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교통범죄 · 행정
원고 A는 7세 어린이에게 중상을 입히는 교통사고를 일으킨 후 잠시 현장을 이탈했으나 약 10분 만에 복귀했습니다. 복귀 후 경찰관이 CCTV를 확인하는 것을 보고 자신의 차량임을 밝히고 블랙박스 영상을 임의 제출했습니다. 피고 인천광역시지방경찰청장은 원고가 사고 후 필요한 조치를 이행하지 않고 도주했다는 이유로 운전면허 취소 처분을 내렸습니다. 원고는 이에 불복하여 소송을 제기하며 자신의 행위가 '자진신고'에 해당하고, 운전면허가 생계 유지에 필수적인 점 등을 고려할 때 처분이 과중하다고 주장했습니다. 1심 법원은 피고의 손을 들어주었으나, 항소심 법원은 원고의 현장 복귀 및 경찰관 협조 행위를 '자진신고'로 인정했습니다. 나아가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상 자진신고 시 벌점 부과가 원칙이며, 피고의 행정관행도 그러했으므로 원고에게 면허 취소 처분을 내린 것은 평등의 원칙 및 신뢰보호의 원칙에 위배되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사고 발생 경위, 원고의 초기 대처, 피해자와의 합의, 생계의 어려움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할 때 면허 취소는 지나치게 과중하다며 원고의 운전면허 취소 처분을 취소하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교통사고 후 사고 현장을 잠시 이탈했다가 복귀하여 경찰관에게 사고 관련 사실을 알리고 블랙박스 영상을 제출한 행위가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상 '자진신고'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지방경찰청장의 운전면허 취소 처분이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하거나 남용한 것인지 여부입니다.
항소심 법원은 원고가 사고 직후 현장을 잠시 이탈했으나 약 10분 만에 복귀하여 경찰관에게 자신의 차량이 사고와 관련되었음을 밝히고 블랙박스 영상을 제출하여 사고 야기자 확인에 협조한 행위를 '자진신고'로 인정했습니다. 이는 사고 야기자가 누구인지 확정할 수 없는 상태를 해소하도록 유도하려는 자진신고 제도의 취지에 부합하며, CCTV만으로는 가해 차량을 특정하기 어려웠던 상황에서 원고의 행위로 사고 야기자가 조속히 확정된 점을 중요하게 보았습니다. 또한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별표28]이 자진신고 시 면허 취소가 아닌 벌점 부과를 정하고 있고, 피고 역시 자진신고의 경우 면허취소를 하지 않는 행정관행이 있었다고 보아, 이 사건 처분은 평등의 원칙 및 신뢰보호의 원칙에 어긋나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더불어 사고 발생 경위(시야 제한, 피해자의 갑작스러운 돌진), 사고 직후 원고의 초기 구호 시도, 현장 신속 복귀 및 수사 협조, 피해자와의 원만한 합의, 그리고 원고의 직업 특성상 운전면허가 생계 유지에 필수적이라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면허 취소 처분은 원고의 잘못에 비해 지나치게 과중하여 재량권 남용에 해당한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 사건은 주로 도로교통법상 사고 후 미조치에 따른 운전면허 취소와 그에 대한 행정청의 재량권 행사 범위를 다루고 있습니다.
도로교통법 제93조 제1항 제6호: 이 조항은 교통사고로 사람을 사상한 후 필요한 조치 또는 신고를 하지 않은 경우 지방경찰청장이 운전면허를 취소하거나 1년 이내의 범위에서 효력을 정지시킬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여기서 '필요한 조치 또는 신고를 하지 않은 경우'란 사고 운전자가 피해자 구호 등 의무를 이행하기 전에 현장을 이탈하여 사고를 낸 자가 누구인지 확정할 수 없는 상태를 초래하는 경우를 의미합니다.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 차량 운전 중 교통사고로 사람을 사상하거나 물건을 손괴한 경우, 운전자 등은 즉시 정차하여 필요한 조치(피해자 구호, 신고 등)를 취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제91조 제1항 [별표28] (운전면허행정처분기준):
재량준칙의 자기구속 원칙: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상의 운전면허행정처분기준은 법규명령이 아닌 행정기관 내부의 처리 지침(재량준칙)에 불과하여 원칙적으로 국민이나 법원을 직접 구속하는 효력은 없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재량준칙이 정한 바에 따라 반복적으로 시행되어 행정관행이 이루어진 경우, 행정청은 평등의 원칙이나 신뢰보호의 원칙에 따라 상대방에 대한 관계에서 그 관행에 구속됩니다.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에 반하는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여 위법한 처분이 됩니다.
재량권 일탈·남용: 행정청이 법률에서 부여받은 재량권을 행사할 때, 사실을 오인하거나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의 한계를 넘어서거나 남용하는 경우를 의미합니다. 법원은 사고 발생 경위, 운전자의 과실 정도, 피해자의 구호 노력 및 수사 협조 여부, 피해자와의 합의, 운전면허가 생계에 미치는 영향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처분이 운전자의 잘못에 비해 지나치게 가혹한지 판단하게 됩니다.
교통사고가 발생했을 때 운전자는 무엇보다 피해자의 상태를 확인하고 필요한 구호 조치를 취하며, 즉시 경찰에 신고하는 등 도로교통법상 의무를 이행해야 합니다. 만약 불가피하게 사고 현장을 잠시 이탈했더라도, 최대한 신속하게 현장으로 복귀하여 스스로 사고 야기자임을 밝히고 경찰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합니다. 이때 사고 야기자가 누구인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본인의 잘못을 인정하고 관련 증거(블랙박스 영상 등)를 자발적으로 제출하는 행위는 '자진신고'로 인정받을 수 있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단순히 현장으로 돌아오는 것만을 넘어 적극적으로 사고 관련 사실을 알려야 합니다. 또한, 사고 발생 경위(예: 시야 제한, 피해자의 갑작스러운 행동), 사고 후 피해자를 위한 노력(구호 시도, 합의), 운전자의 반성 여부, 운전면허가 생계에 미치는 영향 등 여러 참작 사유들이 면허 취소와 같은 중대한 행정처분의 재량권 일탈·남용 여부를 판단하는 데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행정청의 내부 지침(재량준칙)이 반복적으로 시행되어 형성된 행정관행은 국민의 평등 및 신뢰보호의 원칙에 따라 행정청을 구속할 수 있으므로, 유사한 행정처분 사례를 확인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