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
B이 원고 A로부터 보이스피싱으로 3,270만 원을 편취한 사건에서, 피고 D는 B에게 자신의 계좌와 인터넷뱅킹이 가능한 휴대전화를 제공하여 사기 범행을 방조하였습니다. 법원은 피고 D의 방조 행위가 공동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인정하면서도, 원고의 피해액 중 피고 D의 계좌로 이체된 1,570만 원만을 책임 범위로 보고, 피고 D가 받은 이익의 정도와 원고의 과실 등을 고려하여 최종 손해배상액을 785만 원으로 제한하여 지급을 명한 사례입니다.
원고 A는 보이스피싱 사기에 속아 사기 조직원 B에게 3,270만 원을 송금하여 피해를 입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피고 D는 B에게 자신의 명의로 개설된 계좌 및 인터넷뱅킹이 가능한 휴대전화를 제공하여 B의 범행을 용이하게 하였고, 대가로 상당한 금액을 받았습니다. 이에 원고 A는 피고 D를 사기 방조에 따른 공동불법행위자로 보아 손해배상을 청구하게 되었습니다.
보이스피싱 사기 범행에서 단순히 계좌 등 접근매체를 제공하여 범행을 용이하게 한 방조자에게 공동불법행위 책임이 발생하는지 여부와 그 책임 범위 및 제한 여부입니다. 특히 피해자의 돈이 직접 방조자의 계좌로 입금되지 않았더라도 중간 경로를 거쳐 이체된 경우에도 방조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그리고 방조자의 고의성 및 피해자의 과실 여부에 따라 손해배상액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가 핵심 쟁점입니다.
항소심 법원은 제1심판결 중 원고 패소 부분을 일부 취소하고, 피고 D는 B과 공동하여 원고 A에게 785만 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2021년 7월 11일부터 2024년 11월 6일까지는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원고의 나머지 항소는 기각되었으며, 소송 총비용 중 70%는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법원은 피고 D가 대가를 받고 B에게 인터넷뱅킹이 설치된 휴대전화와 계좌를 제공하며 B의 사기 범행 가능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던 점, 피고 D가 B로부터 2천만 원 상당의 수수료를 받은 점 등을 근거로 피고 D에게 과실에 의한 공동불법행위 방조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다만, 원고 A가 직접 피고 D의 계좌로 송금한 것이 아니며, 전체 피해액 3,270만 원 중 F 명의 계좌를 거쳐 피고 D의 계좌로 이체된 1,570만 원에 대해서만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피고 D의 이익 정도, 원고 피해 금액 중 피고 계좌로 이체된 비율 등을 고려하여 피고 D의 책임을 50%로 제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아 최종 785만 원의 배상을 명했습니다.
민법 제760조 (공동불법행위자의 책임) 제3항: '공동 아닌 수인의 행위로 인하여 손해를 가한 때에는 그 공동행위자의 책임은 부진정연대채무로 한다.' 이 조항은 불법행위를 직접 저지른 사람뿐만 아니라, 그 불법행위를 용이하게 한 방조자에게도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책임을 지울 수 있음을 규정합니다. 방조는 직접적인 도움뿐 아니라 간접적인 도움, 심지어 특정 조치를 취하지 않아 불법행위를 가능하게 한 부작위도 포함될 수 있으며, 민사에서는 과실에 의한 방조도 인정됩니다. 과실에 의한 방조 책임 및 상당인과관계: 접근매체를 양도하여 불법행위를 방조한 경우, 접근매체 양도 당시의 구체적인 상황을 토대로 불법행위 발생 가능성과 그 불법행위를 용이하게 한다는 점을 예견할 수 있었고, 접근매체 제공과 피해자의 손해 발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책임이 발생합니다. 이는 접근매체 제공 목적, 대가, 양수인의 신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합니다. 손해배상책임의 제한 (과실상계): 고의에 의한 불법행위라 할지라도, 가해자가 불법행위로 인한 이익을 최종적으로 보유하게 되는 불공평한 결과가 초래되지 않는다면, 피해자의 과실이나 공평의 원칙에 따라 가해자의 책임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본 사안에서는 피고 D가 받은 수익금이 전체 사기 피해 금액에 비해 소액이고, 피고 D가 직접 사기를 저지른 주범이 아닌 방조자에 불과하다는 점이 책임 제한의 근거가 되었습니다.
타인에게 자신의 명의 계좌, 체크카드, 인터넷뱅킹이 가능한 휴대전화 등 접근매체를 제공하는 행위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은 물론, 보이스피싱 등 범죄에 활용될 경우 형사 처벌 및 민사상 공동불법행위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어떠한 경우라도 타인에게 접근매체를 제공해서는 안 됩니다. 보이스피싱 등 사기 피해를 입었을 경우, 피해금을 송금한 계좌뿐만 아니라 범죄에 이용된 것으로 의심되는 모든 계좌의 거래 내역을 신속히 확인하고, 경찰에 신고하여 수사를 요청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범죄 조직이 여러 명의 명의를 이용하여 피해금을 분산하거나 이체하는 경우에도, 특정 명의자가 범죄를 방조한 사실이 입증된다면 해당 명의자에게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손해배상 책임 인정 시에도 피해자의 부주의나 방조자의 기여 정도 등에 따라 배상액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