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금 · 행정
A회사는 종로세무서장이 부과한 2005 사업연도 원천징수 양도소득세 약 430억 원에 대해 취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사건의 핵심은 외국계 투자회사가 한국 주식을 양도하면서 발생한 소득에 대해 한-말레이시아 조세조약이 적용되는지, 그리고 누가 세금 납부의 실질적인 주체인지였습니다. 세무서는 이 소득의 실질적인 귀속자가 외국법인의 투자자들(개인)이라고 보고 소득세를 부과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실제 주식 거래의 형식적 당사자인 말레이시아 회사와 케이만군도 회사는 조세 회피 목적의 명목상 회사일 뿐이며, 실질적인 소득 귀속자는 케이만군도에 설립된 유한 파트너십인 G회사라고 판단했습니다. 더 나아가 G회사는 케이만군도 법령상 한국 법인세법상 외국법인에 해당하므로, 이 소득에 대해서는 소득세가 아닌 법인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결론적으로 세무서가 처분 사유를 소득세에서 법인세로, 납세의무자를 투자자들에서 G회사로 변경하려 했으나, 법원은 세목 변경이 처분의 동일성을 벗어난다고 판단하여 이를 불허했습니다. 따라서 세무서의 원천징수 양도소득세 부과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었습니다.
A회사는 외국계 사모펀드의 투자 구조를 통해 한국 내 H은행의 주식을 취득한 후 이를 양도하여 상당한 이익을 얻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복잡한 다단계 투자구조가 활용되었는데 케이만군도와 말레이시아 라부안에 설립된 회사들이 형식적인 주식 취득 및 양도 당사자로 나섰습니다. 종로세무서장은 이러한 거래에서 발생한 양도소득에 대해 실제 소득의 귀속자를 외국계 사모펀드의 투자자들(개인)로 보고 2005 사업연도 원천징수 양도소득세 약 430억 원을 A회사에 부과했습니다. A회사는 이러한 세금 부과 처분이 부당하다며 취소 소송을 제기하여 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이 사건 양도소득의 실질적인 귀속자가 누구인지 (실질과세의 원칙 적용 여부), 한-말레이시아 조세조약의 유가증권 양도소득 조항 적용 시 수익적 소유자 개념을 적용할 수 있는지, 조세조약 남용을 통한 조세 회피 시 조세조약의 적용을 부인하는 것이 무차별 원칙 위반인지, 이 사건 소득을 얻은 G회사를 구 법인세법상 외국법인으로 볼 수 있는지, 과세관청이 소송 과정에서 세목(소득세 → 법인세) 및 납세의무자(투자자 → G회사)를 변경하는 것이 허용되는지 여부입니다.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여, 제1심판결 중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피고가 2006. 12. 18. 원고에 대하여 한 2005 사업연도 원천징수 양도소득세 43,010,717,520원의 징수처분을 취소한다. 소송 총비용 중 4%는 원고가, 96%는 피고가 각각 부담한다.
이 판결은 과세관청이 세금을 부과할 때 단순히 명의만 보고 판단해서는 안 되며 거래의 실질적인 내용과 소득의 실제 귀속자를 파악하여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특히 외국계 투자구조를 통한 조세회피 시도에 대해 실질과세 원칙을 적용해야 함을 강조하면서도 형식상 납세의무자가 아닌 실제 소득 귀속자를 제대로 파악하여 올바른 세목으로 부과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세금 부과 처분에 대한 소송 과정에서 과세관청이 처분 사유를 변경할 때 세목과 같은 본질적인 요소의 변경은 처분의 동일성을 벗어나 허용될 수 없음을 명확히 하였습니다. 따라서 이번 판결은 세금 부과 처분의 적법성과 소송상 처분 사유 변경의 한계를 설정하는 중요한 선례가 되었습니다.
국세기본법 제14조제1항(실질과세의 원칙)은 소득이나 재산의 귀속 명의와 달리 실질적으로 귀속되는 자가 따로 있는 경우 명의자가 아닌 실질 귀속자를 납세의무자로 삼는다는 원칙입니다. 이 사건에서는 말레이시아 회사와 케이만군도 회사가 형식상 주식 양도인이었지만 법원은 이들이 조세회피 목적의 명목상 회사에 불과하고 실질적인 소득 귀속자는 케이만군도에 설립된 G회사라고 판단하여 이 원칙을 적용했으며 이는 조세조약의 해석 및 적용에도 배제하는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그대로 적용된다고 보았습니다. 한-말레이시아 조세조약 제13조제4호는 유가증권 양도소득은 양도인이 거주자로 되어 있는 체약국에서만 과세한다고 규정합니다. 법원은 조약에 수익적 소유자 규정이 없더라도 국세기본법상의 실질과세 원칙에 따라 실질적 귀속자를 양도인으로 보아야 한다고 해석했습니다. 조세조약상 무차별 원칙은 과세 시 국적에 따른 세무상 차별을 금지하는 원칙인데 법원은 조세조약의 남용을 통한 조세 회피를 시도하는 외국법인에 대해 조세조약 적용을 부인하더라도 조세조약의 남용을 하는 회사와 그렇지 않은 회사가 동일한 상황에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무차별 원칙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조세회피 목적의 거래에는 조세조약 혜택을 주지 않을 수 있다는 원칙을 뒷받침합니다. 구 법인세법 제93조 및 구 소득세법 제119조는 국내원천소득에 대한 과세 규정입니다. 법원은 G회사가 케이만군도의 파트너십 법률에 따라 구성원으로부터 독립된 별개의 권리·의무 귀속 주체로 볼 수 있고 사업 목적이 영리 활동이므로 구 법인세법상 외국법인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이 소득에 대해서는 소득세가 아닌 법인세를 과세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행정소송법 제8조제2항, 민사소송법 제436조제1항·제2항(환송판결의 기속력)에 따라 상고법원이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환송하면 환송받은 법원은 상고법원이 파기의 이유로 삼은 사실상 및 법률상 판단에 기속됩니다. 이 사건 항소심은 대법원 환송판결의 판단에 따라 이 사건 주식 양도소득의 실질적 귀속자가 명목상 회사가 아니라는 점을 전제로 판단을 진행했습니다. 과세처분취소소송에서 과세관청은 소송 중 처분의 동일성이 유지되는 범위 내에서 처분 사유를 변경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세목(소득세에서 법인세로)을 변경하는 것은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본질적인 요소의 변경이므로 처분의 동일성을 벗어나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피고의 처분사유 변경이 불허되어 종전의 처분사유는 철회된 것으로 보아 과세처분 자체가 위법하다고 보았습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복잡한 투자구조를 통해 자산을 양도할 경우 과세당국은 실질적인 소득의 귀속자를 찾아 과세하려 한다는 점을 인지해야 합니다. 특히 조세회피 목적이 의심되는 역외(offshore) 회사를 활용한 거래는 실질과세 원칙의 적용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단순히 형식적인 계약 당사자가 누구인지만을 따질 것이 아니라 자산의 실제 지배와 관리 주체, 이익의 실제 귀속 주체가 누구인지 명확히 해두어야 합니다. 세금 부과 처분에 대해 다툴 때는 과세관청이 적용한 세목(소득세, 법인세 등)과 납세의무자가 정확한지 면밀히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세목이나 납세의무자가 잘못 지정된 경우 처분 자체의 적법성을 다툴 수 있습니다. 조세조약이 적용되는 거래의 경우 조약에서 명시된 '수익적 소유자' 등 특정 개념의 유무와 그 해석이 과세 여부에 큰 영향을 미치므로 조약의 세부 내용을 정확히 이해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