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배상 · 의료
망 A가 피고 병원에서 ERCP(내시경적 역행성 췌담도 조영술) 시술 중 진정제(펜타닐, 프로포폴) 투여 후 호흡곤란 및 심박수 저하 증상을 겪고, 이후 전신성 긴장 간대성 발작이 발생하여 저산소성 뇌손상을 입었으며 결국 사망에 이르자, 망인의 어머니와 배우자가 피고 병원을 운영하는 학교법인 D를 상대로 의료진의 과실(약물 과다 투여, 예방 조치 미흡, 부적절한 처치 지연)과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으나, 법원은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 사건입니다.
2006년 신장이식 수술을 받은 망 A는 2014년 1월 20일 우상복부 통증과 발열로 피고 병원에 재입원했습니다. 담도 감염이 의심되어 2014년 1월 28일 담도 결석 제거를 위해 ERCP(내시경적 역행성 췌담도 조영술) 시술을 받기로 했습니다. 오전 11시 11분경부터 프로포폴 20㎎과 펜타닐 100㎍을 투여받았으나, 망 A가 움직여 시술이 어려워 오전 11시 20분경과 11시 24분경 펜타닐 각 50㎍씩 추가 투여, 총 200㎍ 가량을 투여받았습니다. 오전 11시 25분경 망 A의 심박수가 110에서 40대 후반으로 떨어지고 산소포화도가 갑자기 99%에서 40%로 급격히 하강하는 호흡억제 증상이 나타났습니다. 의료진은 ERCP를 중단하고 앰부배깅(ambu bagging)을 시행하여 오전 11시 30분경 산소포화도와 심박수가 회복되었고 자가 호흡이 돌아왔습니다. 오후 12시 53분경 망 A에게 전신성 긴장 간대성 발작(GTC seizure)이 발생하며 산소포화도가 49-50%로 다시 하강했습니다. 의료진은 프로포폴, 베카론을 투여하고 오후 1시 15분경 기관삽관을 했으며 망 A는 중환자실로 전실되었습니다. 이후 망 A는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인한 인지 저하, 사지 위약 등의 상태로 입원 치료를 받다가, 2018년 8월 17일 폐렴으로 인한 패혈증으로 사망했습니다. 망 A의 유족은 피고 병원 의료진의 과실과 설명의무 위반을 주장하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ERCP 시술 시 전신마취제 및 진통억제제 과다 투여로 인한 호흡억제 발생 여부, 호흡억제 발생 예방을 위한 적절한 조치 미이행 여부, 발생한 호흡곤란에 대한 적절한 처치 지연으로 인한 저산소성 뇌손상 발생 여부, 시술 전 발생 가능한 합병증에 대한 설명의무 위반 여부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즉, 법원은 피고 병원 의료진의 과실이나 설명의무 위반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의료행위로 인한 후유장해가 합병증으로 나타날 수 있는 경우 의료과실을 추정할 수 없다는 법리를 적용하며, 의료진의 펜타닐 투여량은 깊은 진정이 필요한 시술에서 통상적으로 시행되는 범위 내에 있었고 호흡억제 예방을 위한 앰부백 준비 등 조치를 취했으며, 호흡곤란 발생 시 앰부배깅 및 기도확보 등의 적절한 응급처치를 지연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시술 전 동의서 등을 통해 합병증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다했으므로 설명의무 위반도 없다고 보아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의료과실 판단 기준 (대법원 2015. 2. 26. 선고 2013다27442 판결 등 참조): 의료행위로 인해 후유장해가 발생했더라도, 그것이 당시 의료수준에서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의료행위 과정의 합병증으로 나타날 수 있는 것이거나 2차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것이라면,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합병증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한, 단순히 후유장해가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 의료행위에 과실이 있었다고 추정할 수 없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펜타닐 투여로 인한 호흡억제나 발작이 합병증의 범주에 속하는지, 의료진이 이에 대해 적절히 대처했는지 여부가 핵심이었습니다. 의료진의 설명의무: 의료진은 환자에게 의료행위의 내용, 필요성, 발생 가능한 위험성(합병증 등), 대체 치료방법 등을 충분히 설명하고 환자의 동의를 얻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설명의무 위반은 환자의 자기결정권 침해를 구성할 수 있으며, 합병증 발생 여부와는 별개로 손해배상 책임의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 병원이 치료적 내시경적 역행성 췌담도 조영술 검사 동의서 및 진정마취 동의서를 통해 상세한 합병증 내용을 설명했음을 인정받았습니다.
의료행위 합병증의 이해: 의료 시술 중 발생할 수 있는 후유장해나 합병증은 의료과실이 아닐 수 있습니다. 당시 의료 수준에서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합병증의 범위 내에 있었다면 의료과실로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마취 및 진정 약물 투여의 적정성: 펜타닐과 같은 진통제는 진정을 위해 사용될 때 환자의 반응에 따라 추가 투여가 필요할 수 있으며, 깊은 진정 시에는 호흡억제 등 부작용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지속적인 감시와 대처가 중요합니다. 환자의 움직임이 통증 때문인지 약물 부작용 때문인지 감별하는 것이 중요할 수 있습니다. 응급처치 준비 및 시의적절성: 시술 전 앰부백 등 응급 장비를 준비하는 것은 의료기관의 기본적인 의무입니다. 또한 호흡곤란이나 발작 등 응급 상황 발생 시 기도확보, 산소 공급, 보조 호흡(앰부배깅), 필요한 경우 기관삽관 등 적절한 처치가 즉시 이루어졌는지 여부가 중요하게 판단됩니다. 설명의무의 범위: 의료기관은 시술 전 환자에게 시술의 목적과 과정, 예상되는 합병증, 그 정도 및 대처방법, 기타 주의사항 등을 상세히 설명하고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동의서에 합병증 발생 가능성을 명확히 기재하고 설명했다면 설명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호흡곤란, 알레르기 반응, 발작, 쇼크, 심근경색 혹은 사망까지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와 같은 문구가 동의서에 포함되어 있었다면 설명의무를 다한 것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진료기록의 신뢰성: 마취기록지 등 진료기록은 의료과실 여부를 판단하는 중요한 증거가 됩니다. 기록이 다소 늦게 작성되었더라도 기계와 연동된 기록이라면 그 신뢰성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기록 내용의 정확성과 시의성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