 인한 모든 손해의 배상을 청구하려면 중대한 결과와 의사의 설명의무 위반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존재해야 하며, 이때의 설명의무 위반은 환자의 생명, 신체에 대한 구체적 치료 과정에서 요구되는 의사의 주의의무 위반과 동일시할 정도의 것이어야 합니다(대법원 2013. 4. 26. 선고 2011다29666 판결 등).
이 사건에서는 원고들의 의료과실이나 설명의무 위반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설령 있었다 하더라도 태아 사망과의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증명되지 않았다는 법원의 판단에 따라 원고들의 책임이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의료진에게 자신의 증상을 설명할 때는 단순히 불편감을 넘어 구체적인 증상의 변화, 통증의 강도, 발생 위치, 지속 시간 등을 명확하고 상세하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진료 후에도 증상에 변화가 있거나 불안감이 느껴진다면 병원에 다시 내원하거나 전화 상담을 통해 의료진에게 추가적인 검사나 조치를 요청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임신 중에는 작은 신체 변화도 태아와 산모의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의료진의 설명과 지시사항을 정확히 이해하고 따르는 것이 중요하며, 궁금하거나 이해되지 않는 점은 반드시 다시 질문하여 확인해야 합니다. 의료진으로부터 설명받은 내용 중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 충분히 설명을 듣고 자신의 상태와 치료 계획을 정확히 파악하여 자기결정권을 행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대전고등법원 2006
대전고등법원 2007
서울중앙지방법원 2020
서울중앙지방법원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